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역사 강의
백승욱 지음 / 그린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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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체계 분석.. 나는 그것을 세계체제론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접했었다. 대학 새내기였던 시절, 정부는 이라크 파병을 결정하였고, 자이툰 부대의 출국이 얼마 남지 않았던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사람들과 함께 자이툰 부대 파병을 규탄하는 집회를 마치고 뒷풀이를 가졌었다. 그 술자리에서 유쾌하면서 진지한 선배(지금은 학생이 아니라 진짜 활동가가 된)가 미국의 이라크 전쟁이 가지는 의미를 세계체제론을 통해 이야기 했었는데 그것이 나와 세계체제론의 첫 만남이었다.

 세계체제론과의 두 번째 만남은 국제정치개론이라는 수업이었다. 국제정치의 세 가지 패러다임 중 마르크스주의에 있던 세계체제론은 겨우 다섯 줄 분량으로 짧게 요약되어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그저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선배들이 그렇게 열변을 토했던 세계체제론이 겨우 다섯 줄로 요약될 수 있는 것에 불과한 것인가라는 의문이 들었고, 세계체제론에 대해 혼자서라도 더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당시 이수훈이 쓴 『세계체제론』을 샀다. 물론 사회과학적 배경지식이 일천한 나로서는 제대로 이해도 하지 못한 채 한 장, 한 장 넘기는데 만족할 수밖에 없었고, 나중에 보다 내공(?)이 출중해지면 다시 도전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은 채, 책을 책장 한 켠에 둘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만났다. 물론 지금도 내공은 너무 부족하지만;; 여하튼  이 책은 세계체제론.. 아니 세계체계 분석으로 유명한 석학 이매뉴얼 월러스틴과 지오반니 아리기 그리고 세계체계 분석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페르낭 브로델과 칼 폴라니가 주장한 내용들과 그것들의 강약점들에 대해서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통한 미국의 세기에 대한 분석과 세계체계 분석이 가지는 함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책의 강점이라면 무엇보다도 세계체계 분석에 대한 많은 논의들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체계 분석에 이론적 기초나 그 배경 그리고 논쟁점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이 포함된 즉  간단하게 말하자면 세계체계 분석에 관한 논의들을 한 책에 다 정리한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정리를 해놓은 책인 것 같다.

 세계체계 분석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하며, 세계체계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자본주의가 가지고 있는 역사성이나 자본주의의 미래 그리고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접근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사회과학적 분석단위로서 엄격한 의미의 사회체제는 세계체계밖에 없기에 이들의 논의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창비에서 많이 이야기되는 분단체제의 문제와 관련지어서 현실의 문제를 바라다 보면 보다 현실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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