왼쪽으로 가는 여자, 오른쪽으로 가는 남자
지미 지음, 이민아 옮김 / 청미래 / 200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림이 참 예쁜 책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글이었지만, 글은 그림과 어울려 도시의 암울한 삶이 주는 팍팍함을 정면에 대하며 살아가는 나에게 많은 느낌을 전했다.

  언제나 어둡고, 일상만이 가득한 도시.. 그 도시에는 어떤 특별함도, 밝고 희망에 찬 내일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도 일상 속에서 습관적으로 여자는 왼쪽으로, 남자는 오른쪽으로 간다. 이렇듯 색다를 것 없는 두 일상은 끝 없는 평면의 끝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지루하고, 도시의 인간을 고독하게 만든다.

  도시는 그렇게, 그렇게 오늘 하루도 나를 고독하게 만든다. 그러나 지구는 끝 없는 평면이 아닌 둥근 구이듯 끝 없이 지루하고 고독한 두 일상은 결국 하나의 접점을 찾게 된다. 그게 바로 인연이겠지. 암울하고 어두운 도시 속에서도 인연은 빛이 난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나에게 의미가 있는 유일한 당신, 분간조차 할 수 없는 밤하늘에 어둠을 살라먹는 별빛 같은 당신.. 인연은 이 고통의 도시의 삶을 환희의 삶으로 만든다.

  나는 오늘도 오른쪽으로 가고 있다. 그러나 이 지독한 고독 속에서 가끔 주변을 돌아보기도 하고, 어둠의 공포 속에서 일상을 벗어나보고 싶다는 객기로 주변을 배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느새 나를 지배하는 습관이라는 녀석은 내가 의식하지도 못한 순간에 나를 그 길에서 또 걷게 만든다. 인연.. 인연을 믿는다면 습관을 부정할 필요가 없겠지^^. 그래.. 나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어느새 그 어둠을 거두어줄 별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조용히 습관이 시키는 데로 한 걸음, 한 걸음 의식하지 않은 채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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