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검은 집'의 원작인 동명소설로 국내에 공포소설 센세이션을 일으킨 기시 유스케가 4년 만에 내놓은 SF소설 '신세계에서'는 작가가 대학생일 때부터 구상해 온 작품으로 기시 유스케에게 있어서 하나의 기념비가 될 만한 작품입니다. 우리에겐 공포소설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가 SF작품을 통해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는 점도 이 작품이 작가와 얼마나 밀착되어 있는 작품인지 가늠할 수 있게 합니다.


저자는 드보르자크의 제9번 교향곡 '신세계에서'의 2악장 '집으로 가는 길Going home'이라는 곡을 작품 속에 흘려보내면서 향수를 자극하는 한편 인류가 돌아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은유적으로 암시하고 있는데 결국 이 작품은 천 년 후의 신세계에서 돌아갈 곳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인간에게 이 곡을 들려줌으로써 현대사회의 인간이 돌아가야 할 곳이 어디인지를 의미하는 이중적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새로운 세계의 아름다운 낙원을 배경으로 그린 소설 '신세계에서'는 한 여인이 10여 년 전에 겪었던 끔찍하고 잔인했던 사건을 되새기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수기 형식으로 시작합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생물은 주력을 지닌 인간과 그들과 함께 주종관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하등동물 요괴쥐로 크게 구분됩니다. 그 외에 도서관생물 유사미노시로, 강인한 집게발을 가진 호랑이집게, 그리고 이엉집만들기, 큰왕털갯지렁이, 한필끈끈이 등등 현존하지 않는 미래의 동물들을 등장시키며 머나먼 미래의 세계를 완벽하게 하나의 세계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천 년의 세월 동안 인류 그리고 생물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들의 문화적인 변천사, 생물학과 동물학, 문화인류학, 그리고 철학 종교적인 이론까지 저자가 자신만의 색깔로 받아들인 수많은 지식을 방대하게 풀어내고는 완벽히 융합시켜 하나의 커다란 세계로 완성하고 있습니다.


SF, 호러, 미스테리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모든 작품을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리고 있는 기시 유스케는 30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머릿속에 간직해왔던 이 작품의 모티브를 계기로 데뷔해 오늘날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그의 모든 것이 담겨 있으며 또 지금의 기시 유스케를 있게 한 '신세계에서'가 많은 이들의 열렬한 호응과 지지를 받는 일은 당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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