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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한국의 사상흐름 : 지식인과 그 사상 1980 - 90년대 ㅣ 당대총서 13
윤건차 지음, 장화경 옮김 / 당대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처음 접하게 된 것은 내가 대학교 1학년 때, 과회장을 맡고 있던 3학년 선배누나의 추천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도 한국의 80, 90년대 한국 지성인들의 사상흐름에 대한 이 책에 흥미가 있었고, 여름방학에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 책은 솔직히 내 수준을 상회하고 있었고, 결국 책은 '단지' 끝까지 읽었다는 데 의의를 가졌었다. 올해 겨울방학.. 다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1학년 때는 잘 알지 못했던 80년대 사구체논쟁이나 기타 관련된 이야기들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들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지식이 생겼고, 좀 더 이 책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같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어느 정도 80, 90년대 사상적 논쟁에 대해서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 책 초반부에서부터 쏟아져 나오는 생소한 용어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책을 피상적, 부분적으로밖에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이 책에서 간단하게 설명을 하면서 넘어가고는 있지만 NL/PD와 같은 구분조차 생소한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내용을 전체적으로 조망하기란 힘들다. 물론 나도 이 책의 흐름이나 내용을 완전히 파악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1학년 때 읽었을 때의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는 것이다.
이제 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이 책의 제목은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이지만, 이 책이 주로 진보지식인들의 사상에 대해 다룬다는 점에서 '현대 한국의 진보적 사상흐름'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수는 썩어서 망하고, 진보는 분열해서 망한다.'라는 말이 있는데 이 책을 보면서 그런 말이 왜 생겼는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유토피아를 꿈꾸던 80년대, 한국은 미제의 식민지일 뿐이며 그렇기 때문에 전 민중대 미제의 전선을 이야기하며 민족모순의 극복을 주장한 NL이라든지, 국가독점자본주의로 이미 이행이 되었으며 노동과 자본의 전선을 이야기하며 계급모순의 극복을 주장한 PD에서 시작하여 사회주의권의 몰락으로 인해 급속하게 포스트모더니즘적인 논자들이 생기고, 그만큼 다양한 주장들이 풍미하고 있는 지금의 시대까지 정말 다양한 시각들이 한국사회에서 존재했었고, 존재하고 있음을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철학사, 경제학사, 정치사상사 등등 어떤 학문의 흐름을 정리하는 책들이 가지는 공통적인 문제점 즉 각 사상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가 부족하다는 점은 어쩔 수 없이 이 책이 가질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그런 문제점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할 때, 이 책은 꽤 높은 수준의 질을 가지고 있으며 그리 크게 문제가 될 소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책 제목처럼 현대한국의 사상흐름을 잘 정리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학문은 사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그것은 사회과학 역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혼자만의 지적만족을 느끼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 사회가 어떻게 해야 더욱더 발전해 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기 위함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모순을 지적하고, 그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것들, 즉 비판적 시각과 이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은 어떤 비판적 시각과 이론을 주장하는 책은 아니지만 현대 한국에서 어떤 비판적 시각과 이론들이 있었으며, 지금은 무엇이 있는지 그리고 한국의 비판적 시각과 이론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를 조망해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하며, 꼭 읽어보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