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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황후 최후의 8시간
박상하 지음 / 운디네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숨겨진 역사의 진실을 밝혀내는 작업만큼 섬세하면서도 흥미로운 일은 드물 것이다.
수백 년 간의 기나 긴 시간을 다시 불러들여 현재의 시간으로 만드는 작업이니만큼 고전의 복
원이란 참으로 힘든 기록과의 싸움이다. 한 가지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들춰내야하는 수많은
문헌들 속에서 복원자는 이미 과거의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 그 시대를 거닐어야만 하기 때문이
다.
문학에 있어서 역사를 조명하는 일은 어떠한가?
빈약한 사료를 가진 역사일수록 가설은 범람하게 마련이다. 빈약한 사료들을 바탕으로 소실된
건축물이나 유물을 복원하기란 힘든 일이겠지만 문학은 조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가정의 역사가 유일하게 통하는 문학은 그래서 많은 논란과 더불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도
움을 주기도 한다.
<명성황후>는 명성황후가 시해되기 전까지의 8시간 동안을 그리고 있다.
조선 말기, 일본 낭인들에게 난자당했던 조선국모의 비참한 최후와 무기력하게 맞설 수밖에 없
었던 조선왕궁의 현실을 고스란히 전시해 놓았다.
대원군의 쇄국 정책과 왕후의 개화 정치가 첨예하게 대립하던 조선 말, 러시아, 청, 일본 등 세
계열강들은 조선의 개화를 빌미삼아 제국주의적 야심을 버젓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일본의 야심은 하이에나의 이빨처럼 집요했다. 그 집요함은 한 나라의 국모를 무
참히 시해할 정도로 야비한 것이었다.
더욱이 명성황후 시해 사건에 관련됐던 47명의 낭인이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석방됐고, 후에 주
요 요직에 오른 것은 그들이 이 만행을 얼마나 계획적으로 행했는지를 보여준다.
문학의 힘은 때론 위험하지만 이처럼 잊어버린 역사의 진실을 과감히 찾아 나설 때 발휘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