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벌 - 민주노동당 정파 갈등의 기원과 종말 이매진 컨텍스트 32
정영태 지음 / 이매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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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정원이 주도한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사태의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벼랑 끝에 몰린 국정원이 이제는 국가보안법 적용도 모자라서 내란음모라는 별별 말을 다 만들어내는구나라는 생각 하나와 주사파가 꼴통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로 꼴통일까라는 생각이었다. 통합진보당은 녹취록이 국정원의 조작이라고 항변했었지만 우습게도 나중에는 녹취록의 내용이 농담이었다는 정말 웃기지도 않는 대답을 하였다. 이번 사태를 보면서 과거 민주노동당이 분당했을 때를 다시 한 번 복기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민주노동당이 10명의 국회의원을 배출하고, 양당체제가 공고한 한국사회에서 20%에 육박하는 정당지지율을 얻었던 2004년, 그해 민주노동당에 당원으로 가입했었다. 내가 공부했던 학회가 PD계열의 모임이었고, 친했던 과선배가 '평등사회로 전진하는 활동가 연대'(이하 전진)에서 활동했었기에 나는 평등파라는 의식을 갖고 있기는 했었지만, 전진이니 해방연대니 울산연합이니 하는 것들에 대해서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파벌의 존재에 대해서는 언뜻 들었었지만, 사실 나에게 큰 관심이 되지 않기도 했었다. 지금도 그러하겠지만 당시 대학가에서 운동권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고, 평등파니 자주파니 나누기 전에 반운동권세력과 대립하는 게 먼저였었다. 그렇기에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재연이 누나가 민주노동당학생위원회(이하 민노학위) 업무를 도와달라고 하였을 때 거리낌 없이 누나를 도와 여러 활동들을 했었다.

 

 파벌문제는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처럼 이미 이전에 당권 장악을 위한 위장전입이라든지, 가짜 진성당원 그리고 셋팅 선거 등을 통해서 붉어져 나왔었다. 그러나 내가 파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북핵 문제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도 여러 차례 언급되는 부분인데 탈핵을 주장하는 진보정치세력이 '자위권'이라는 명분으로 북한의 핵을 용인하는 게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나 역시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심회' 사건을 겪으면서 많은 충격을 받었었다. 당의 정보를 북으로 넘긴 사람들을 단지 오랜 기간 '헌신'했다는 이유만으로 용서하자고 하는 그들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분당의 책임이 모두 자주파에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종북'이라는 용어를 통해 함께 동거동락한 자주파를 옭아매는 프레임을 만들고, 수구세력의 이데올로그인 조선일보와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를 해준 평등파 역시 분당에 책임이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민주노동당의 분당 이후 한국 진보정치세력의 세는 점점 줄었으며, 그 전망도 가히 좋지 않다. 물론 진보정치세력이 소수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통합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진보정치가 다시금 이 땅의 민중들에게 희망이 되고자 한다면 우리는 합의가 가능한 수준에서부터 서로 합의해 나가며 함께 새로운 길을 개척해 나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책이 기록하고 있는 것처럼 다시 함께 한다면 그 길은 수많은 갈등으로 점철된 길이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예전에 함께 불렀던 민주노동당의 당가차럼 '인간이 인간답게, 사회가 평등하게, 노동이 아름답게,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가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평등파와 자주파가 다시 통합의 길로, 한 정당 안에서 함께 나아가기는 참 힘들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니 힘든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슨한 선거연합에 따위라도 좋으니 서로가 힘을 합쳐 한국사회의 발전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다면 좋겠다라는 희망 역시 버릴 수가 없었다. 지금 중요한 건 우리끼리 싸우는 게 아니기에, 60~70년대로 회귀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진보의 가치를 함께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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