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설이다'의 작가 리처드 매드슨의 SF 장편소설 '줄어드는 남자'는 평범한 중년 남성이 어느날 점차 몸이 줄어드는 병에 걸리면서 겪는 고통과 외로움을 호러적 상상력과 결합시켜 만들어낸 SF 스릴러로서 '나는 전설이다'와 함께 리처드 매드슨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입니다. 이 책에는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름을 알리게 된 영화 '결투(Duel)'와 '환상특급, 2만 피트의 악몽'의 원작 단편 등 국내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리처드 매드슨의 대표 단편 9편이 추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어느날 바닷가에서 이상한 안개에 피부가 노출되었던 스콧의 몸에 변화가 옵니다. 184센티미터였던 키는 하루하루 조금씩 줄어들게 된 것입니다. 몸이 작아지자 직장을 잃고 아내는 잠자리를 피하게 됩니다. 어린 딸은 그를 더 이상 아버지로 여기지 않으며 가족과의 대화는 서서히 단절됩니다. 각종 언론과 이웃의 조롱거리가 되고 애완 고양이로부터 목숨을 위협받게 됩니다. 결국 아무도 찾지 못할 정도로 작아진 채 지하실에 떨어진 그는 이제 허기와 질병, 그리고 목숨을 노리는 거미로부터 살아남아야만 할 정도로 삶에 위협을 느낍니다.


'나는 전설이다'에서 인류 멸망 후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를 주인공을 내세웠다면 '줄어드는 남자'에서는 모든 것은 그대로인데 자신 혼자만 줄어드는 남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습니다. 두 주인공 모두 평범하던 인생이 순식간에 뒤바뀌고 목숨을 노리는 적들로부터 자신을 지켜야 하는 긴장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냅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본능적 성욕을 억제하지 못해 고통을 받고 대화를 나눌 상대에 집착하며 외로움에 몸부림치는 공통적인 요소들을 갖고 있습니다.


책에 수록된 단편 중 대표적인 작품인 '결투', '환상특급, 2만 피트의 악몽'에서도 똑같은 상황에 처한 남성이 등장합니다. 이는 직장에서의 압박과 부하 직원들과의 거리감, 휴식이 되어야 할 가정에서 아내와의 대화는 단절되고 아이들에게는 가까이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현대의 남성들의 뒷모습과 닮아 있습니다. 리처드 매드슨은 일상의 공포를 SF 스릴러로 만들어냄으로써 현대 남성의 공포스러운 일상을 담아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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