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7일 오전에 비가 내리다가 오후에 그침

 

명상시 증상

* 처음 명상을 시작할 때처럼 준비운동을 마치고 자리에 앉자마자 코에서 연기가 활활 피어올랐다.

* 기운이 움직이는 것을 들여다보다 몸이 목에서부터 회음까지 한줄로 연결되어 일자로 뻥 뚫렸다.

* 갑자기 눈앞에 큰벽돌이 나타나 시선을 막았다.    

* 남과 비교하여 나에게 좋은 일이 생기지 않는 것에 대한 질투심이 일었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비교하여 구분하는 것/잣대가 외부에 있다/좋은 일을 받으려고만 한다)

  - 어떤 판단도 내리지 말고 정각으로써 그들을 지켜보아야겠다.

* 연꽃을 의념에 두었으나 잘 그려지지 않았다.

  (남회근 선생 책을 보고 '반가사유상'을 작의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남회근 선생은 불교수행법강의"타좌의 3단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제1단계에서 다리를 꼬고 앉으면 아주 청정하다.

제2단계에서는 사상(思想)이 밀려오는 것을 알게 된다. 정각(正覺)으로써 그들을 지켜본다.

제3단계는 성가신 일이 생긴다. 성가심은 감각에서 온다. 여기가 팽창하고 저기가 아프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면, 바로 기맥이 처음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것은 심리가 조용해지자 기기가 반응을 드러냄으로써 나타난 현상이다.  

이때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전히 그것을 지켜보며 참아내어야 한다. 

좋은 반응이든 나쁜 반응이든, 우리의 그 정각은 그것을 지켜보고 있어야 한다.  

절대로 여기에다 현재의 지식을 덧붙여서는 안 된다.(624~625쪽)

 

수행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정좌의 자세에 따라 신체를 바르게 하여 앉는다.

둘째, 스스로 자신의 의식을 훈련시켜 모든 사상의 습관을 깡그리 배제한다.

셋째, 의식적으로 하나의 물체를 구상한다. 가장 좋은 것은 당연히 불상이나 밝게 빛나는 점이다.

이것이 눈앞에서 혹은 머리 위에서 영원히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을 상상한다.

가령 불상을 관상한다면, '어! 부처님께서 나를 보고 웃고 계시지 않은가', 혹은 '부처님께서 내 머리를 쓰다듬고 계시지 않은가', 하는 것은 또 다른 잡념이다.

단지 하나의 부처, 혹은 하나의 태양, 혹은 하나의 별빛만을 관상해야 한다.

단지 이 소연(所緣)만이 존재하며, 이렇게 일념이 만 년이요 만 년이 일념이 된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지()를 얻고 정()을 얻었다 할 수 있다.(633쪽)

 

어떤 길을 따르든 먼저 소연을 세워야 한다. 유식에서는 이를 작의(作意)라 하며, 천태종에서는 가관(假觀)이라 한다.

이렇게 소연이 있는 것은 바로 지각부분으로, 바로 제6식의 지각부분을 한 점에다 묶어두는 것이다. 이 소연속에는 삼지 삼관이 모두 포괄되어 있기 때문이다.

먼저 이 일념이 무()에서 생겨나 관()하는 것은 가관으로, 바로 작의이다. 관이 완성되어 몸과 마음을 모두 잊었을 때, 다시 자신이 조작한 소연을 공()으로 만든다. 바로 공관이다. 이 공은 현재 우리가 상상하는 공이 아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공이란 심리적으로 조작한 공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관이 드러나기에 이르면 온갖 공을 모두 놓아버려야 한다. 그렇게 되어야 진정한 공이다. 그런 뒤에는 공이 되고 싶으면 공이 되고, 유가 되고 싶으면 유가 된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전환되면 공과 유가 서로 융화된다. 이것을 학리상으로 중관(中觀)이라 하고, 이치상으로는 진공(眞空)도 될 수 있고 묘유(妙有)도 될 수 있다고 하며, 수증(修證)상으로는 법신, 보신, 화신을 성취하여 변화가 한량없다고 한다. 총괄적으로 말하면 이런 수행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6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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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 파란 하늘과 햇살이 가득하다

 

새집 지을 자리에 있는 잡동사니들을 마지막으로 정리했다.

