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란 무엇인가?
존 몰리뉴 지음, 최일붕 옮김 / 책갈피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작년 여름방학에 나는 고려대에서 있었던 '다함께'라는 단체의 '전쟁과 변혁'이라는 행사에 하루 참여를 하였었다. 그 행사장에는 사회과학도서를 싸게 파는 코너가 있었고 평소 책 사는 걸 좋아하던 나는 거기에 머무르면서 마음에 드는 책이 있는지, 얼마나 싸게 파는지를 확인하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이 책이 내 눈에 띄었다. 물론 그 날 이 책을 사지는 않았지만;; 책을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 요즘 시대에 정말 도발적인 제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마르크스와 사회주의를 이야기하면 현실을 모르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지금의 사회에서 사회주의를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책이라는 점에서 나에게는 도발적으로 느껴졌다.

 그리고 한 선배가 생각났다. 운동을 하던 선배였는데, 그 선배와 난 함께 술을 마실 기회가 있었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 선배가 나에게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뭔지 알아? 젊었을 때 마르크스에 빠지지 않으면 가슴이 없는 사람이고, 늙어서도 마르크스에 빠져 있으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라는 말이야."라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결국 마르크스이론이 이상은 좋으나 현실과는 괴리되어 있다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그들의 이야기가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이 말.. 그래서 돈이 없어서 아프리카에 AIDS환자들이 죽어나가고, 돈이 없어서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수십억에 이르지만 곡물메이져자본인 카길과 같은 회사는 가격을 맞추기 위해서 태평양에 온전한 식량들을 쏟아 버리는.. 이런 자본주의의 모순들을 없애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싫어하는 말일 수밖에 없는 그 말이 떠올랐다.

 이 책을 읽고 든 가장 큰 생각은 역시 사회주의는 부르주아 이데올로그들에게 이상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사회주의가 지향하는 세상은 소수의 사람들에게 권력이 주어지는 사회가 아니라 만인에게 권력이 주어지는 사회를 만들려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의 형성과정에 있어서도 결국 노동계급들의 의견이 반영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자본주의의 모순을 이야기하고, 병폐를 이야기 할 수는 있지만 사회주의의 청사진을 그릴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사회주의란 어떤 것이다라고 못을 밖는다면 그 사람은 만인의 권력을 꿈꾸는 사회주의자가 아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책 제목만 보면 저자가 명확하게 사회주의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 같지만, 앞의 이유들 때문에 저자 역시 사회주의란 어떤 사회다라고 청사진을 확실하게 제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책은 신문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모아놓은 것이기 때문에 마르크스주의에 여러 주요한 내용들을 현실과 관련지어 잘 풀어내고 있다.

 이 책을 별 4개를 준 이유는.. 평소에 자신을 사회주의자라는 사람들과 만났을 때의 어떤 답답함(?) 그런 느낌을 이 책에서 또한 느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의 모순점들은 같이 공유하지만 그 모든 것이 결국 '혁명'을 통하면 다 해결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혁명'이라는 것이 자본주의의 모순을 단번에 없앨 수 있는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과연 그것은 가장 정답에 가까운 방법이 될 수 있을까? 물론 혁명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과연 지금시기에 가장 알맞은 해답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이 책을 덮을 때, 사회 비판이론으로서의 맑스주의와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가는 맑스주의.. 둘 다 맑스주의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나에게 맑스주의는 전자로서의 성격이 더 강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다른 분들도 이야기 했지만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책이 작고, 얇다는 것이다. 지금의 이 사회에 대해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라도 읽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에 실려있는 글들이 대부분 80년대 영국에서 쓰여진 것이라지만, 자본주의사회라는 공통의 특성이 있기에 우리에게 많이 와닿는 글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예전에 동아리 방 캐비넷에서 이것 저것 뒤지다가.. '우리는 왜 월요일을 싫어할까'라는 책을 발견했었는데.. 그 책과 이 책은 같은 내용을 가지고 있는 같은 책이다. 예전에 이런 내용의 책들을 출판하는 게 불법인 시절에 선배들이 숨어서 봤을 이 책을 당당하게 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세상이 많이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물론 변하지 않은 것들도 많지만)..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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