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1~3 세트 - 전3권
류츠신 지음, 이현아 외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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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삼체시리즈 삼체원작 <삼체> 전권을 다 읽었다.




지난 일주일 정도 삼체에 빠져 살았던 것 같다.

새벽 1시까지 삼체 읽다가 자고 다시 4시에 일어나 삼체 읽고 출근한 날도....


처음 삼체원작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넷플릭스 삼체시리즈를 본 후였다. 

(그렇지 않았으면 이 두꺼운 책을 읽을 생각도 안 했을 듯ㅋ) 


인기 있는 드라마라는데 8부작밖에 안 되길래 덥석 봤는데 

이게 완결이 아니라 시즌1일 뿐이라고... ㅡㅡ;; 

뒤가 너무 궁금하잖아.


뒤가 너무 궁금해서 읽기 시작한 삼체.

삼체는 총 세 권인데, 문제는 뒤로 갈수록 책이 두꺼워진다는 것.


등장 인물이 많아서 이름 안 까먹으려고 정리하며 읽었는데 1부는 그냥 인물 관계도 수준이었는데 2부는 인물에 설명이 붙으며 좀더 내용이 많아지고 3부는 메모한 것만 A4 용지 세 장이 넘었다. 

정리하니 두 장으로 줄었지만.



그만큼 방대한 양이었고 담겨 있는 내용과 메시지도 대단했다.

그리고 느낀 점은, 역시 원작을 따라올 영상물은 없다는 것.ㅋ

소설이 훨씬훨씬 재미있다!!!!


넷플릭스 삼체시리즈와 전체적인 틀은 같지만 사건과 인물이 '헤쳐 모여'한 것처럼 원작의 여러 인물이 섞여 있기도 하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기도 하고 설정이 다르기도 하다.


​삼체시리즈에서는 물리학자 베라 교수가 자살을 하고,

베라의 제자 5인방이 주축이 되는데.


삼체원작에서는 중심 인물들이 서로 다 모르는 사이.

1부에서는 드라마의 오기에 해당하는 '왕먀오'를 주인공으로,

2부에서는 드라마의 사울에 해당하는 '뤄지'를 주인공으로,

3부에서는 드라마의 진청과 윌에 해당하는 '청신'과 '윈텐밍'을 주인공으로  한다.

(잭에 해당하는 '후원'은 3권에 잠깐 등장)


원작을 보고 나니 드라마가 이해가 된다.

드라마 보면서 대체 저들의 역할이 뭐지? 왜 다섯 명이나 필요하지?(오기랑 진청 말고는) 별로 하는 게 없는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게 소설 1, 2, 3부의 주인공을 한번에 모아 놓아서 그런 거였다. 


​그리고 작품 속 세계관을 적용해도 드라마에서 도저히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던 부분(예를 들어, 타티아나는 어떻게 인간인데 CCTV에 잡히지 않고 밖에서 보이지 않게 살인을 하고 덩치 큰 남자를 쉽게 제압하는지 등)도 이해가 됐다. 그건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인데 새로 만들어 넣어서.


드라마는 빠른 스토리 전개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생략되거나 축약된 장면이 많은데 원작을 읽으니 사건의 전후도 인물의 심리도 훨씬 이해가 잘 됐다.


드라마가 책보다 나은 것도 물론 있다.

소설이 묘사하는 것을 시각적으로 바로 보여준다는 것.




​삼체 게임 속 세상의 모습은 읽는 것보다 보는 게 즉각적이니.

삼체 인간이 탈수 되고 입수 하는 모습도 정말 잘 구현된 것 같다.

나노 섬유를 이용해 심판일 호를 자르는 장면도 너무 시각화가 잘 되었다.

(훨씬 잔인한 설정이라는 게 무섭지만 ㅠㅜ)


드라마 삼체시리즈 시즌1은 원작 소설의 1부가 주요 내용이고

2부와 3부를 위한 밑밥이 조금 깔려 있는 정도.


소설을 읽어보니 그 밑밥이 정말 어마어마했다.

차근차근 빌드업이 되어 3부에서 윈텐밍이 청신에게(인류에게) 해준 것을 보며 감탄사 연발


그러니 삼체시리즈의 결말이 궁금하신 분들은 당연히 원작 소설을 읽기를 권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것이며

(드라마 관계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드라마보다 백배 재미있을 거다.


