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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페아 공주 - 現 SBS <두시탈출 컬투쇼> 이재익 PD가 선사하는 새콤달콤한 이야기들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0년 9월
평점 :
외출하고 집에 돌아오는 늦은 밤이면 나는 가끔 하늘을 쳐다보곤 한다. 별구경을 한다고 해야할까...? 내가 사는 곳은 복잡한 서울이지만 집 근처에 산이 있어 다른 지역보다는 공기가 꽤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운이 좋으면 하늘의 별도 구경할 수 있는데 그게 참 사람을 기분좋게 만들었다. 별을 발견하는 날이면 그 별이 내게 행운을 가져다 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다른 사람들이 들으면 아직도 어리다고 웃겠지만 말이다-
이 책은 총 5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단편 소설집이었다. 평소 단편소설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였기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지만 책을 읽으면서 달라졌다. 실망감 대신 각 이야기들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으로 바뀌었던거 같다. 책 제목도 그랬지만 각 이야기의 소재가 독특했다. 그 독특한 소재를 작가는 정말 재미있고, 실감나게 풀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번 붙잡으면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끝까지 읽게되는...흡입력이 있는 책이었다. 아무래도 저자가 라디오 PD라서 그런건가..? 보이지 않는 사람을 끌어들이게 하는 무언가가 이책에 숨겨져있었다. 매력적인 저자였다. ㅎㅎㅎ
그리고 5편의 이야기들 중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를 꼽으라면 나는 <카시오페아 공주>보다는 <레몬>이라는 이야기를 꼽고싶다. 다른 이야기들도 참 재미있었지만 이 이야기는 내게 유독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던거 같다. <레몬>은 죽은 사람들을 잊지 못하는 두여자와 삶의 갈림길에서 방황을 하는 한남자의 이야기였다. 어찌보면 이들은 서로 어울리지 않은 결합같아 보였지만 이들에게 필요했던것은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아니었나 싶다. 마음을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용기를 갖고 닫혀있는 마음을 열어 조금씩 움직이는 것을 보면 말이다. 정말 용기란게 어떤 것인지 새삼 느끼고, 생각하게 했다.
이책은 단편소설집이었지만, 단편으로 다루기에는 무척이나 아깝다는게 이 책을 읽고난 후의 솔직한 내 심정이었다. 지금까지 읽어온 소설과는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 저자 이재익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들고 찾아올지 기대된다. 그나저나 이 책이 단편영화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느낌일까..? 살짝 상상해본다. 워낙 독특하고 재미난 이야기였으니깐 말이다. ㅎㅎㅎ
사실, 나는 알고 있었다.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환경에서 태어나 어떤 학교를 다니고 어떤 친구를 사귀고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살아가는 건 길을 걷는 것이다. 길 양 옆으로는 고속도로 중앙 분리대보다 더 두터운 보호벽이 높이 서 있다. 보호벽은 주위 사람들의 기대와 '어떤 것이 정상적인 것인지를 판단하는' 여행자의 고정관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길을 걸으면 걸을수록 보호벽은 점점 더 두터워진다.
문제는 보호벽이 인도하는 방향이 여행자의 진싱한 욕구와 언제나 일치하는 건 아니라는 데 있다. 보호벽이 조금이나마 약해지는 곳이 바로 갈림길 앞이다. 물론 보호벽은 '진실한 욕구'가 아닌 '정상적인' 길 쪽으로 발걸음을 인도한다. 보호벽을 부수는 데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P.183-1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