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
김동춘 지음 / 창비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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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 미국이 한, 미국에 관한 이야기들을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접하게 된다. 그만큼 미국은 우리에게 있어 아니 전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한 국제정치적 행위자이다. 세계최강대국인 미국.. 그런 미국이라는 존재를 올바로 인식한다는 것은 단지 한 나라에 대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지금의 국제정치를, 그리고 미국과의 관계를 통해 변모하는 한국사회를 이해하는데 있어 필수적이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미국을 이해하는 주요한 키워드로 ‘전쟁’과 ‘시장’을 꼽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군사적, 경제적으로 세계최강대국이 된 미국은 냉전시기에는 자본주의진영에서, 탈냉전시기에는 전세계에 국제경찰 노릇을 하고 있다. 최근의 부시정권은 “폭정의 종식과 자유의 확산”과 같이 보기 좋은 수식어들로 자신들의 국제정책을 치장하며 이라크의 후세인 독재정권을 붕괴시켰다. 그러나 후세인의 독재가 가장 절정에 다다르던 80년대 그는 미국의 절친한 친구였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미국은 이란의 정부가 종교에 기반하여 민주적이지 못한 권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여성들의 권리를 짓밟고 있다고 주장한다. 분명 이란의 정부가 국제사회의 민주적 기준에 미달하는 것은 사실이나, 여성 혼자서는 여행이나, 운전조차 허용하지 않는 등 미국의 절친한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오히려 더욱더 심하다. 그러나 미국은 자신들에게 석유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왕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미국은 언제나 위선적인 이중 잣대를 통하여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는 나라는 인정하고, 자신들에 이익을 충분히 보장하지 못하는 나라에 대해서는 강력한 힘을 행사하였다. 과거 칠레의 아옌데 정권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국민들이 정당한 투표를 통해 선출한 아옌데 대통령은 사회주의를 기치로 내걸었다. 미국의 뒷마당이라고 자처하는 남미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자 미국은 칠레 국민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아옌데 정권을 무너트리기 위하여 군사 쿠데타를 사주하였고, 결국 칠레 국민들은 오랜 기간 독재자 피노체트 밑에서 신음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FBI와 CIA가 개입하여 독재정권을 지원한 사례는 비단 칠레만이 아니다. 미국은 말로는 국제질서를 수호하는 국제경찰을 자처하지만 실상은 언제나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깡패에 불과했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이에 대해서는 N.Chomsky에 책을 참조하면 좋음)

전쟁이 국제정치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시장은 미국의 지배계급의 가치를 전세계로 확장시키는 수단이자 목표이다. 분명 과거에는 열심히 일하면 그만큼의 보상이 주어지고 성공할 수 있다는 American Dream은 시효성이 있었다. 그러나 시장근본주의가 만연하게 된 지금의 시대 American Dream은 없다. 그러나 미국에서 이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가 자리 잡은 선진국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러한 미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허약한 시민사회의 존재 속에서 무너지고 있다. 9.11이후 테러를 잡기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시행된 애국자법이 초래할 개인에 대한 권리침해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몇 없었다. 왜냐하면 다민족 사회인 미국사회에서 정통백인이 아닌 이상 그것을 반대한다는 것은 결국 테러범을 옹호한다는 극단적인 흑백논리가 지금의 미국사회를 지배하고 있으며, 아랍출신의 미국인들은 성조기로 도배가 된 옷을 입고 다니고 있으며, 정통백인이 아닌 사람들은 테러범으로 몰리지 않기 위하여 자신들이 미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신이 얼마나 애국자인지를 광고해야만 한다. 이런 사회분위기 속에서 이미 무너진 미국의 가치는 아직도 살기 위한 그들의 몸부림 속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우파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로 정치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양당 즉 공화당과 민주당은 정책적인 면에서 그리 큰 차이를 지니고 있지 않다. 미국 사회의 자유로운 선택은 언제나 이 둘 중 하나에 국한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미국이 그렇게 강조하는 자유가 결국 강제된 자유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의 정당들에 엄청난 돈을 기부하고 있는 미국의 기업들은 그들의 로비가 자신들과 반대되는 의사를 가진 사람들과의 경쟁에서 사용한 자신들의 정당한 능력임을 강조한다.(마치 신자유주의가 이마트와 골목가게가 동등한 경쟁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그렇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잘 사는 나라인 미국에는 수많은 빈곤층이 존재하고 있으며, 사회보장과 같은 복지정책은 일천하다. 오직 대자본만을 위한 나라가 바로 미국인 것이다.(부시, 체니, 라이스 등등 현 미국 각료들의 대부분은 CEO 또는 대기업의 임원 출신이다,)

미국에 대한 이해는 분명 지금의 국제사회와 한국사회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며, 그런 점에서 전쟁과 시장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를 통해 미국을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은 현실을 인식함에 있어서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이 된다. 한미 FTA와 같은 문제도 바로 이러한 미국의 시장의 기능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한미 FTA는 한국과 미국 사이의 단순한 경제통합이 아닌 미국 내의 현재 모습이 한국의 미래가 되는 것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오직 지배계급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지금의 이러한 미국식 가치는 붕괴하고 있으며 우리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야만 할 것이다.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바로 이러한 미국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네오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 미국 네오콘들의 대부라고 불리는 L.Strauss의 사상에 대한 이해 없이는 현재의 미국을 이끌어가는 가치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의 미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이끌고 있는 네오콘들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에 대해 조금의 노력을 더 한다면 미국사회에 대한 인식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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