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스노 자서전
에드가 스노우 지음, 최재봉 옮김 / 김영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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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스노란 이름이 지금도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그의 책 <중국의 붉을 별> 때문이었다.

<중국의 붉은 별>은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공산혁명가이자 민족주의자로 변모하게 된 마오쩌둥의 인간적 면모와 함께 중국 공산당의 혁명이념과 실체를 서방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오쩌둥 역시 “내 전기는 이 책으로 대신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그의 저서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였다.

<에드거 스노 자서전>(김영사)은 그런 에드거 스노가 22살의 나이로 처음 중국에 상륙했을 때부터 매카시즘의 광풍이 몰아치던 50년대 중반까지를 다뤘다.

이 책이 포괄하는 시간대에는 제2차 세계대전과 중국혁명, 간디 암살 등 굵직한 사건들이 포함된다. 에드거 스노는 중국에서 생활하며 일본군국주의와 구미열강들에 의하여 짓밟히고 있는 중국대륙의 현실에 눈을 뜨고 당시 중국의 사회주의 혁명과 마오쩌둥의 투박한 게릴라식 투쟁 속에서 중국뿐만이 아닌 모든 인류의 구원의 가능성을 발견하려 했다. 그

는 비록 닉슨과 마오쩌둥의 역사적인 양국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1972년 2월 15일 6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지만 그의 유골은 유언에 따라 북경으로 옮겨져 1973년 지금의 웨이밍후 호변에 안장되게 된다. 그에게 기자라는 직업정신 이외에 사회의 이상적 모습을 찾고자 했던 사상적 ‘열정’과 순탄치 않은 역사를 살아온 중국인에 대한 ‘애정’이 없었다면, 그의 전기는 한낱 스치는 바람처럼 가볍게 회자 되었을 것이다. 에드거 스노는 또한 님 웨일즈의 남편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그의 첫 번째 부인이었던 님 웨일스는 중국 공산혁명군의 간부로 활약하였던 조선인 혁명가 ‘김산’을 인터뷰하고 쓴 <아리랑>의 저자이기도 하다. 님 웨일즈와의 사랑 이야기를 읽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쏠쏠한 재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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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몬드 카버 지음, 정영문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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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소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 하는 것>(문학동네)을 읽고 있자면 잘 차려진 저녁 식사 후에 나오는 달콤한 디저트를 먹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말랑한 소파에 푹 파묻혀 후식으로 나온 분홍빛 푸딩을 뜨는 즐거움처럼 말이다.

20세기 후반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시인인 레이먼드의 소설이 주는 상큼함은 이미 영화로 만들어진 단편 ‘숏컷’을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소설집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문학동네) 역시 17편의 단편들이 모여 아삭한 맛을 만들어 냈다.

청소부에게 반한 호텔 매니저와 그의 애인이 주고받는 대화 장면이나, 문득 잠에서 깨어 예전에는 남편과 절친했던 이웃남자의 심정을 들어주는 슬립 가운 차림의 주인공, 또는 성인이 된 딸에게 젊은 날의 외도를 고백하는 아버지의 안쓰러운 모습을 통해, 레이먼드는 상처와 실연, 나태와 자기만족 혹은 분노와 사랑에 갈등하는 ‘우리의 이웃’을 돌아보게 한다. 하지만 강가를 서성이는 발길처럼 그의 소설은 성급한 결말을 유도하지 않는다.

지루한 인생의 한 표면을 뜯어내어 그것을 확대하고 조밀하게 묘사한 그의 소설은 그래서 더욱 현실적이다. 소설 속 어디에선가 생활의 무게에 찌들인 ‘나’를 만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책을 읽는 것도 그의 소설을 읽는 재미중 하나 일 것이다.

비평가 김화영 씨의 표현처럼 ‘장편에 비해 밀도가 훨씬 짙고 플롯이 너무 강한’ 우리나라의 단편소설을 음미하시는 독자라면 레이먼드의 소설이 너무 밋밋하다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생활의 사소한 부분을 끄집어내어 ‘우리들’의 이야기로 탈바꿈 시키는 능력을 지닌 그의 작품들은 ‘치장되지 않은 현실’감으로 더욱 친밀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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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 보부아르
클로딘 몽테유 지음, 서정미 옮김 / 실천문학사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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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부아르 보부아르>(실천문학사)는 사르트르의 연인이자 <제2의 성>으로 '공쿠르상‘을 수상한 시몬 드 보부아르와 페미니스트 화가로 알려진 그녀의 여동생 엘렌 드 보부아르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작품의 렌즈는 두 예술가의 공인된 생활과 가족이라는 이면적 구도를 통해 그녀들의 치열했던 일생을 쫒아 다닌다.

