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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여자, 사람입니다
손민지 지음 / 디귿 / 2021년 5월
평점 :
밀레니얼 세대의 독립 생활기를 테마로 한 디귿 에세이 시리즈 세 번째는 손민지 작가님의 <달리는 여자, 사람입니다>예요.
이전에는 등산을 주제로 한 책이었는데 이번에는 달리기예요.
언제부터인가 인스타그램에서 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어요. 주변에도 매일 달리기를 한다는 사람들도 생겨났고요. 따로 배워야할 필요도 없고 장비도 필요없고 특정한 장소로 가야 할 필요도 없고..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닐까 하는데요.
시리즈의 이전 편인 <행복의 모양은 삼각형>의 등산도 마찬가지지만, 책에서는 달리기로 인해 얼마나 신체적 기능이 향상되었는지 얼마나 살이 빠졌는지를 이야기하지 않아요. 그러려고 시작한 것도 아니고요.
마음이 힘들 때, 흔들리는 마음을 '달리기'가 얼마나 든든하게 잡아주었는지를 말해요.
허지웅 작가님도 작가님의 책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작은 승리의 경험이라고 하셨고, 또 허지웅 작가님이 청소를 좋아하는 이유가 청소는 들인 노력에 비례하여 확실한 결과를 보장해주는 몇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하셨어요. 얼마전 오소희 작가님도 인스타에 "운동을 좋아하는 건 이보다 더 순수하고 충직한 보답이 없기 때문이다 하는 만큼 좋아진다.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손민지 작가님이 <달리는 여자, 사람입니다>에서 하신 이야기도 비슷한 것 같아요.
34~35쪽 내게는 그런 경험이 간절히 필요했다. 노력한 만큼 결과가 따라주는 일. 어쩌면 체념하는 모습이 아닌, 끝까지 달리는 내 모습을 보고 싶어 계속 달리러 나간 것인지도 몰랐다. 무언가를 성취한 경험은 노력을 믿게 만들어준다.
61쪽 달리기의 영역에서만은 잘하지 못하더라도 내일은 한 걸음 더 디딜 수 있다는 희망이 헛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달리기의 논리 앞에서는 재능이라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나 자신을 조금 덜 의심하길, 다양한 무언가를 그냥 쭉 해나가길.
항상 남보다 잘하기를 강요받는 사회에서, 남을 이겨야 한다는 괴로움 없이 충실하게 나 스스로의 의지로 해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요.
밀레니엄 세대의 이야기를 테마로 하는 디귿 시리즈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연이어 나오는 걸 보면, 이런 '성취'의 경험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반증하는 것 같아요.
저는 이보다는 조금 더 윗세대라고 해야 하겠지만, 그래도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어요. 제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깊은 절망과 열등감에 빠져있었던 이유가 바로 그거였거든요. 성취의 경험이 별로 없다는, 내 힘으로 뭔가를 이루어 낸 게 거의 없다는 사실 때문에 제가 너무 쓸모없는 인간 같아서요. 그때 저도 거창한 무언가를 바라지 않고 일상의 작은 성취를 찾아냈더라면 더 빨리 바닥에서 올라올 수 있었겠죠?
지금은 저도 작은 것에 만족하는 '새 사람'이 되어서 잘 살고 있어서, 자신의 변화를 자각한 희열에도 공감할 수 있었어요.
작은 보폭이라도 한발한발 나아가는 것이 곧 용기이자 현명함이라는 것을 알겠어요.
59쪽 성실함으로 조용히 자기 자리를 빛내는 것 또한 하나의 재능임을 알게 된다.
73~74쪽 나 같은 보통의 여자 사람들이 이 운동장에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달릴 때 자기 자신이 얼마나 힘차게 움직이는지 파워를 느껴봤으면 좋겠다. 느리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끝까지 달리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82쪽 그러나 이제 조금은 알겠다. 컨디션이 좋은 날을 기다리다가 달리지 못하고 지나쳐버린 수많은 날들처럼,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다가 영여 못하게 돼버리는 일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90쪽 달리기를 오래오래 좋아하기 위해서 오히려 미지근한 마음을 유지한다. 마음의 에너지는 유한하다. 좋아하는 마음도 고갈된다. (...) 좋아하는 마음을 유지하는 것에도 약간의 요령이 필요하다.
96~97쪽 통과하고 난 후에야 아름다웠다고 느끼는 이상한 시간들이 있따. 우리가 서로의 손을 잡아주었던 것은 너무도 연약한 나머지 서로에게 말 걸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시절 우리가 충분히 강했다면 서로의 세계를 알아갈 일도 없었을 것이다. 외로워서 어찌할 바 몰랐던 시기를 지나고 나서야 그 외로움이 나와 세계를 연결해주는 끈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131~132쪽 갈 길이 멀다고 생각을 하니 오히려 마음은 여유롭다. 속도가 떨어져도, 누군가 나를 앞질러도 상관하지 않는다.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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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