​나는 본투비문과라 삼체 소설에서 설명하는 그 많은 과학이론을 전부 이해할 순 없었지만

물리학, 항공우주학 원리를 다 알지 못해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SF소설이다.


이렇게 긴 시간과 이렇게 넓은 공간을 다룬 소설이 또 있었을까.

읽기를 마친 후 긴 한숨을 몰아쉬었다.

그 방대함과 장대함에 먹먹하고 아련...

이 책을 읽고 나면 일상사가 사소하게 느껴진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감상평이 정말 공감된다.


인간은 우주에서 얼마나 작고 하찮은 존재인지.

그럼에도 지구의 문명을 남기고 인류를 존속시키겠다는 인간의 의지와 노력과 사명감에 경외심을 느끼게 하는 소설이었다.


#삼체원작 #SF소설 #삼체 #삼체시리즈 #류츠신 #자음과모음 #리뷰어스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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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딸이 왕따 가해자입니다
시로야기 슈고 지음, 정지원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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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자식이 어떤 사건의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각성하게 된 것은
몇 년 전 군 폭행 사망 사건을 보도한 기사의 댓글에서였다. 
아들 가진 부모라면 당연히 그러하겠지만, 이렇게 무서워서 내 아들 군대 보낼 수 있겠느냐는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눈에 띈 글 하나.

"모두가 다 자기 자식이 피해자 될 거라는 걱정만 하네?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하고?"

그렇구나.
그때부터 양쪽에 균형잡힌 생각을 하려고 노력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게 가장 좋겠지만,
벌어진다면 내 아이가 피해자가 될 수도,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그건 꼭 군대가 아니어도,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시로야기 슈고의 <내 딸이 왕따 가해자입니다>는 그런 마음으로 읽긴 했지만
균형잡힌, 객관적 시각으로 읽기는 어려웠다.
이 책을 읽을 때는 나는 이미 (외부적으로는) 경미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심각한 사건들의 경험자가 되어 있었으므로.

아이가 내 품에서 점차 활동 반경을 넓히며 벗어나기 시작하고,
'학교'라는 사회 집단 안에 들어갔을 때부터 피해자가 되느냐 가해자가 되느냐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것이다. 

책에서는 초등학교 5학년 마바 고하루와 아카기 마나가 등장한다. 두 아이는 친한 친구였는데 사이가 멀어지며 한 명은 왕따 가해자, 한 명은 왕따 피해자가 된다.

만화 형식으로 가해자는 초록색, 피해자는 분홍색으로 표시되어 양쪽의 입장을 번갈아 보여준다.

이 책은 왕따 사건에 예방법도 대처 방안을 알려주는 건 아니다.
다만 양쪽의 입장과 상황을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생각해보게 한다.

내가 이런 입장이면 어떨까?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가 가해자라면 나는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아이가 피해자라면 나는 부모로서 어떻게 해야 할까?

앞서 잠깐 얘기했듯이 나는 이미 경험자다.
내 경험에 비추어서도 정말 많이 생각했다.

정답은 없다.
그 어떤 사건도 똑같지 않으며 거기에 얽혀 있는 많은 사람들 또한 그 누구도 같지 않으니까.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누구든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가 될 수도 있고
가해자가 다시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어떠한 사건을 이야기할 때 논외였던 중요한 사람도 있다.

바로 '방관자'
내가(내 자식이) 피해자가 아니니까
내가(내 자식이) 가해자가 아니니까
남 얘기로 치부하며 쉽게 떠들고 퍼트리는 사람들.

그들도 당연히 예외는 아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에서.

다시 한 번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일이 터지면 다시 우왕좌왕하겠지만 이건 꼭 기억하려 한다.

사과는 가해자의 의무이지만
용서는 피해자의 선택이지 가해자의 권리가 아니다.

#내딸이왕따가해자입니다 #학폭 #학교폭력 #학교왕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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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저녁의 연인들
서윤빈 지음 / 래빗홀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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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어떤 모습일지, 

누가 무엇을 상상하든 그것과 같지 않겠으나 또 완전히 다를 것이라고 단언할 수도 없기에

미래 사회를 그린 소설을 읽을 때는 설렘 반 걱정 반의 마음이다.