1940년대 이후의 실존주의적 문학관과 맞물려 ‘여성’이라는 억압된 금기를 과감히 논했던 보부아르 자매의 일생을 관람하다 보면 그 시대에 논했던 많은 이야기들이 지금도 되풀이 되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당대의 화려했던 문인이나 화가들이 -사르트르나 피카소 등등- 카메오처럼 등장하는 것도 이 작품을 즐길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이다.

지은이 몽테유는 ‘여성해방운동(MLF)’을 하던 중, 끊임없이 ‘여성’이란 주제에 대해 작품을 썼던 시몬을 만났다. 그녀를 통해 엘렌과도 친분을 얻게 되었고 보다 넓은 의미의 페미니즘을 확장하게 된다.

20세기에 실존 했던 두 ‘여성의 일생’을 통해 21세기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현재 위치를 파악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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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우리 아빠가
권정현 외 지음 / 샘터사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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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우리 아빠가>


세상은 보이는 힘과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다.

국가나 법, 혹은 경제력 같은 권력이 보이는 힘으로 정의된다면 보이지 않는 힘은 권위주위와 계급  등 수직적인 관계를 말할 것이다.

수직의 꼭대기에 오르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끊임없이 자행되는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휩쓸려  인생을 살아간다.

상사로부터 하달 받는 불합리한 지시에서부터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벌어지는 일상의 억압을 통해 우리는 잊었던 ‘분노’를 서서히 끄집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현실에 너무도 잘 길들여져 있는 우리의 이성이란 놈은 분노를 통제하고 스스로에게 ‘이래선 않되’라는 주문을 걸어 즉각 감성모드를 해체 시켜버리기 일수다.  


‘우리는 분노가 사라진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라는 자문으로 시작된 소설 동인 [작업]의 두 번째 소설집은 ‘분노’라는 모티브를 주제로 한 공동작업이다.

현재사회의 보이지 않는 힘에 길들여지는 우리의 모습에 대한 문제를 담은 주제의식에는 세상의 허위를 거부하자는 작가들의 의지가 깔려 있다.


허와 위선으로 구성된 가족사, 일탈적 저항조차 꿈꾸지 못하는 서민들, 현실이라는 허구가 더 그럴듯해 보이는 현실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잠재된 욕망에 짓눌려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열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대부분 역시 현실을 인내하는 사람들이다.

‘독립의 자유를 꿈꾸면서도 끊임없이 기성의 안정과 소통을 갈망하는’ 주인공(봉덕동에 가다)이나 고갈된 인간성에 회의를 느끼는 동성애자인 외계인(환상의 바이킹) 그리고 ‘도저히 수궁할 수 없는 비루한 삶의 내압과 폭력을 견뎌내야 하는 주인공(광화문 그 사내)들은 한번쯤 보이지 않는 힘에 저항해 봤지만 결국 괴리감과 비애감이라는 설움을 맛본 사람들이다.

 

물론 소설 속 등장인물 중에는 감추어진 분노를 토해내는 인물도 있다.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거리에서 곧 돌아오겠다는 엄마의 말을 믿고 풍선을 파는 아저씨의 자전거 꽁무리를 따라 갔던 청년은 ‘엄마가 나를 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설움 때문에 수년간 잠재된 분노를 안고 살았다. 술자리에서 우연히 청년을 만난 주인공은 직장 상사이기도한 후배의 개인주의에 휘말려 퇴직을 했지만 그것이 현실이라며 그 분노를 삭이는 캐릭터다.

이야기 도중 청년은 반지가 사라졌다며 호들갑을 떤다. 그리고는 주인공을 향해 묻어두었던 분노를 토해낸다. 어리둥절한 주인공은 그로 인해 경찰서까지 가는 모욕을 겪었다. 하지만 그는 그 흔한 ‘욕’마저 내뱉지 못하는 캐릭터다. 그의 억울함이 분노로 변환되지 못한 까닭은 자신에게 모멸감을 준 청년의 분노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 청년의 어린 시절을 동정하기 때문이다. 자신에게 억울한 반지 도둑의 누명이 씌워져도, 그 청년의 손아귀에 반기가 들려있음을 알아챘어도 그는 침묵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서러워 부인에게 “나 좀 데려가 달라”며 엉엉 울뿐이다.(광화문 그 사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절망들과 엉켜 살아가는가?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분노들을 이해하고 있을까?  어제의 동지가 바로 내일의 적이 되어버리는 현실에서. 그때그때 마다 분노를 표출한다면 우리는 유치장을 집 삼아 지내거나 정신병동에 장기 체류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타당한 이유에도 분노를 삭이며 살아가야하는 현대인들의 비극을 못마땅하게 여길 수는 있어도 비난하지는 못할 것이다.