고장난 텔레비젼과 냉장고를 버리고 책은 비닐하우스에 옮겼다.

잡동사니를 버리고 나니 오후 시간이 남았다.

가까운 건흥산을 오르기로 했다.

 

거열산성까지 가는 코스를 택했다. 다녀오는데 2시간 정도 걸린단다. 

 

 

산속의 진달래가 만개했다.

 

키 큰 소나무들이 빼곡하다. 이런 길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 같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거창 시내 모습. 한쪽은 논과 저수지.

 

한쪽은 아파트와 건물들.

 

거창은 산이 겹겹이 둘러싸여 있다. 이리 보아도 산, 저리 보아도 산이다.

나는 등산하는 신체로 변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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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선선한 바람이 불다가 오후에 굵은 비가 내림

 

* 5시 30분에 일어나 명상 준비운동을 한다.

1. 스트래칭(고양이 자세, 태양맞이)

2. 몸을 좌우로, 앞뒤로 돌리면서 자세를 잡는다.

3. 한쪽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다른쪽 코로 숨을 내쉰다.(20번)

4. 코로 호흡을 툭툭 내뱉는다.(30번)

 

* 6시~7시까지 한 시간 명상

* 명상종료시 몸풀기

1. 손을 비벼 눈에 대고, 얼굴을 비빈다.

2. 귀를 만지고 당겨준다.

3. 상체와 하체를 돌아가며 만지고 풀어준다.

4. 배꼽 부위를 손으로 쑥 들어가게 만졌다 풀어준다.

 

* 명상시 증상

코에서 물안개가 피어나듯 일렁거렸다.

삼매에 들지 못하고 잡생각이 많이 떠올랐다.

종료시점에야 깊은 명상에 들었다.

타임을 분기마다 조정해야겠다.

코호흡 바라보기(10분) -  단전호흡 바라보기(10분) - 기운이 움직이는 것 관찰(10분)

연꽃 바라보기(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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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보슬비가 내리다가 오후에 그침

 

아침부터 보슬비가 내렸다. 오늘 일은 땡땡이다.

아침을 먹고 거창 한마음 도서관에 가기로 했다.

가방을 짊어지고 내려오는데 몽우리져 있던 홍매화가 활짝 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것이 서로서로 뽐을 내고 있는 듯해서

'예쁘다, 예쁘다' 어루만져 주었다.  

 

 

마을 입구까지 내려오니 저 멀리 시내로 나가는 버스가 지나간다.

"이런, 버스가 가버렸어. 어쩔!"

버스정류장에 오니 마을 입구에 사는 현자씨가 곱게 화장을 하고 앉아서 말한다.

"버스 지나갔어요."

"언제 와요?"

"몰라요."

현자씨는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현자씨는 형부만 보면 운다고 한다.

"마을 회의할 때 가면 나만 보면 울어서 얼마나 난감하던지."

"그러게, 남모르게 해꼬지 한 줄 알겠어요."

그래서 형부는 현자씨를 본체만체 한다.

헌데 현자씨는 언니를 보면 손을 흔든다. 빙그레 미소까지 띄면서.

사람마다 자신이 취할 자세를 갖고 있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딱부러지게 얘기하는 현자씨.

내가 보기에 현자씨는 묵동마을의 현인이다. 

 

버스를 보내버렸으니 정류장에 앉아 있는 게 답답하다.

언제 버스가 오는 지도 모르겠고 해서 다음 정류장까지 걸었다.

정류장 아래 포도사과조합 건물이 보이길래 버스 언제 오냐고 물어봤다.

10시 40분에 온단다. 헐~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한다.

정류장에 조금 앉아 있다가 좀이 쑤셔서 다시 걸었다.

다음 정류장에서 히치하이킹을 시도했는데 자동차가 쌩까고 지나가버린다.

