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가 끝난 뒤'는 세계적인 대문호 톨스토이의 중기, 후기를 대표하는 단편들을 모은 작품입니다. 전쟁을 소재로 따뜻한 인간애를 다룬 '벌목'과 '폴리쿠시카', 톨스토이 최고 걸작의 반열에 선 '무도회가 끝난 뒤', 도덕주의적 톨스토이의 사상이 뛰어나게 드러난 '위조 쿠폰'까지 모두 4편의 작품이 실려 있습니다. 창작 초기부터 후기에 이르는 반세기 동안 일관되게 나타난 전쟁과 폭력에 대한 저항의식이 집약된 이 작품집은 삶과 죽음, 사랑과 평화에 대해 고뇌한 톨스토이의 사상과 그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습니다.


'벌목'은 1852년 톨스토이가 사관후보생으로 카프카스 산악 토벌 작전에 직접 참가한 후에 그 경험을 토대로
쓴 작품입니다. 카프카스를 무대로 러시아 병사들의 삶을 새롭고 신선한 시각으로 생생하게 보여 주면서 무의미하고 잔인한 전쟁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당대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네크라소프는 "이 단편은 놀랍도록 시대의 정곡을 찌르고 있다. 엄청난 사건의 기록과도 같아 흥미로움뿐만 아니라 시의성을 담고 있다."라고 평했습니다.


'폴리쿠시카'는 강제징집 대상에서 면제된 주인공이 결국 죽음으로 이를 대신한다는 가엾은 농노의 슬픈 운명을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프스코프 현의 깊은 시골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한 이 단편은 평범하고 순박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톨스토이의 따뜻한 시선이 더욱 깊어지고 성숙해져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무도회가 끝난 뒤'는 톨스토이가 둘째 형 세르게이의 연애 사건을 소재로 단 하루 만에 완성한 작품입니다. 초로의 점잖은 대령에게 숨겨진 이중성을 충격적으로 대비시킨 이 짧은 단편은 폭력에 반대하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쳐버릴 만큼 무서운 파괴력을 지닌 폭력의 야만성과 잔인함을 극명하게 보여 주며 톨스토이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꼽힙니다.


위조된 수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불러오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악이 어떻게 급속도로 퍼져 나가는지 또 어떻게 차단되는지 그 필연의 고리를 파헤치는 '위조 쿠폰'은 악의 사회적 원인에 대해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톨스토이가 말년에 천착했던 '깨달음', '참회', '갱생' 같은 '진리 안에서의 새로운 삶'이라는 사상이 이 작품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위조 쿠폰'은 돈과 권력을 최상의 가치로 좇는 이 땅의 현대인들에게 '진리 안에서 서로 사랑하라'는 평범하지만 실현하기에는 그리 간단치 않은 문제를 곰곰 생각하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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