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명랑은 세계와 삶의 중요한 기미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작가입니다. 장편소설 '꽃을 던지고 싶다'를 발표하며 문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작가는 이후 장편소설 '삼오식당', '나의 이복형제들', '날라리 온 더 핑크', '구라짱'과 창작집 '입술'을 출간하며 시대의 상처와 아픔을 배꼽 잡고 웃다 뒤집어질 정도의 재미로 치유해주고 있습니다.


이명랑 작가는 1973년 서울 영등포에서 태어나 1999년 이화여대 교육대학원을 졸업했습니다. 한글을 깨우치기도 전에 만화책에 빠져들었고 한글을 알게 된 뒤로는 혼자 도서관에 가서 노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계집애들의 고무줄놀이나 공기놀이를 함께 하기보다는 놀이하는 계집애들을 지켜보거나 그 곁에 앉아 공상하기를 즐겼습니다. 지켜보고 공상하는 취미는 훗날 소설쓰기로 이어졌고 1997년 문학 무크지 '새로운'에 '에피스와르의 꽃' 외 두 편을 발표하면서 시인으로 등단한 이후 26세에 발표한 장편소설 '꽃을 던지고 싶다'로 소설가로서 작품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장편소설 '삼오식당', '나의 이복형제들', '슈거 푸시'가 있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고 저 밑바닥에서 힘겹게 생활을 일구며 살아온 사람들과 어깨를 걸고 그들의 웃음과 애환을 그리던 작가 이명랑, 그녀는 어느 날 학교로 달려가 학업과 등급이라는 칼로 제단당한 우리 시대 아이들의 어깨를 토닥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곳, 서울에 위치한 어느 허름한 여성 전용 고시텔에서 일어나는 놀랍도록 유쾌발랄한 이야기 '여기는 은하스위트'를 통해 작가는 다시 한 번 우리 시대의 상처들을 돌보게 합니다. 또한 소설집 '어느 휴양지에서'는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악몽 같은 진실에 주목하는 한편, 끝없는 굴레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문제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녀의 다양한 글쓰기는 어린이 책에도 이어져 '흥부전', '조웅전', '오늘은 촌놈 생일이에요',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등을 출간했고 어린이 잡지 '생각쟁이'에 동화 '작아진 균동이'를 연재하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휴양지에서'는 너무도 현실적이어서 악몽 같은 진실에 주목하고 끝없는 굴레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의 현실을 문제적으로 그려내어 두 눈 뜨고 현실을 직시해야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의 단면을 담은 작품들이 실려 있습니다. 작가는 배운 사람들의 세상이 아닌 가난한 사람들, 못 배운 사람들, 기댈 것 없이 헐벗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희망의 끈을 놓치지 않는 인간의 초상을 작가 특유의 웃음의 힘으로 그려냈습니다.

 

 


인터넷 웹진 연재시 누적 조회 수 140만을 넘기며 주목을 끌었던 이명랑 작가의 유쾌한 명랑소설 '여기는 은하 스위트'는 빚쟁이들에게 쫓길 때까지도 모범택시를 고집하는 철부지 '오미자 씨'와 조각 같은 외모에 여장을 하고 고시텔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아들 '황제'가 여성 전용 고시텔에 잠입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흥미롭게 엮은 작품입니다. 얼굴 몸매 어딜 봐도 애 셋 딸린 아줌마인 자칭 '노처녀', 못생기고 입이 걸어 외모와 별명의 싱크로율이 100%인 '호박욕쟁이', 거실 컴퓨터를 둘러싸고 날마다 투쟁하는 광분의 '쇼핑녀'와 도망자 '주식녀' 등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유쾌발랄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입술'은 처음으로 '영등포시장'을 문학공간으로 끄집어낸 작품입니다. 영등포에서 나고 자란 그녀에게 영등포시장은 실제 고향일 뿐만 아니라 문학 그 자체이기도 한 것입니다. 때문에 개발사업으로 재래시장들이 점점 사라져가는 '시장의 위기'는 이명랑에게 있어 '소설의 위기'와 맥을 같이합니다. 시장이 사라지면서 왁자하던 활기도 함께 빠져나가버린 탓인지 이 소설집에 실린 단편들은 전체적으로 우울하고 무겁지만 비열한 세상을 향한 적의가 아닌 주인공들의 생의 의지를 통한 세상과의 화해와 용서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주인공 빛나와 개성 만점의 친구들이 엮어 가는 '구라짱'은 작가의 이름만큼이나 명랑하고 코믹한 작품입니다. 에피소드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폭소를 일으키며 예고 문창과라는 흔치 않은 공간에 걸맞은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분위기도 매력적입니다. 글의 힘을 믿는 아이들답게 작품 합평회 시간에 글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가 하면 어쩌면 아이들을 대학에도 보내 줄 수 있는 백일장 결과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 등 예고 문창과만의 인상적인 풍경이 떠들썩한 웃음 속에 현실감 있게 묘사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