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전아리는 중고등학생 시절 문학사상사 청소년문학상, 푸른작가 청소년문학상 등 다수의 상을 수상하며 '문학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고 대학에 다니면서 집필을 계속해 천마문학상, 계명문학상, 디지털작가상 대상 등을 거머쥐었습니다. 그리고 2010년 2월부터 6월까지 '문학웹진 뿔'에서 연재한 '팬이야'는 뜨거운 관심과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그녀의 새로운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매력적이고 개성 넘치는 캐릭터, 통통 튀는 문장, 배가 당길 정도로 웃기다가도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물이 고이는 스토리로 '전아리표'소설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 책은 우리 안에 매몰되어 있던 사랑스러운 자신을 발견하게 합니다.


스물아홉 살 계약직 회사원 김정운은 사귀던 남자가 유부남이라는 걸 알고 돌아서면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녀를 무시하고 이용하기만 하고 회사에서는 언제 잘릴지 모릅니다. 오갈 데 없는 곳에 버려진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지내던 정운은 우연히 이벤트에 당첨되어 인기 아이돌 그룹 '시리우스' 멤버들의 포옹을 받고 그날 이후 시리우스의 열성적인 팬이 되어 처음으로 무언가에 온 마음을 바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그 경험을 통해서 그녀는 자신 안에서 사랑을 하는 법과 열정을 찾게 되고 스스로에게 당당해집니다. 변해가는 그녀의 옆에 점점 매력적인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고 그녀의 인생은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이렇다 할 꿈도 목표도 없다. 남들처럼 일에 대한 욕심이나 야망이 있는 것도 아니다. 딱히 좋아하는 일이나 취미도 찾지 못했다. 자주 만나 허물없이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도 없다. 그리고 이제 유일하게 희망을 걸었던 사랑마저 끝이 났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기다리며 살고 있는 걸까. 이제껏 삶을 뒤집어엎을 만한 어떠한 모험도 해 본 적이 없었다. 무언가를 잃을까 봐 두려워서, 라고 둘러대곤 했지만 스물아홉이 된 지금에 와서 두 손을 들여다보니 딱히 잃을 만한 것도 없다. 생각해 보면 모험의 부재가 문제였던 것 같기도 하다. 내 삶에는 열정의 증거가 없었다."


이처럼 '팬이야'는 연애소설이면서 또 성장소설입니다. 하루하루를 무사히 살아남는 것밖에 생각지 않던 직장인 여성이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되고 제 발로 중심을 잡고 서서 자신이 주는 만큼의 사랑을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회사에서 잘리고 힘겹게 한 고백이 거절당해도,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를 맞아도, 좋아하는 가수를 위해 기획사와 맞서 싸우고 짝사랑 상대에게 두 번 세 번 마음을 전하는 정운의 모습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20대 여성들에게 용기를 줄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정운이 사랑과 커리어에서의 성공을 모두 거머쥐는 장면에서 후련한 만족감을 맛보는 독자도 많을 것입니다. 도시에서 아득바득 살아가는 직장인 여성 모두가 정운처럼 운이 좋을 수는 없겠지만 '나는 나 자신의 팬'이라는 마음을 잃지 않는 한 누구나 인생의 흐름을 역전시킬 수 있다고 '팬이야'는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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