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전쟁 -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전략
조지 레이코프.로크리지연구소 지음, 나익주 옮김 / 창비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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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의 후속편이라고 할 수 있는 "프레임 전쟁 - 보수에 맞서는 진보의 성공전략"은 진보세력이 보수세력에게 계속 패배하는 원인을 진보적 아젠다들이 보수적 프레임을 통해 해석되기 때문으로 바라보면서, 시민들이 진보적 프레임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들이 지적하는 진보진영의 문제점들에 대해서 많이 공감하였다. 특히 "확고한 사실이 유권자들을 설득할 것이고, '이성적'인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사리와 이슈를 위해 투표"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에 대한 그들의 주장은 평소에 내가 가졌던 의문에 대한 일정 정도의 답이 된 것 같다. 그 외에도 그들이 제기하는 문제점들과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서 프레임에 대한 주장은 분명 한국의 진보진영에게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 프레임이 누굴 위한 것일까?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들었던 의문이다. 저자들의 논리를 간단하게 하자면 사람은 누구나 프레임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진보세력이 보수세력을 이기기 위해서는 보수적 프레임이 아닌 진보적 프레임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너무 오버해서 받아들이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주장의 기저에는 민주주의의 가장 주요한 행위자인 '주체적' 시민을 부정하고 정치세력에 의해 '수동적'인 시민들을 가정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수세력이 그들의 프레임을 통해 이 무지하고 수동적인 시민들을 포섭하고 있으니 진보세력이 진보의 프레임으로 그 수동적인 시민들을 되찾아와야 한다는 이야기로 들렸다면 너무 심한 곡해일까? 그러나 분명 프레임의 논의 속에서는 정치집단의 논리는 있지만 주체적 개인으로서의 시민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것만 같다.

 민주주의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너무나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원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민주주의란 결국 민중(Demos)이 통치(Kratia)하는 체제를 의미할 것이다. 즉 민주주의는 민중들이 스스로, 직접 통치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렇기에 진정한 민주주의라 함은 민중들이 주체성을 스스로 확립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이 책에서 논하고 있는 프레임 전쟁은 결국 민중을 주체화가 아닌 객체화 시키고 그들을 통치하는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의 두 정치세력 간의 다툼에 불과한 내용이 된다. 물론 나는 이 책이 주장하는 많은 내용에 동의하며, 한국의 진보세력들은 이들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해 보수세력과의 경합에 있어 보다 그들의 논의가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 책이 가지고 있는 내용은 그것이 끝이다. 나는 진보라고 불리는 또는 자부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프레임을 넘어서는 고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임을 어떻게 만들어서 시민들을 포섭할 것인가를 넘어서 시민들이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떻게 주체적 개인으로서 사고하고 행동할 수 있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소위 진보를 자부하는 사람들이 꿈꾸는 '해방'된 사회가 아닌가? 물론 나의 이런 생각은 저자들에 의하면 합리주의의 덫에 빠지는 것일 수 있다. "확고한 사실이 유권자들을 설득할 것이고 '이성적' 유권자들이 자신들의 사리와 이슈를 위해 투표"한다는 순진한(?) 믿음, 물론 많은 경우 저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현실에서 느끼는 많은 모순과 불합리를 그들의 사고와 의견 그리고 투표행위에 반영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진보세력이 결국 추구해야 할 길은 바로 이러한 순진한 믿음을 현실로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족 - 여기에서 논의 되는 프레임은 단순히 정치문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많이 적용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번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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