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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9/ 5월 21 / 5월 23일

 

동양 인문학은 음양오행 사상에 기반을 둔 우주 원리론을 펼친다.

음과 양은 우주를 이루는 대원칙이자, 우주적 요소를 설명하는 첫 출발점이다.

우주는 음과 양이라는 대립적인 요소로 구성된다.

 

남과 여, 밝음과 어둠, 시작과 끝, 불과 물, 시간과 공간, 단단함과 부드러움, 우익과 좌익. 무엇이 음이고 무엇이 양이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것들이 서로 대립적인 존재라는 것, 하나가 있어야 나머지 하나도 존재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음양은 단순히 우주가 만들어내는 물체나 성질의 고정된 양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음과 양이 입체적으로, 양은 음으로, 음은 양으로 서로 변화하기도 하고, 서로 부딪치고 대립하며 하나로 화합하기도 하고, 새로운 개념으로 바뀌기도 한다.

강헌, 명리, 돌베개, 58~61

자아와 타자의 개념이 있고, 타자가 존재함으로써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 이것은 다시, 합해져 음과 양의 성질을 반반씩 이어받았으면서도, 둘과는 똑같지 않은 새로운 창조물, 곧 우주적 존재로 만들어진다.

여기에 쓰인 우주적 질료는 목(), (), (), (), ()로 이루어진 오행이다. 오행을 이루는 우주의 기운인 목, , , , 수 다섯 가지 기운은 계절, 하루, 방향, 색깔, 숫자, 유교의 덕목, 인체의 장기 등, 삶의 다양한 분야와 연계된다.

하여 세상에 만들어진 모든 것은 엄밀하게 말하면, 이 다섯 기운의 총합이다.

 

터파기 공사가 시작되고 2차 작업이 진행되었다.

홈에 흙이 메워지고, 그 위에 철근으로 사방을 단단하게 이음새를 만들어 주었다. 오행 중 흙은 토 기운을, 철근은 금 기운을 대표한다.

여기에 콘크리트를 붓고 평평하게 바닥을 다진 후 콘크리트 말리는 작업, 즉 양생을 했다.

콘크리트는 시멘트와 물, 골재가 배합된 것이다.

여기에는 어떤 기운이 작용했을까?

시멘트는 물과 섞어 땜질을 하는 재료다. 기운과 기운을 매개하는 역할을 하므로 오행 중 토 기운을, 물은 수 기운을, 골재는 지표면에서 상승하는 기운으로, 목 기운이 쓰였다.

이제 남은 것은 화 기운. 화 기운은 어디에 쓰였을까?

콘크리트 양생이 그것이다.

양생은 햇빛과 습도가 적절히 조절되어야 하는 일이다.

햇빛은 화 기운의 근원인자요, 생성을 이뤄내는 근원 질료다.

이로써 우주적 질료인 목, , , , 수 다섯 가지 기운이 총출동하여 바닥이 완성되었다.

 

5월 19일

 

 

 

 

 

 

 

 

 

 

 

 

 

 

 

 

 

 

 

5월 21일

 

 

 

 

 

 

 

 

 

 

 

 

 

 

 

5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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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  맑고 선선한 날씨

 

"일은 장비가 와야지예."

이것이 스마일 포크레인 아저씨의 지론이다.

오늘은 터파기 하일라이트 작업이 진행되는 날.

그에 맞게 여러 장비들이 동원되었다.

그중에서도 '터파기 트리오'가 있었으니, 레미콘-펌프카-포크레인이 그것이다.

각자의 기계음들이 내는 율동과 화음.

밭으로 옮겨놓은 그네에 앉아 역동적이고 장엄한 소리들을 오전내내 들었다. 

이 트리오의 삼중주를 사진으로 감상해보시라.

 

레미콘과 펌프카가 마당에서 결합하는 모습.

깔끔하고 말쑥한 새 레미콘을 운전하시는 분은 베테랑임이 틀림없다.

좁은 마당으로 단번에 들어와서 단번에 백을 하셨다. 멋지다!~ 

 

레미콘이 빙글빙글 돌면서 콘크리트를 뱉어내면, 펌프카가 그걸 잘 섞어서 호스로 옮겨 토해낸다.

브루루 척척~ 스르르 척척~ 윙~ 칙카칙카~ 윙~ 칙카칙카~

 

호스를 거푸집으로 옮긴다.

 

호스에서 콘크리트가 나온다. 촬촬촬~~퍽퍽 철~퍼덕.

