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여름은 호러의 계절입니다. 지금까지도 세대를 뛰어넘어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구미호'는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KBS 2TV에서 방송되고 있는 '구미호:여우누이뎐'은 대중성과 신선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최초의 장편 드라마입니다. 원작 '구미호'의 대중적인 강점에 모성과 복수극의 보편적인 스토리 전개를 합쳐 서스펜스 호러 사극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구미호:여우누이뎐'은 인간보다 깊은 정을 지닌 구미호와 부성을 가진 인간의 딜레마가 빚어내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입니다. 인간을 사랑한 죄로 반인반수의 딸을 낳게 된 구히호는 어리고 연약한 딸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인간세상에 내려오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를 선택한 사람은 죽어가는 딸을 둔 아버지, 윤두수였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딸을 살리기 위해 산 아이의 간을 구해야 하는 남자는 구미호의 딸 연이를 죽여야만 하는 극한의 순간에 내몰리고 사실을 모르는 구미호는 가족처럼 감싸주는 남자의 모습에 마음이 열리면서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에게 또 상처받는 운명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아이고 오라버니, 어딜 갔다 오세요?"
누이동생이 밥을 차려준다며 셋째를 방으로 데려갔습니다.
"히히, 오빠 한 끼, 말 한 끼."
"누이야, 밭에 가서 고추 좀 따오너라."
"가려고? 도망가려고?"
그러자 셋째는 끈을꺼내 한쪽을 쥐고 다른 한쪽을 내밀며 말했습니다.
"이걸 잡고 가."
그러곤 끈을 문고리에 묶어놓고 도망갔습니다.

- <여우 누이>중에서

   

 

조선희 작가의 '모던 팥쥐전'은 전래동화에서 모티브만을 가져와 모던하고도 환상적인 옷을 입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중 늙지 않는 아름다운 어머니를 둔 죽은 친구가 보낸 편지를 받은 남자의 이야기 '자개함'이 있습니다. '자개함'은 여우누이의 작품을 재해석한 단편집으로 한 집안을 몰살시키는 소름끼치는 요물로 그려졌던 여우누이를 오히려 정이 많고 따뜻한 캐릭터로 표현했습니다. 사람의 입장에서 쓰여졌던 동화는 이번에는 여우의 입장으로 쓰였고 타인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정도로 피가 섞이지 않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애틋하게 그려졌습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여우 누이'에서 여우 누이는 한 집안을 몰살시키는 소름끼치는 요물로 그려지지만 조금만 생각을 달리해 여우 입장에서 바라보면 얼마든지 다른 이야기, 숨은 사연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올 여름, 두 작품을 통해 익숙하면서 아직은 낯선 '여우 누이'의 이야기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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