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마르크스적 계통과 진보적 사상을 가졌다는 사람들의 일반적 견해가 모든 인간적 사회적 현상을 '계급적인 관점'에서 이분법적으로 단정하려는 고정관념은 곤란하다는 얘기를 한 것뿐이야. ‥ 계급주의 이론으로 모든 사회현상을 재단하려는 자세는 자칫 '지적현실도피'가 아니면 '이념의 화석화' 또는 교조주의가 되지 않을까요?-245쪽
나는 언제나 개인을 합리적이고 또 이성적일 수 있지만, 무리(집단)는 극히 비이성적인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개체로서 사고 하는 인간'과 무리 속에서 '무리의 일원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인간'의 큰 차이에요. 그러니까, 어떤 민족의 역사에서도 임형이 원하는 것처럼 냉철하고 이성적인 판단과 자기절제의 현명함으로 움지여진 실례를 나는 것의 찾아 볼 수 없어요. 이것은 지성인의 바람이나 욕구와는 전혀 무관하게 걸어가는 집단적 행동의 특성인 것 같아.-267쪽
그것보다 더 큰 문제였던 것은 한국 국민의 나쁜 특성의 하나인데, 자기들을 지배하는 권력이 막강할 때는 평신저두하다가, 정권이 국민에게 자유를 주고 약한 기색을 보이면 즉시 태도가 돌변해서 제각기 자기 주장대로 행동하는 것이오. 이 때문에 민주당 아래서 이렇다 할 개혁의 성과는 없었어. 한국 민중에게 민주주의적 책임성이 없다는 것이 문제요. 그때나 40년 지난 지금이나.-284쪽
한국 국민들에게는 그런 막강한 미국에 대해서 짚신 신고 화승총 같은 것을 메고 대항한 베트남 인민이 승리했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사실이었지. 그런데 방금 내가 열거한 것과 같은 맥나마라 국방장관의 때늦은 자기비판을 듣고 보면, 하나도 불가사의한 거시 없다는 것을 깨달을 거에요. 한국인들은 미국의 물질적 힘만을 이해할 줄 알고 그것에 의존하려고만 하지, 그 물질적 힘을 제외한 나머지의 그 많은 요소와 덕성을 지닌 약소민족 인민대중이 지니는 힘을 불행하게도 이해하지 못해요. 해방 이후 반세기 동안을 오로지 미국의 사고방식에 길들여져버린 한국인들은 진정으로 강력한 인간의 사상과 힘을 모르고 있어! 이것이 한국인들 머릿속에 긴 세월에 걸쳐서 주입된 미국식 사고방식의 해독이라고!-355쪽
나는 '구체적인 상황에 구체적으로 대응하는 구체적 행동'이 현실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지나치게 섬세한, 마치 학문적인 정밀성을 자랑하기라도 하듯이 자기 자신들이 좋아하는 '이론'으로 세분화한 말들은 당면한 상황의 극복에는 다분히 비생산적인 '논쟁을 위한 논쟁'으로 비치더군 ‥ 세계의 정치개혁운동사에서, 어느 나라 경우에나 큰 공통점이 있어요. 즉 우익은 이권으로 뭉치고 좌익은 이념으로 모이지만, 동시에 우익은 이권분배의 크기로 분열하고 좌익은 이념을 지나치게 정밀화`세밀화하는 '작음'의 고질적 아집 때문에 망한다는 역사적 경험이에요. 경험적으로 그렇지 않나요?-624쪽
나는 1977년에 출판된 저서 '우상과 이성'의 서문에서 나는 지식으로서의 기본철학과 정신을 다음과 같이 천명한 바 있어. "글을 쓰는 나의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하고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물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누어야 하는 까닭에, 그것을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글을 쓴다는 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행위이다. 그것도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영원히 그럴 것이다. 그러나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행복, 사회의 진보와 영광은 있을 수 없다." 나는 손에서 펜을 놓는 날까지 이 정신으로 탐구하고 쓰고, 세상에 알릴 결심이에요.-6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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