 

유난히 기계음을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백이. 어찌할 바를 모르다 눈을 감아버렸다.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골고루 뿌려주는 펌프카 아저씨. 배에 차고 있는 것은 가방이 아니라 펌프카를 조정하는 장치다.  

 

콘크리트를 다 붓고 나면, 아저씨들이 망치로 거푸집을 두들겨 기포가 생기지 않게 하고, 흙칼로 콘크리트를 가지런하게 눌러준다. 

 

공중으로 높이 올라간 호스. 호스 안에는 붉은 공이 들어있다. 그 공이 남아있는 콘크리트가 호스 안에서 굳지 않도록 한다.

 

레미콘 두 대의 바퀴가 파 놓은 홈에 일을 다 마친 펌프카가 빠졌다. 아무리 용을 써도 바퀴는 나올 기미가 없다.

 

우리의 구세주, 스마일 포크레인이 언덕을 넘어 구조에 나섰다. 

 

펌프카에 줄을 매달아 끌어 당기고 있는 스마일 포크레인.

 

펌프카는 스마일 포크레인의 도움으로 진흙을 빠져나와 점심 먹으러 갔고, 포크레인은 남아서 패인 마당을 다져주고 있다.  

 

깔끔하게 다져진 마당. 마당의 흙이 물러 펌프카에서 남은 콘크리트를 뿌려주었다.  

 

채워진 콘크리트.

 

말랑말랑한 두부같다. 이제 콘크리트를 잘 말리는 일만 남았다. 이것을 '양생'이라고 한다.

양생은 한자로 '養生'이다.

병에 걸리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몸 관리를 잘하는 것과

콘크리트를 쳐서 충분히 경화(硬化)되도록 보존하는 것이 같은 말이다.

사람이나 콘크리트나 생을 기르는 것은, 적당한 온도와 습도를 확보하고, 외력이 작용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이다.

 

드디어 터파기 트리오가 삼중주를 끝내고 돌아갔다.

산골집은 다시 조용해졌다.

현이와 백이를 데리고 산으로 산책을 간다.

현백윈 트리오의 삼중주가 산을 울린다.

다다다다다다다아~(총알탄 현이)

삭삭삭삭....(뒤돌아보는 백이) 삭삭삭삭...(또 돌아보는 백이) 삭삭삭삭...(멈춰선 백이)

헉헉헉헉헉~ 휴~ 헉헉헉헉헉~ 휴~(숨이 찬 윈디)

 

윈디를 뒤돌아보는 백이. 백아~ 좀 쉬었다 가자. 헉헉헉~ 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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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 햇살 가득한 날씨

 

이 봄, 원없이 나물을 먹었다.

그중에서도 쑥을 가장 많이 먹었다.

국 끓여서 먹고, 밥에 넣어먹고, 즙을 짜서 먹었다.

국을 끓이면 특유의 향이 진하게 묻어난다. 그 맛을 중화시키는 것이 들깨다.

밥은 다른 나물과 함께 섞어서 하면 좋다. 밥이 다 되면 양념장에 비벼 먹는다.

국이나 밥은 4월에 나오는 어린 쑥을 사용한다.

요즘 나오는 쑥은 거칠기 때문에 국이나 밥으로 먹지 않는다.

대신 안쪽의 보드라운 것을 따서 즙을 내어 먹는다. 이른바 쑥물.

쑥물은 그야말로 약이다.

 

쑥은 지사제, 각종 진통제, 강장제, 혈액순환제로 쓰이며 자궁출혈, 기관지, 천식, 폐결핵, 폐렴, 감기 등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두루 쓰인다. 손발이 저리거나 경련이 있을 때, 코피가 자주 날 때는 쑥 술이나 차를 마시면 좋다. 속이 쓰리는 만성위장병에는 쑥조청을 먹고, 월경불순, 월경통, 냉증에는 생즙을 짜서 마시거나 차로 달여 꾸준히 마시면 효과가 있다. 설사를 할 때는 말린 쑥에 생강을 넣고 달여 마신다. 쑥은 어쩌면 만병통치약인지도 모르겠다. 면역력을 키워주고 영양도 좋으므로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적극 권할 만하다

변현단, 숲과 들을 접시에 담다, 들녘, 143

 

요즘 사람들은 고기를 즐긴다.

흔히 먹는 냉동육류에는 과산화지질이 많다.

이것은 장에 좋지 않고 노화를 촉진하며 동맥경화를 일으킨다.