포기하고 정류장에 앉아서 차가 지나가는 걸 쳐다보고 있노라니

택시 하나가 정류장 앞에 선다.

"시내 가세요?"

"네."

"타요."

"네에?"

어리둥절해서 택시 가까이 가니 버스비만 받을테니 타란다.

얼씨구나 하고 택시에 탔다.

아저씨는 군청에 다니다 퇴직하고 택시한지 4년 됐다고 한다.

말도 운전도 느릿느릿하다.

가만히 보니 아까부터 운전석 앞에 까딱까딱 움직이는 게 있다.

"아저씨, 저게 뭐예요?"

"느림보 거북이예요. 거북이처럼 천천히 운전하라고 딸이 사줬지요."

 

  

 

느림보 거북이때문이었을까?

아저씨는 느림의 미학을 터득하고 계셨다.

말이 느리니 그 말에 더 귀를 기울이게 되고, 운전이 느리니 조급한 마음이 점점 사라졌다.

버스비만 받으려는 아저씨에게 택시비를 온전히 내고 도서관 앞에 내렸다.

제 값을 냈는데 왠지 좋은 일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느린 것은 좋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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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3일 흐리다가 주룩주룩 비가 내림

 

이제나 필까 저제나 필까 고대하던 벚꽃이 만개했다.

나이 들면서 꽃이 점점 좋아진다.

그중에서도 벚꽃이 분분히 날릴 때가 가장 좋다.

분홍꽃비를 맞으면 동화속으로 들어간 듯하다.

아침 일찍 밥을 해먹고 합천댐으로 벚꽃 구경을 갔다.

 

아침 반찬은 밭에서 방금 뜯은 머위나물 무침과 - 머위를 푹 데쳐서 된장으로만 무쳤다.

 

쑥국이다.

<쑥국 만드는 법>

1. 멸치다시물에 된장을 풀고 쑥을 많이 넣는다.

2. 들깨를 물을 조금 붓고 반죽하다가 다시 물을 붓고 자작하게 만든다.

3. 자작하게 갠 들깨를 된장국에 풀어준다.

 

 

합천댐으로 향하는데 현이가 마을 어귀까지 나왔더라는 서울아줌마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올라가니 현이가 보이지 않았다.

사색이 되어 현이를 찾아 마을을 돌아다녔다.  

혹시나 해서 다시 집으로 올라가는데 현이가 마당에서 나오지 않는가?

"이놈의 가시나야, 어디 갔었노? ... 에고, 있으니 다행이다."

 

아침부터 해프닝을 벌이고 도착한 합천댐.

가는 중간에 부슬부슬 비가 내리더니 도착하자마자 빗줄기가 굵어졌다.

합천댐을 끼고 있는 도로에 가로수 벚꽃이 터널을 이루었다. 

 

 

 

 

 

 

 

 

 

 

갓길에 차를 대고 천막을 쳤다. 벚꽃을 보면서 점심을 먹었다.

모두 벚꽃에 취해 기약없는 약속을 했다.

"12월 29일은 시간 비워놔. 네팔에서 한달 지내보자."

"..."

갈 수 있을까? 갈 수 있겠지! 꼭 한번 가고 싶다. 네팔.

 

 

점심을 거나하게 먹었더니 배는 부르고 산책이 고팠다.

거창에서 벚꽃마을로 유명한 곰실로 우중산책을 나섰다.

응달에 있는 곰실은 거창일대에서 벚꽃이 가장 늦게 핀다고 한다.

곰실에 벚꽃은 아직 다 피지 않았고 목련이 만개했다.

벚꽃과 목련, 버드나무와 연못, 그리고 비.

지금 아니면 다시 못 볼 풍경이었다.  

 

 우중산책 - 곰실

 

 

 

 

지금 아니면 다시 못 볼 풍경 속에 그 사람들이 있었다.

모든 것은 변한다. 그 사람들도 모였다 흩어진다.

그러니 지금이 모든 것이다.

그 모든 것 속에 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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