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람이 아니었어'로 지난 1994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임영태 작가의 작품집 '무서운 밤'은 등장인물들이 갖고 있는 어둡고 이상한 사연들로 소설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합니다. 표제작 '무서운 밤'에서 만난 초면인 이상한 여자는 자신을 끝까지 봐 달라는 이야길 남긴 채 "끼이익" 하는 트럭 바퀴의 마찰음 소리와 함께 사라져 버립니다. 오랜 시간 작품을 준비한 까닭인 지 거의 능청에 가까울 정도로 마지막의 준비된 반전들이 빼어납니다.


작가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사회적 소외감의 정체를 보다 구체적이고 폭넓게 다루어 변두리 인생들의 삶과 의식을 조망하는 데에 큰 두각을 보여 왔습니다. 소설집 '무서운 밤'에서도 부평초 같은 변두리인들의 삶의 비애를 우수 어린 풍경으로 그려내고 있지만 그 바탕에는 작가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깔려 있어 한결 돋보입니다.


또한 그의 첫 소설집인 이번 작품 하나하나에는 '낯설게 하기' 기법으로 받아들일 법한 세상을 대하는 주인공들의 특이하고도 흥미로운 시선과 절묘한 구성이 눈길을 끕니다. 특히 과감한 생략과 함축적인 문체로 인해 매우 잘 읽힌다는 작가의 미덕을 어김없이 보여줍니다.


아울러 우리가 무심해 왔던 주변의 이야기들을 통해 삶에 대한 쓸쓸함과 허무를 여실히 파헤쳐 보입니다. 화가가 직접 그린 삽화가 어우러진 이 작품을 접하면서 지금 박달재 아래 초보 농사꾼으로 텃밭을 일구고 있을 작가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본다면 독자들은 또 다른 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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