쑥잎에는 탄닌의 일종인 카페탄닌이 함유되어 있다.

카페탄닌은 과산화지질의 생성을 억제하고 비타민 E가 갖는 산화억제작용보다도 효과가 크다.

일반적으로 탄닌은 열탕 속에서 흡수율이 낮다.

차로 마실 때는 건조한 쑥에 70~80도 미지근한 물에 부어 마신다.

쑥차에 있는 시네올 성분은 혈액순환을 돕고 아데닌, 콜린의 영향으로 가슴 두근거림, 숨이 가쁜 증상에도 좋다.

쑥으로 목욕을 하면, 각종 관절의 통증에 좋고 피부가 가려운 증상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몸속의 노폐물을 배출시키는 효능도 뛰어나다.

술독에도 효과가 있어 평소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봄에 뜯어 그늘에서 잘 말린 쑥 50그램을 물 1리터에 넣고 물이 절반 정도가 될 때까지 약한 불로 달인 후, 그 물을 목욕물에 넣어서 이용한다.

 

쑥은 산야에서 자란 것보다 바닷가나 섬에서 자란 것이 좋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강화도에서 나온 쑥을 최고로 친다. 또 음식으로 사용하는 쑥은 4월 말에 채취하는 것이 좋지만 약으로 사용할 때는 좀 센 것으로 7월에 채취한 것을 선호한다. 7월 전후로 채취한 약쑥은 모두 말려서 통풍이 잘되는 곳에 보관하면서 수시로 다려서 마신다.

같은 책, 143 

쑥은 지천에 널려 있다. 도시 한복판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 쑥이다.

그만큼 흔한 풀이다. 흔해서 쓰임이 많은 쑥.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한 것이다.

 

안쪽의 보드라운 것만 골라 딴 쑥.

 

 

쑥을 절구에 찧는다. 쑥잎이 흐물흐물해질 때까지 빻으려면 힘깨나 든다. 힘이 없으면 빻는 시간을 좀 늘리면 된다.

 

 

너덜너덜, 흐물흐물해진 쑥을 보라.

 

 

이제 빻은 쑥을 있는 힘껏 짜주면 된다. 비닐 장갑을 끼면 편하긴 한데, 잘못하면 보시다시피 쑥물이 그릇 밖으로 튈 수도 있다. 보자기를 이용하면 깔끔하다.  

 

 

왼쪽은 쑥을 짜고 남은 덩어리, 오른쪽은 쑥물이다. 쑥물 한사발 하실래예!

으으으으으으으.....................................................................윽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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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3  맑고 선선한 날씨

 

반가부좌를 하고 앉아 호흡에 집중하다보면 호흡이 멈춘 듯한 순간이 온다.

머리에서 빛이 모였다 사라진다. 그때마다 빛은 다른 색깔이다.

빛이 모였을 때 중심이 있다. 중심은 쌀알 정도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눈을 뜬 것처럼 눈을 깜빡인다.

깜빡일 때마다 쌀알정도의 빛이 생겼다 사라진다.

그러다 난 지금 눈을 감고 있지. 그런데도 왜 눈을 깜빡이지?’ 하고 깨닫는 순간,

붉은 빛이 전면을 차지한다.

빛이 몸을 빨아들인다. 안개 같은 기운이 빛 속을 유영한다.

한없이 평온하다.

 

여러분은 아름다운 호흡을 매 순간 수동적으로 지켜봅니다. 그러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아름다운 호흡의 경험만이 남을 것입니다. 이내 호흡이 아름다움이라는 표시만 남기고 사라질 것입니다. 아름다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아름다움의 표상(表象)’입니다. 빨리어로 표상은 니밋따(nimitta)입니다.

아잔 브람, 놓아버리기, 혜안 스님 옮김, 궁리, 42~44쪽  

아잔 브람 스님은 수행의 단계를 집짓기를 하듯이 단계적으로 설명해 놓으셨다.

 

수행의 기본 방법

1단계: 현재 순간 알아차리기

2단계: 생각 없이 현재 순간 알아차리기

3단계: 생각 없이 현재 순간의 호흡 알아차리기

4단계: 호흡에 대한 완전하고 지속적인 주의집중

5단계: 아름다운 호흡에 대한 완전하고 지속적인 주의집중

6단계: 아름다운 니밋따 경험하기

7단계: 선정

 

여기서 니밋따는 6단계에 해당한다.

