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 경제, 공정 무역
마일즈 리트비노프.존 메딜레이 지음, 김병순 옮김 / 모티브북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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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제정치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바로 2WP 즉 War & Peace의 문제와 Wealth & Poverty의 이슈가 바로 그것이다. 냉전이 끝나고 전 세계가 War & Peace의 이슈에서 Wealth & Poverty의 이슈로 시선을 돌리면서 이전에는 외면 받았던 초국적 자본에 의한 제3세계에서의 환경파괴, 노동착취, 인권유린에 대한 비판이 증가하게 되었다. 매일 같이 정해진 일정을 맞추기 위해 학교 교육도 받지 못한 채 가족들과 함께 오랜 시간 동안 일해야만 하는 파키스탄의 아이들(p.138)과 같이 이 책에서 소개되고 있는 수많은 사례들은 초국적 자본이 그들의 이윤창출을 위해 제3세계를 얼마나 착취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제3세계의 비참한 현실은 선진국의 양심 있는 시민들에게 초국적 자본에 대한 규제를 주장하도록 만들었는데, 이에 대해 신고전학파 경제학자들이나 보수적 국제정치경제학자들은 제3세계를 위한 환경보호나 노동환경 개선, 인권보호 조치들이 저개발국가의 국제시장에서의 유일한 경쟁력인 저가의 노동력에 대한 제재가 되고, 또한 해외자본이 저개발국가에 투자되는 것을 방해함으로써 제3세계를 상황을 개선하려는 처음의 의도와는 다르게 결국 제3세계의 상황을 더욱더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하며, 제3세계의 시민들과 노동자들이 누려야 할 최소한의 환경권과 노동권 그리고 인권의 개선을 위한 어떤 행동도 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펼쳤다. 그러나 그 결과는 초국적 자본의 초과착취와 제3세계 노동자, 시민들의 더욱더 피폐해지고, 참담해진 현실이었다.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 공정무역”의 저자들은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공정무역을 제시하고 있으며, 직접 공정무역을 위해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공정무역이란 쉽게 말해서 초국적 기업은 더욱더 배불리고, 제3세계의 가난한 노동자, 시민의 삶은 더욱더 가난하게 만드는 현재의 국제통상체계를 거부하고, 공정무역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이 그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p.10)하며, 개발도상국에게 공평한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것(p.257)인데, 그 방법은 바로 최소공정가격을 제3세계의 노동자, 시민에게 제공하는 것이다.(p.25) 직접 공정무역에 관한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저자들은 공정무역을 통해서 아이들이 교육을 받고, 지역 공동체가 환경을 개선한 수많은 그렇지만 하나, 하나 너무나도 감동적인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 선보이고 있는 사례들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런 공정무역은 단순히 제3세계의 가난한 노동자, 시민들에게 한 푼의 돈을 더 쥐어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3세계의 노동자, 시민들이 직접 조합을 통해서 민주적 방식을 통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갈 수 있게 하며, 이윤에 환장한 초국적 자본에 의해 행해지는 환경파괴를 막고 친환경적인 생산방식을 유도하며, 아이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하는 것으로 진정으로 세계를 바꾸는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공정무역제품을 사기 힘들었으나 영국의 소비자들이 공정무역제품을 많이 찾아 이제는 주요 슈퍼마켓들에서 공정무역제품을 사들이고 있으며(p.184), 네슬레와 같은 초국적 기업들도 적지만 공정무역제품을 내놓고 있다(p.186)는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는 너무나도 가슴 따뜻한 이야기지만 또한 공정무역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점이라고 생각된다. 즉 공정무역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선진국 시민들의 대중적 인식과 그에 맞는 행동이 필수적이다. 역으로 말하면 제3세계 노동자, 시민들이 조합을 만들고, 더욱더 친환경적인 어떤 제품을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선진국의 시민들이 소비하지 않고 초국적 자본의 제품을 소비한다면 공정무역은 결코 이루어질 수가 없다. 또한 공정무역에 대한 수요가 높아 시장성이 높아진다면 거대 자본이 개입하게 될 것이고, 자본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점유하는 거대자본 사이의 가격 경쟁은 다시금 제3세계 노동자, 시민에게 비극을 가져다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무역은 현재의 불합리하고, 비참한 현실을 개혁하는데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이 전적으로 시장에 의존한 정책이 되어서는 그 영속성과 안정성이 담보되기 힘들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단순히 공정무역만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ODA와 같은 직접적인 지원이나 기타 국제법제도를 통하여 보완이 함께 수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인간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런 시도들은 어디까지나 선진국의 양심적인 시민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활동을 통해서 가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의 시민들 역시 이런 고민과 행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 공정무역”은 가난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제공하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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