서윤빈 작가님의 장편소설 <영원한 저녁의 연인들>에서 그리는 미래 사회는 이렇다.


두피에 버디라는 이름의 확장된 두뇌 같은 소프트웨어를 새겨 컴퓨터 수준의 기억력과 연산 처리 능력을 가지고 있고 육체를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그리고 신체 기관을 임플란트처럼 갈아끼워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며 몇 백 년이고 살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임플란트 장기는 정기 구독을 해야 하는데, 이 구독료가 개인의 나이와 건강 상태에 따라 누진적으로 상승한다. 처음에는 모두가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고 누진1단계까지도 감당 가능한 수준. 그러나 누진2단계부터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현재의 '재벌' 수준이 아니고서는 유지가 불가능하다. 문제는 이 단계가 국가가 정해놓은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 그것은 정치적인 문제였다.


54p. 이 나라는 전통적으로 가점은 적고 감점만 수두룩하다. 부당한 생명 정치라고 반발하는 이들이 없었던 건 아니나, 늘 그렇듯 그건 반발하는 이들이 바르게 살지 않은 탓이라고 비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게 컸다. 


55p. 과연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재건하는 데는 반세기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특유의 성과주의와 능력주의에 물든 국민 정서를 바꾸는 데는 그 두 배의 기간을 들이고도 실패한 나라 다웠다. ...(중략)... 물론 양쪽 다 밑바탕에는 구독료 폭탄을 맞는 건 그 개인이 제대로 살지 않은 탓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성과주의와 능력주의가 만연하고 사회적 책임을 개인에게 돌려 불행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돈이 모든 결정의 기준이 되는 것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 섬뜩하지 않은가. 소설은 상상의 세계인데, 그 속에서도 미래 사회는 지금과 똑같다.


주인공 유온의 직업도 그렇다. '가애'라고 불리는데, 가애는 임플란트 장기 유지 비용을 낼 수 없어 곧 죽음이 예정되어 있는 사람을 찾아(그들은 '수애'라 지칭) 연인이 된 후 유산을 받아 금전적 이득을 취한다. 가애는 소설 속 미래 사회에만 등장하는 직업이지만, 잘 생각해보면 예전에 많았던 '제비' 비슷한 거 아닌가. 돈은 있지만 의지할 데 없는 외로운 사람의 심리적 약점을 공략하여 마음을 속이고 돈을 얻는, 비열하고 치졸한 직업. 제비라는 명칭만 바뀌었을 뿐 예전 아니라 지금도 있을 법하다.


​그러니까 아무리 세월이 흐르고 기술이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이 소설이 슬프고 아름답다.

변하지 않는 것은 국가 권력, 자본주의, 생명 경시, 개인주의만이 아니다.



214p. 하지만 아픔은 절대 극복되지 않는다. 다만 썩을 뿐이다. 시간이 아픔을 이기는 것처럼 보이는 건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연스럽게 악취가 나는 것들에게서 멀어지기 때문이다.


229P. 어릴 때였으면 100년 넘게 살았으면 삶에 별 미련이 없지 않겠냐고 말했을 것이다. 그러나 삶은 살아도 살아도 아쉬움뿐이다. 구체적으로 뭐가 아쉬운지도 모르는 채 그저 아쉬웠고, 억울하기도 했다. 


251p. 지금껏 내가 만난 사람들은 죽기 전에 어떻게 그렇게 열정을 불태웠던 걸까. 막상 죽음에 바짝 다가서니 그 무엇에서도 의미를 찾거나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웠다. 그렇게 많은 시체를 봤는데도 나는 아직도 죽음에 익숙해지지 못했다. 


슬픔도, 아픔도,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도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랑도.


​사람은 아무리 외면하고 무관심한 척해도 본질적으로는 사랑을 그리워하고 사랑을 원하고 사랑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 것 같다.


이 책은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아니라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SF소설 #디스토피아 #미래 #서윤빈 #영원한저녁의연인들 #영원한저녁의연인들_서윤빈 #래빗홀클럽 #래빗홀클럽_영원한저녁의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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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이 그 말이에요 - 오늘 하루를 든든하게 채워줄, 김제동의 밥과 사람 이야기
김제동 지음 / 나무의마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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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 님의 신작 에세이 <내 말이 그 말이에요>를 읽었어요.


