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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된 철학
크리스토퍼 팔존 지음, 김성민 외 옮김 / 인간사랑 / 2005년 8월
평점 :
품절
사람들은 사방이 어둠으로 뒤덮여 있는 공간에 돈을 내고 들어간다. 그 어두운 공간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빛이 거대한 스크린에 투영될 때 모든 사람들은 오직 그 스크린으로 자신의 모든 신경을 집중하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 플라톤의 동굴 속 죄수와 같이 영화감독이 만든 그림자에 빠져든다. 20세기 중반까지 많은 철학자들은 영화는 플라톤이 말한 하나의 환상에 불과하며 그렇기 때문에 영화란 실재의 세상과 동떨어져 사유를 방해하는 것으로서 악평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플라톤의 횃불과 영화는 커다란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다. 플라톤의 동굴 속 죄수들은 자신들이 바라보고 있는 횃불에 비친 그림자가 실재하는 것이라고 믿었지만, 우리는 영화가 실재가 아니라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다.
마오쩌둥은 글을 모르는 인민들에게 정치교육을 시키기 위하여 공산당 홍보 영화를 만들어 농촌을 돌아다니며 상영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영화가 실재가 아니라는 것은 알지만 그것을 단지 하나의 오락거리로서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나 영화 속 세상은 감독이 설정한 모습으로 존재하며, 감독의 의지대로 만들어진 또 하나의 세상이기 때문에 그 속에는 감독이 생각하는 수많은 정치와 철학이 꿈틀거리고 있다. 지금처럼 영화(를 비롯한 영상물)가 넘쳐나는 시대에 그 속의 정치와 철학을 읽지 못한다면 우리는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횃불에 비친 그림자 속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화가 된 철학』은 철학이란 삶의 구석구석에 대한 질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철학은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삶을 일상성 속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현실과의 긴장 속에서 자신과 연계된 모든 것들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영화를 철학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은 영화를 단지 감독이 재구성한 또 다른 하나의 일상이 아니라 불편함과 긴장감이 존재하는 새로운 세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식, 존재, 윤리, 사회, 과학, 논리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다양한 영화들을 사례로 들어 설명하면서 철학사에 족적을 남겼던 다양한 철학자들의 주장을 설명한다. 책에서 사례로 드는 영화들이 거의 대부분 보지 못했던 영화라서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이 책은 철학의 다양한 주제들을 잘 풀어 놓은 좋은 철학 입문서라고 생각된다.
결론 : 빨리 영화나 한 편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