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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있다는 것 (양장)
김중미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평점 :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김중미 작가님이 <곁에 있다는 것>으로 다시 소외된 이들의 가치 있는 삶을 우리 곁에 들고 오셨어요.
인천 은강구는 한때 공업 중심지였으나 사회가 변하면서 많은 사람들은 신도시로 이사하고,
신도시로 옮길 경제적 여력이 없었던 사람들이 남게 된 퇴락한 동네예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배경이 되는 도시이기도 하답니다.)
이곳에는 이주 노동자, 장애가 있는 사람, 부양가족이 없는 노인, 성년이 되어 보육원에서 나온 사람.... 가난한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요.
세 친구 지우, 강이, 여울이도 은강에 살아요.
은강방직의 해고 노동자인 지우의 이모 할머니는 아직까지 싸움을 하고 있고 지우는 그런 이모 할머니의 삶을 소설로 남기고 싶어해요.
강이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치킨집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며 간호조무사의 꿈을 꾸고 있어요.
여울이는 은강을 벗어나기 위해 교대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지우의 이모 할머니도 그렇지만 이 세 명의 엄마들도 평탄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지는 못했는데요.
이모 할머니와 엄마들의 삶은 우리나라 경제 부흥기의 노동의 역사와 흐름을 같이하고 있어요.
세 아이들의 현재 상황과 어머니들의 삶, 이모 할머니의 삶을 교차로 읽으면서
저는 이 작품이 가난이 대물림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고발이나 끊을 수 없는 가난의 고리에 대한 절망을 이야기하는 소설인 줄 알았어요.
지우, 강이, 여울이뿐만 아니라 수찬이, 영민이 등 주변 인물들도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고 앞으로도 가난을 벗어나긴 어려워보이잖아요?
그런데 제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더라고요.
은강에 쪽방 체험관을 만들어 가난을 관광 상품화하려는 정책이 발표되자 이들은 바로 분노하고 연대하고 행동해요.
이모 할머니가 그랬듯이, 엄마가 그랬듯이 지우, 연우, 강이, 여울이, 한울이는 맞서 싸웁니다.
대물림되는 것은 가난만이 아니었어요.
날카로운 비판 정신과 강한 실천력도 대물림되었지요.
정책에 반대하는 자신의 의견을 정책 폐지로 관철시키는 이들을 보며 정말 많은 생각을 했어요.
가난한 사람들을 불쌍하게 보는 것이 단지 측은지심에서 나오는 인간애가 아니라
그들의 삶을 존중하지 않는, 또 다른 방식의 '폭력'이었다는 것을.....
그동안 저는 얼마나 폭력적인 시선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있었던 걸까요.
지우, 강이, 여울이는 가난한 집안 형편에 불만을 가지고 부모님을 원망하지도 않았고
가난하다고 절망하지도, 가진 자를 질투하지도 않았어요.
함께 모여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자신들을 지켜내는 길이라는 것을 체득해가고 있었어요.
저보다도 훨씬 건강한 생각을 하는 이 젊은이들을 보며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을 낼 수 있는지 느꼈어요.
그 힘은 '희망'이라고 불러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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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