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아리 작가는 중고교 시절 문학사상사 청소년문학상, 푸른작가 청소년문학상, 정지용 청소년문학상, 최명희 청소년문학상, 기독교 청소년문학상, 불교 청소년문학상, 대산 청소년문학상, 한양대 문예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대학 진학 후에도 창작에 몰두하여 천마문학상, 계명문화상, 토지 청년문학상, 중앙대의혈창작문학상 등을 수상했습니다. 2008년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다시 한 번 주목받았으며 제3회 디지털작가상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제 20대 중반으로 막 접어들고 있지만 언론에서 호들갑스럽게 붙였던 '문학천재소녀'라는 라벨은 그녀의 수상 경력으로 조금 더 부각되는 것 같습니다. 전아리는 장편소설 '직녀의 일기장'으로 제2회 세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고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로 디지털작가상 대상-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녀는 그렇게 잠시도 쉬지 않고 외다리자전거를 타는 광대의 슬픈 러브스토리와 낯익은 동네 아저씨에게 성폭행당한 소녀의 고통과 몰락한 연극배우 아버지 밑에서 자란 소녀의 날선 분노와 집나간 엄마를 향한 그리움을 꽁꽁 묻어둔 채 도벽으로 세상에 응수하는 어린 소녀의 성장기와 아내가 집을 나간 뒤 우연히 발견한 토끼 의상을 뒤집어쓴 채 토끼의 삶을 사는 사내의 삶을 우리에게 선사했습니다.

 

 

 

 

스물아홉 살 계약직 회사원 김정운의 이야기를 다룬 '팬이야'는 전아리의 신간 소설입니다. 하루하루를 무사히 살아남는 것밖에 생각지 않던 직장인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되고 제 발로 중심을 잡고 서서 자신이 주는 만큼의 사랑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회사에서 잘리고 힘겹게 한 고백이 거절당해도,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아도,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기획사와 맞서 싸우고 짝사랑 상대에게 두 번 세 번 마음을 전하는 정운의 모습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20대 여성들에게 용기를 줄 것입니다.


""나 형민 씨 좋아해요."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고 이야기하겠다고 마음먹었건만, 나도 모르게 냅다 떠안기듯 소리를 치고 말았다.
"출국하기 전에 말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형민 씨가 아직 민가을 못 잊고 있는 거 알아요. 그래도 고백이라도 하지 않으면 나까지 내 마음을 외면하는 거 같아서. 말하고 싶었어요."
언제나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 가슴이 설렐 때면, 세상에서 가장 멋진 고백의 말을 고심해보곤 했었다. 물론 진짜로 고백을 하게 될 순간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지만 말이다. 개중에는 꽤 그럴듯한 레퍼토리도 몇 개 있었는데, 정작 그의 얼굴을 마주하자 모든 서사와 은유가 증발하고 민무늬 도자기처럼 단조롭기 짝이 없는 한마디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좋아한다. 그리고 또 좋아한다.""

 

 

 

 


'구슬똥을 누는 사나이'는 정상적이어야 한다는 억압을 벗고 마음가는대로 살고 싶은 사내의 이야기이며 시대의 탈락자, 평균 이하의 막장 인생들이 하는 미지근하지만 끈덕진 사랑 이야기입니다. 괴력의 말라깽이 야설작가, 가슴이 빵빵한 미혼모 보험 설계사, 심약한 일러스트레이터, 토끼가 되고 싶은 실직자 이혼남 등 시대가 찌질이라 부르는 이들은 규격화되고 규정된 삶에서 벗어나 변칙적이고 단순한 사랑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실패자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고 찾아보면 방법도 있다고 우리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구질구질해 보이는 삶이라도
빛나는 진심과 따뜻한 친구가 있다면 감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보다 우월하진 않지만 최소한 행복합니다.
그들은 보다 뛰어나진 않지만 최소한 솔직합니다.
그들은 보다 월등하진 않지만 최소한 친구로 남아줍니다.
죽기 전에 행복을 누려야합니다.
늦기 전에 사랑을 찾아야합니다.
원래, 당신은 용감한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더운 심장이 식기 전에 용기를 보여주어야 할 때입니다."

 

 

 

 

제 2회 세계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인 '직녀의 일기장'은 열여덟 살, 직녀의 좌충우돌 고교 생활기를 담은 소설로 자신을 둘러 싼 여러 가지 고민에 빠진 청소년기를 때론 발칙하게, 때론 유쾌하게 그녀만의 톡톡 튀는 스타일로 풀어 나가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책은 큰 사건이 주를 이루는 것은 아니지만 학창시절에 겪었을 그리고 겪고 있는 이들에게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저자의 발랄하고 유쾌한 문체가 글을 읽는 내내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하는 작품입니다.

 

""너희 엄마가 허락 안하면 어떡해? 그리고 너도 애들한테 들었잖아 이런 거 돈 뜯어먹는 사기라고."
연주는 걸음을 멈추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해. 왜 자꾸 부정적인 얘기만 하는데?"
나는 고개를 젓는다. 연주는 지갑 속에 넣어두었던 매끄러운 종이 재질의 명함을 꺼내 꼼꼼히 다시 읽는다. 나는 연주 뒤통수를 툭 친다.
"그만 티 내. 니 콧대 너무 높아져서 미끄럼타도 되겠다.""

 

 

 

 

'시계탑'은 2007년 봄부터 2008년 봄까지, 청소년 문예지 '풋,'에 연재했던 '시계탑'을 단행본으로 엮은 책으로 갖고 싶은 것은 훔쳐서라도 손에 넣던 이 열한 살 소녀가 원하지만 결코 갖지 못할 것에 대한 미련을 빨리 버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은 지금 내게 그것이 없고 앞으로도 또한 없을 것임을 편히 인정하는 것임을 깨달아가며 열아홉 살, 어른의 문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 보인 작품입니다.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손에 넣는다. 물론 때로는 아랫도리가 저려올 만큼 간절히 원하지만 절대 얻지 못하는 것도 있긴 하다. 예를 들면 우리 집 개의 희고 따뜻한 털이라든가 눈꺼풀을 덮지 않고도 잠들 수 있는 금붕어의 까만 눈알 같은 것. 찰흙반죽처럼 말랑말랑한 나의 뇌를 아무리 주무르며 생각해봐도 내 것이 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곧 갖고 싶은 것들의 목록에서 제외된다. 여우의 신 포도에 관한 우화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이다."

 

 

 

 

 

그간의 각종 수상작들 중에서 직접 고른 열 편의 단편을 수록한 첫 창작집 '즐거운 장난'은 수록된 열 편의 작품들 하나하나 성격이나 직업, 환경이 전혀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주인공들의 생업 자체가 다채로운 것이 특징입니다. 그녀가 풀어내는 마이너리티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절규 없이 신음하는 자들 그들의 신음소리를 세상 바깥으로 흘려 내보내지 못하는 사람들의 조용한 복화술처럼 느껴지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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