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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경의 치유의 말들
박주경 지음 / 부크럼 / 2020년 9월
평점 :
KBS 뉴스 앵커라는 현직 때문에 오히려 글의 빛이 가려지는 게 아쉬운,
(그런데, 그러면서도 또 그 얘길 안 할 수는 없는 이 아이러니..-_-;;;)
박주경 작가님의 <치유의 말들>을 읽었어요.
전작인 <따뜻한 냉정>도 워낙 잘 읽어서 주저없이 다음 책도 읽어보았는데요.
<따뜻한 냉정>에 비해 차분해진 느낌이에요.
<따뜻한 냉정>의 유머 코드가 저랑 잘 맞아서 아주 웃기게도 읽었는데
이번 책은 '웃김'은 살짝 빼고 '조심스러움'이 더 가미되었어요.
두 책 모두 '감동'은 당연히 피자 도우처럼 깔려 있고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조심스러움'이란, 작가님의 자기 반성과 성찰, 그에 따른 겸손인 것 같아요.
언론인으로서 말과 글이 지닌 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작가로서 글과 책의 홍수 속에 더해지는 자신의 글이 가질 가치에 대해 고민한 결과,
조심스럽게 이 책이 나왔어요.
책 표지의 저자명 표기도 '박주경 건네다'라고 되어 있는 게 예사로 보이지가 않더라고요.
그 위에 눈물 한 방울도요.
책이 나온 시기도 그렇잖아요.
작가님은 '모두가 아픈 해'라고 하셨는데,
작가님 인스타그램에서 그 말을 본 이후 계속 가슴에 남았어요.
모두가 아픈 해.
모두가 아픈 해.
정말 올해는.... 그렇죠.
모두가 환자.
그런데 사실 저는 위로, 위안, 힐링... 이런 말 싫어해요.
아주 지긋지긋해요.
위로하고 위안을 주고 힐링이 된다는 책이 너무너무 많아서요.
아마 최근 몇 년 동안 인기 있었던 에세이의 광고를 모아보면 저 단어 없는 게 드물 거예요.
저는 좀 우습더라고요.
그렇게 상처 받은 사람이 많다면 그 상처는 누가 주었다는 건지.
왜 상처 받은 사람만 있는지.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다면 분명 그 수만큼 상처를 준 사람도 있을 텐데,
왜 내가 가해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나.
사람들은 다들 내가 받은 상처만 중요하고 내가 준 상처는 생각도 않는 건가.
가해자는 없고 피해자만 가득한 현실이 말이 되나.
그리고 위로와 위안을 준다는 수많은 책들.
실체와 알맹이는 없고 듣기 좋은 예쁜 말만 가득한, 포장지 예쁜 빈 깡통 같은 책들.
고작 저런 책으로 위로 받을 수 있는 정도의 상처라면 굳이 상처라고 할 것도 없지 않을까.
그런 책을 쓴 저자들.
대체 자기가 뭐라고 상처 받은 사람들을 위로한다고 저럴까.
타인을 위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가만히 들어주는 거라면서 왜 책을 '써서' 말을 할까.
.... 저는 그렇게 생각하는데,
결론적으로 박주경 작가님 책은 그렇지가 않아서 좋아해요.
뜬구름 잡는 책이 아니에요.
독자를 가르치려 들지도 않고요.
그냥 본인이 경험한 이야기를 하시고, 자신과 지인의 이야기를 하세요.
그런데 그걸 읽다보면 자꾸 눈물이 나네요???
카페에서 이 책을 혼자 읽는데 자꾸 눈물이 나서 어찌나 민망했던지. ^^;;;
결정적으로 저는 이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데요.
그건 제가 평소 늘 마음에 품고 다니는 말을 이 책에서도 작가님이 해주셔서요.
그 말은 영화 <인터스텔라>의 포스터 문구이기도 한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랑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에요.
희망적이지 않은 상황일 땐 첫 번째 문장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땐 두 번째 문장을 되새기곤 하는데
그 말이 책의 띠지에도, 본문에도, 맺음말에도 나오니 그때마다 따뜻한 용기를 얻었어요.
그리고 몇 번이나 '지금' '여기'를 강조하시던 글도요.
요즘 제가 읽은 여러 책에서 비슷한 걸 느꼈거든요. 카뮈의 <페스트>에서, 황석영의 <철도원 삼대>에서. 결국 이 세상을 움직이는 건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 하는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거.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지금' '여기'에서 진심을 다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박주경 작가님도 '니 생각이 옳다' 해주시는 것 같았어요.
떠도는 마음을 붙잡을 수 없었던 2020년.
한해가 저물어가는 이때, 이 책을 꼭 읽어보기시를 모두에게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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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