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페스트 (초호화 스카이버 금장 에디션) - 1947년 오리지널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알베르 카뮈 지음, 변광배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읽었어요.

이 책은 즐겨보던 TV 프로그램인 <책 읽어드립니다>에서 설민석 선생님의 강연으로 내용은 알고 있었는데, 책으로 읽으니 줄거리를 듣는 거랑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외국 문학을 읽는 거에 좀 어려움을 느끼는데 이 책은 아주 잘 읽혔어요.


정말 놀랍게도, 요즘 시기에도 정확히 들어맞는 책이잖아요.

코로나 발생도 아무도 몰랐지만, 그게 이렇게 오래 갈 거라는 것도 아무도 몰랐고요.

예상밖의 오랜 펜데믹 시기를 겪으면서.. 그 느낌을... 저는 '임시 거주 하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표현했어요.

뭔가 딱 이거다! 할 수 없이 내일을 계획할 수 없이 그냥저냥 대충 사는 것 같은 기분이랄까. 영화 <아비정전>에서 아비가 말하는 '발 없는 새' 같은 느낌이랄까.


그런데 이 책에서 너무 딱 맞는 단어를 봤지 뭐예요.


"그래서 그들은 심연과 절정의 중간에서 좌초되어, 산다기보다는 부유(浮遊)했다. 방향 없는 날들과 쓸데없는 추억에 내던져져, 고통의 흙 속에 뿌리를 내리는 것을 받아들여야만 힘을 얻을 수 있는 그런 방황하는 망령들이었다.(95~96쪽)"


 원어로도 '부유'라는 뜻의 단어를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 문장을 읽으니 어쩜 이렇게 딱 지금 우리의 상태를 대변한 것 같던지. '방향 없는 날들과 쓸데없는 추억'이라는 표현이 정말 너무 적절해서... 무서웠어요.


이제 지금 쓰인 소설도 아닌데.....


흔히 '세계 명작'이라고 부는 작품들이 시대를 초월해서 읽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데 있구나!라는 걸 처음 느꼈어요. 어느 특정 시기, 특정 사건에 국한된 게 아니라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그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심리나 관계의 모습, 인간의 행동이 보편성을 지니고 있다는 거.


그래서 언제 읽어도 지금의 나 또는 현재 상황을 대입 시켜 생각해볼 수 있다는 거요.


처음 페스트가 퍼지기 시작했을 때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결국 그것을 인정하는 전보의 문구에도 소름이 쫙~!


"페스트 사태를 공표하라. 도시를 폐쇄하라." (85쪽)


우린 아직 끝나지 않은 전염병 사태에 살고 있죠. 그래서 이 책을 통해 앞으로의 변화도 조금 가늠해보았는데요. 


 결국 끝나겠죠. 언젠가 끝은 날 거예요. 그럼 사람들은 다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생활할 테고요.


"그들은 자명한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살마이 파리처럼 죽어 나가던 어처구니없는 세상이, 그 분명한 야만성이, 페스트의 치밀한 광기와 소름 끼치는 자유(감금)가, 아연실색하긴 했어도 죽을 정도는 아니었던 화장터의 냄새가, 지금 여기 어디에 있느냐고 태연하게 반박하고 있었다.(376쪽)"


그래서 더욱 무서워요.


"페스트 간균은 결코 죽거나 사라지지 않고 수십 년간 가구나 옷 속에서 잠들어 있을 수 있어서 방, 지하실, 짐 가방 ,손수건, 폐지 속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리다가 사람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쥐들을 깨워 어느 행복한 도시로 보낼 날이 분명 오리라는 사실을 말이다.(391쪽)"


카뮈도 말하듯이, 페스트는 분명 어떤 모습으로든 다시 우리를 찾아올 거라서요. 그게 꼭 전염병이 아니더라도 전쟁으로, 종교로, 극단적 애국주의로, 환경 파괴로, 이기주의로, 차별로....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할 거예요.


그때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의사 리외, 그랑, 타루, 기자 랑베르, 신부 파늘루......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냄으로써 카뮈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


 책의 내용도 물론 좋았지만, 책 표지가 진짜!

요즘은 책도 왜 이리 예쁘게 나오는지요.


더스토리의 초판본 시리즈를 원래도 좋아하긴 했지만(이미 여러 권 소장하고 있어요.ㅋ)

이 책은 정말 그 고급스러움이 남달라서 책을 손에 들고 있는 내내 기분이 좋았어요.


책장에 꽂아두기만 해도 정말 멋있을 것 같지요?

선물 받은 맥주와도 깔맞춤이 제대로라 절로 술을 부르는 책이었네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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