<그럴 때 있으시죠?> 이후 8년 만의 공감 에세이라고 하는데요.

저는 그 책은 못 읽었고 헌법 이야기인 <당신이 허락한다면 나는 이 말 하고 싶어요> 이후 6년 만에 읽는 김제동 님의 책이에요.


이번 책에서는 김제동 님이 방송을 쉬시면서(?) 먹고 사는 데 집중하는 삶 이야기, 반려견 탄이를 만나고 같이 살게 된 이야기, 중고등학교 강연 봉사에서 만난 아이들 이야기 등을 만날 수 있어요. 


김제동 님 책의 특징은 읽으면 자연히 음성지원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거예요.ㅎ

읽는 게 아니라 말을 듣는 것 같은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어요. 이번 책 역시도 김제동 님만의 유머 감각까지 그대로 전해져서, 슬며시 웃으면서 책을 읽었어요.


책 읽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것은 '동질감'이었어요.


연예인이 아닌 사람 입장에서는 연예인은 딴 세상 사람 같고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 같잖아요? 그래서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볼 때면 상대적 박탈감에 화가 나기도 하고요. 단순히 그들이 돈을 많이 벌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돈 많이 버는 직업이 연예인만인 건 아니니까요. 제가 화가 나는 포인트는 '저렇게 잘 풀리는 인생들은 대체 고민이 뭘까?'라는 거예요. 연예인도 힘들다는 말은 별 공감은 안 돼요.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 있나요. 소방관은 안 힘든가요? 경찰관은요? 자영업자도 직장인도 힘든 건 다 힘들죠. 다들 힘든 일을 하는데도 연예인들은 일을 통해 얻는 성과가 유난히 크다는 것이 제가 화가 나는 이유인 것 같아요. 


​그런데 김제동 님도 '딱히 잘못한 게 없는 것 같은데 뭔가 잘 안 된'다고 하네요. 요즘 딱 제가 그래요. 나는 제대로 해낸 일이 없다, 일이 안 풀린다, 실패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운데, 어찌됐건 나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는, 성공한 연예인도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이 의외였어요. 이래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고 한 건가요. 뭐 물론 지금 사는 모습은 당연히 다르겠지만 표면적인 모습 외에 속으로는 비슷한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에서 조금 동질감이 느껴지더라고요.


내가 누구인지를 자문한다는 것도요. 김제동 님은 사람들은 누구나 이 질문을 품고 산다고 생각하신다는데, 저는 품고 살다가... 이젠 묻기를 포기했어요. ㅋ 아무리 생각해도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어요. 이 질문에 대한 제 결론은 '내가 어디서 왔든 어디로 가든 그냥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자'입니다. 


대신 저 결론에도 하나의 조건은 있어요. 가는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 몰라도(아, 죽음 빼고. 최종 목적지는 당연히 죽음이잖아요) 가려는 곳의 방향성은 정해져 있어요. 아이 엄마가 된 후,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40대를 넘어가면서 자연스럽게 결정짓게 된 제가 가야할 방향은 '어른'입니다.


제동 님도 책에서 끊임없이 계속 이야기하고 있어요. '어른'에 대해서.

과거 경험을 통해 바른 '어른'의 모습을 생각하고, 지금 아이들에게 그런 '어른'이 되고 싶다고요.

저의 인생 화두입니다.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다. 

그러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릴 때는 책을 재미로 읽었지만 요즘 제가 읽는 책, 그 중에서 유난히 신경 쓰고 관심을 기울이는 책들은 바로 다 어른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책인 것 같아요.


​제동 님은 나이 어린 세대를 편들어 주는 세대가 되고 싶다 하셨어요.


제가 생각하는 어른이란 나이와 경험을 무기로 이제 막 자신의 삶을 시작하려는 젊은이들의 기회를 빼앗지 않는 사람,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이곳을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드는 데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나는 나의 어른들에게 많은 걸 빼앗겼지만

(지금의 '헬조선'을 만든 게 누구인가요.)

나는 그런 비열한 어른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합니다.


