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베르크 변주곡'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언어로 연주하고 그 언어들이 다시 음을 이루는 치열하고 호기로운 음악적 텍스트로 실존 인물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를 모티프로 한 음악소설입니다. 음악이 소재이지만 음악 지식이나 음악적 경험을 앞세운 일부 예술소설의 범주를 뛰어넘는 작품으로 음을 말로, 말을 다시 음으로 변주하고자 한 가슴 벅찬 실험이자 변주곡이라는 형식을 빌려 언어들을 한껏 유희하는 호기심 가득한 작품입니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연주로 유명세를 얻은 피아니스트 '길렌 골드문트'는 유럽의 유서 깊은 음악 도시 '비히니스부르크'의 골드베르크 재단에 초청을 받아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언어로 변주해 달라는 제의를 받습니다. 피아니스트, SF 작가, 기타리스트, 작곡가, 성악가 등 각 분야 예술가들을 캐스팅한 후, 길렌 골드문트는 피아노 시대가 오기 전인 하프시코드 시대로 역진화하기를 소망하면서 댐퍼 페달을 과감히 떼어냅니다. 그는 피아노의 페달과 건반, 연주자마저 사라질 때 예술의 진정한 진화가 이루어진다고 확신합니다. 그의 노트에는 15인의 예술가의 말로 이루어진 15개의 아리아가 글로 빼곡히 적혀 갑니다. 그는 자신의 노트에 15인의 예술가를 불러내고 15인이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언어로 변주하는 동안, 이야기가 펼쳐지는 장소는 낯설어지고 이방인과 인디언, 외계인 등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이 튀어나오게 됩니다.


"여학생은 사절지 크기의 악보집을 가슴에 안고 있다. 그것은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스코어이다. 조너선은 그녀들에게 예의 바른 목례를 까딱해 보인다. 그러고는 거실 안으로 맞아들인다. 그런데도 30대 후반의 여인은 혹시 조너선이 어제에 이어 오늘도 자기네들이 올 거라는 엄마의 전언을 들었는지부터 확인한다. 엄마, 나가셨는데요. 그래, 그건 아는데, 이제 더 이상 자기가 알 바 아니라는 듯 뒤돌아선 조너선은 바지 속에서 몰래 고무공을 꺼내 들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이야기(목소리)에는 겹이 있다"라는 것처럼 발화하는 이는 사라지고 대신 그 자리에는 전혀 새로운 사람과 사물 등이 어우러져 하모니를 자아 낼 것입니다. 또한 실존 인물인 '글렌 굴드'를 모티프로 그가 창조한 가상의 예술가 15인을 통해 '골드베르크 변주곡'의 역동적이고 유쾌한 앙상블을 만끽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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