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IT산업의 멸망
김인성 지음 / 북하우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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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초로 MP3 플레이어를 개발한 나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한 나라, 이런 대한민국에게 IT 강국이란 타이틀은 매우 당연한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대한민국을 정말 IT 강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이폰과 아이패드 따라잡기에 급급한 전자기기, 페이스북에 잠식되고 있는 한국형 SNS인 싸이월드 등 한국의 IT업계는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나가기에도 버거워 보이는 게 현실이다.

 도대체 왜 한때 IT 강국을 자처하며 성장하던 대한민국의 IT업계는 선진 IT업계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일까? 저자는 그 해답을 한국사회의 '폐쇄성'에서 찾고 있다. 소비시장의 한계로 인해 해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외국인들이 우리 인터넷 사이트를 자유롭게 이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실명제법이라든지, 크롬이나 넷스케이프에서는 지원조차 되지 않는 액티브X 설치 강요와 같은 국내 인터넷의 폐쇄성이 한국 IT 업계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또한 이런 폐쇄성은 시장을 독과점하고 있는 몇몇 대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임을 강조한다.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IT업계의 발전이 가로막힌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4세대 이동통신 사업이다. 노무현 정권이 추진했던 와이브로를 기억하는가? 와이브로는 휴대폰을 인터넷 단말기로 전환하여 기존의 무선 이동전화망을 통한 음성데이터의 송수신이 아닌 인터넷 단말기를 통한 데이터의 송수신을 통해 매우 저렴한 비용과 안정된 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서비스로 이미 모든 개발을 마치고 상용 서비스에 들어와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동통신 3사에 의해 매일 같이 광고되고 있는 LTE를 강요당하고 있을 뿐이다.

 왜 이동통신업체들은 정부가 추진했고, 모든 개발을 마친 와이브로를 포기하고 LTE를 확대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단순하다. LTE가 와이브로보다 그들에게 더 많은 이윤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추가적인 설비투자 없이 지속적으로 이윤을 안겨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은 음성통화를 이동통신업체들은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 모든 기술이 준비되었음에도 이동통신업체의 이윤추구에 의해 소비자들은 더 저렴하고, 더 안정된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분명 이동통신업체를 비롯한 국내의 IT산업을 독과점하고 있는 기업들의 이런 혁신 없는 이윤추구 행위는 당장에는 그들에게 안정된 이윤을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IT업계에서 혁신 없이 영원한 이익을 창출할 수 있을까? "누군가 차고에서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것을 개발하고 있을까봐 두렵다"던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의 말을 그들은 기억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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