제가 김제동 님, 허지웅 님을 좋아하는 이유도 다음 세대를 걱정하며 지금의 아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말씀을 하시기 때문이라는 걸 새삼 깨달았네요.


김제동 님 팬클럽 이름이 베드로래요. 예수님을 세 번 부인한 베드로처럼, 김제동 팬임을 부인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는데요.ㅋ


팬클럽 회원만 팬이 아니라는 것을 꼭 아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팬클럽 회원이 아니지만 분명 김제동 님 팬입니다.

다른 사람이 김제동 팬이냐고 물으면 부인하지 않을 것 같아서

저는 '베드로'는 아닙니다만 제동 님 팬임을 암호로 증명해야 한다면 말할 수 있어요.


​베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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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아름다운 기분
우아민 지음 / 무니출판사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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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민 작가님의 <어딘가 아름다운 기분>을 읽었다.

'제주 동쪽 마을에서 펼쳐지는 상실, 은둔 그리고 삶을 구하는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이라는 정보만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상실이라고 해서 죽음으로 인한 이별을 생각했는데.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었으나 그 이유가....


'내가 사랑한 사람이 나를 가해한 사람이 되는 것(22쪽)'이라는 표현이 그저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는 비유적 표현이 아니었다. 경찰, 검찰, 훈계, 벌금, 처벌, 변호사, 법원 등의 어휘를 보면 분명 범죄 피해를 입고 헤어졌다는 것인데, 그 이후의 감정이 슬픔이라는 것에 놀랐다. 분노나 배신감이 아니라.


작가님은 슬픔이 '걷고 있으면서도 길을 잃은 듯한 마음이 드는 것(11쪽)'이라고 하셨다.


사랑하는 사람이 내 삶의 길을 인도해주는 존재였다면,

사랑하는 이의 부재는 길을 잃은 듯한 마음이 맞는 것도 같다.

그렇다면 이별은 그 원인에 상관없이 슬픔이겠다.


깊은 슬픔을 견디지 못해 제주로 '은둔'했다고 하셨지만,

책을 읽고 나니 견딜 힘이 없이 약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누구보다 강하고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인 것 같다.


만약 나였다면 이런 상황에서 분노와 배신감에 자기파괴적인 생활을 했을 것 같은데

분노와 배신감은 이별의 원인에 집중, 곧 상대에 생각을 집중하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이 아닐까. 슬픔은 내가 믿는 이의 부재가 주는 감정, 다시 말해 나의 상태에 집중하기 때문에 생기는 감정인 것 같고.


그래서 가만히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제주의 은둔 생활이 슬픔을 잘 이해하고 이겨낼 수 있게 만들었던 것 같다. 작가님은 이 글이 애도 일기라고 했다. 애도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한다는 뜻인데, 나는 작가님의 애도는 슬픔을 지워가는 과정으로 읽혔다. 그래서 슬픔의 죽음을 이해하는 과정이라고.


그러니 아름답지 않을 수가 없다.

슬픔이 머문 자리를 희망으로 채우려는 마음,

사랑이 떠난 자리에 절망을 채우지 않고 다시 사랑으로 채우려는 마음이 아름다움이 아니고서야 뭐라 할 수 있나.



📌 어떻게 사랑을 미워해야 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모르는 건 사람을 두렵게 하니까 조금은 알 것 같은 사실을 믿기로 한다. 사람이, 사랑이 그렇게 단순한 색일 리 없다. 23쪽


📌 나는 내가 잃었다고 생각한 마음들이 살아야 할 땅의 색으로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삶에는 변덕의 몫이 있어야 한다. 74쪽


📌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잘라도 계속 자라나는 머리카락이라면, 누군가와 이별하는 일은 집안의 어디에나 머리카락이 있는 것이다. 결국 같은 뿌리를 가져서 잡아당기면 아플 뿐이다. 126쪽


📌 이름이 정해진 불행과 처지를 달라지게 할 수 있는지 경험한 적은 없다. 운명이 등 뒤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짐작한 적도. 그러나 삶을 사랑하는 법을 잊어버렸다고 느꼈을 때, 나는 비로소 삶이 말을 걸어 온다고 느꼈다. 136쪽


#에세이 #우아민 #어딘가아름다운기분 #무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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