동성애자인 외계인은 어떠한가?

자신들에게 아무런 해를 가하지 않았는데도 지구인들은 그에게 모멸감을 안겨줬다. 살아갈 용기를 주는 이라고는 아직 동심이 가시지 않은 아이들뿐이다. 유원지에서 우연히 만난 소녀를 통해 외계인은 자신을 감싸고 있던 분노를 잊어간다. 아이의 천진함은 그의 정신세계를 정화한다.

소설 속에서 그는 외계인이라고 불리고 있지만 실상은 ‘외국인 노동자’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려져도 상관없을 것이다. 억압과 소외를 받는 모든 이는 이 땅에서 이방인이며 다른 행성의 생명체인 것이다.

외계인이 만난 소녀는 예닐곱 살이 되어 보이는 작고 귀여운 아이였다.

그러나 소녀는 동심과 천진난만하고는 거리가 멀다. 아이는 어른의 사고와 행동을 일삼고 있다.

그는 실망감으로 인해 좌절한다. ‘너는 나를 정말 시켰어’라는 그의 마지막 말에서 외계인의 제어할 수 없는 분노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분노는 외계인보다도 소녀가 느껴야할 감정이었다.

이미 시집을 가서 아이를 낳고 기를 나이가 지나버린 그녀는 단지 몸이 자라지 않는 병에 걸렸을 뿐이다. 이 아이 역시 장애인 이라하는 이름으로 불려도 상관없다.

타인의 시선에 맞춰 자신을 만들어가야 했던 그녀의 인생은 얼마나 많은 분노들로 들어차있었을까?

오해로 인해 비롯된 그녀의 죽음은 그녀의 어머니에게 또 얼마나 깊은 분노를 전이 시킬까?

땅에 닿아 죽기도 전, 그녀는 역류하는 분노로 인해 먼저 숨이 끊어졌지 않았을까?.

광화문 사내처럼 타인의 울분이 무엇인지 그 본질을 이해했다면 외계인는 관대해질 수 있었을까?


타인과 차별된 삶을 살고 있는 어그러진 나를 보거나(봉덕동에 가다), 분노가 전이된 부조리한 가족사 속에서(지붕 위의 날들) 타인이 나를 제멋대로 조명해서 힐책할 때(환상의 바이킹), 상대방의 분노에 대응하여 순간적으로 이루어지는(어젯밤에 우리아빠가) 분노의 표출은 ‘너’와 ‘나’라는 ‘우리’가 사라진 공백의 여파일 것이다.

부조리한 구조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도 나와 결합된 개인적인 일에는 쉽게 분노하는 까닭은 우리가 너무 병약하거나 겁 많은 집단 속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열명의 젊은 작가들은 그 연약한 사회에 ‘어젯밤에 우리 아빠가 다정하신 모습으로 사오 신’ 38구경 시큐리티 식스 리볼버의 총구를 디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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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여인이 발을 밟아라>(현대문학)는 일상 속에서 반복하고 있는 사소한 일들을 신랄하게 추려내고, 보편적인 상식을 뒤집어 일상의 새로운 리듬을 찾는 에세이이다.

이 책은 타성과 습관에 저항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감정과 일정한 거리를 둔다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순간이나 변심한 옛 애인을 떠올리며 스스로에게 화를 내보라. 그리고 화가 극에 달했을 때 당신은 웃어야 한다.

‘아메크(akmé)’란 그리스어로 화의 절정, 즉 이성을 잃게 되는 상태를 말한다. 바로 이 ‘아메크’ 상태에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면 당신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원하지 않은 초대에 응해 일부러 샴페인 잔을 놓치거나, 불만을 가졌었던 상사의 옷에 크림을 잔뜩 묻혀도 좋다. 단지 당신은 실수를 했을 뿐이라는 인상을 주어야한다.

정신 분석에서 말하는 ‘이유 있는 실수’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행하고 싶은 것의 진상을 표현해주는 행위를 말한다. 즉, 가장 예기치 않은 순간에 저절로 표현되는 이 행위는 당신의 무의식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거기서 결과를 끌어내는데 도움을 준다.

평소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들이 무엇이었는지를 스스로 깨닫고 행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저자는 말한다. “가장 힘든 것은 당신의 습관에 저항하는 일이다. 최초의 변형은 도덕적 원칙에서의 이탈이다.”

아! 나도 사랑을 얻기 위해
탭댄스를 배우거나 꽉찬 지하철을 배회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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