“6단계는 몸, 생각, 그리고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을 포함한) 다섯 가지 감각을 정말 완벽하게 놓아버려서, 오직 아름다운 정신적 표상, 즉 니밋따만이 남을 때 성취된다.

이것은 마음(찟따, citta)의 지형에 있는 실재 대상이면서, “육체를 벗어난 아름다움, 즉 정신적 즐거움은 대부분 아름다운 빛으로 감지된다.

 

하지만 이것은 빛이 아닙니다. 눈은 감겨 있고, 안식(眼識)은 오랫동안 꺼져 있었습니다. 이것은 처음으로 다섯 가지 감각의 세계로부터 자유로워진 의식(第六識)입니다. 이것은 보름달(빛나는 마음을 상징)이 구름(다섯 가지 감각의 세계를 상징) 뒤에서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이것은 마음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것은 빛이 아니지만, 대부분 사람들에게 빛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불완전한 묘사가 인식이 제공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이기에, 빛으로 인식되는 것입니다.

같은 책, 44~45

 

인식의 불완전한 묘사가 니밋따이다.

나는 빛 속에서 완전한 평화를 잠시잠깐 느꼈다.

아잔 브람 스님의 책은 이 책을 옮긴 혜안 스님의 말씀처럼 바른 수행으로 인도한다.

 

진정한 수행은 에고의 표현인 강한 의지가 아닌 그 의지의 놓아버림이었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이 아닌 내면의 평화였고, 불만이 아닌 만족과 포용이었습니다. 놓아버리고 행복하게 이 순간 속에 머무는 것이 바로 아름다운 수행의 길이었습니다.

같은 책, 488

 

의지의 놓아버림, 내면의 평화, 만족과 포용, 행복하게 순간 속에 머물기.

이것은 의지와 통제를 내려놓고 평화롭게 만족하는데서 온다.

이 가르침은 지금 삶의 방식과 근본적으로 배치된다.

부와 권력, 사랑을 얻기 위해 강인한 의지를 일으키고, 그것을 성취하고 나면 또 다른 욕망의 대상으로 옮겨간다.

욕망으로부터의 자유(freedom from desire)!

불교수행에서 필요한 것은 욕망을 추구하는 의지를 놓아버리고 평화롭게 이 순간에 머무는 것이다.

아잔 브람 스님의 스승인 아잔 차 스님은 불교수행을 망고나무에 비유했다.

 

담마(Dhamma, )라는 망고나무 아래에서 너희들은 손만 내밀고 있으면 된다. 그러면 온갖 소중한 담마의 망고들이 저절로 떨어져 손안에 들어올 것이다.

같은 책, 489~490

이제 망고나무에서 망고를 따려면 망고나무에 올라가거나 긴 장대로 후려치는 의지를 내지말라.

그 의지로 망고나무를 통제하려고 하지 말라.

다만 고요하게 멈춰 있으라.

달콤한 담마의 망고는 저절로 두 손에 들어 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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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햇살 가득한 날씨

 

어제 아침에 비가 와서 공사가 중단되었다.

아침에 잠깐 비가 왔을 뿐인데 공사를 쉰다고 하니 다른 쪽으로 인부를 뺀 게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골조를 맡은 사장님은 지금 일을 세 군데 한다.

공연한 의심이 아닌 게 윗집에도 공사를 하는데 그쪽 팀은 일하러 왔기 때문이다.

오늘 날씨는 쾌청하다.

괜시리 하루를 공치고 공사가 재개되었다.

오전에 아저씨들이 터파기 거푸집작업을 끝마쳤다.

오후엔 거푸집에 콘크리트를 넣는 작업을 하면 터파기는 일단 마무리.

아침부터 포크레인이 콘크리트를 실은 레미콘이 들어올 수 있도록 마당 넓히는 작업을 끝냈다.

콘크리트를 거푸집에 골고루 뿌려줄 펌프카도 왔다.

헌데 아뿔싸! 정작 레미콘이 오지 않았다.

골조를 맡은 사장님이 전화를 해보더니 하는 말.

레미콘이 못 온다네요.”

얘기인즉슨, 어제 공사를 쉬어서 레미콘을 취소했는데, 다시 주문 전화를 하지 않았다는 것.

왜 골조사장님은 주문전화를 하지 않았을까?

대개 전날 비가 와서 공사를 쉬면 그 다음날 공사를 진행하니까 업체가 알아서 자동으로 주문처리를 한다.

기존 업체들은 그걸 아니까 주문전화가 없더라도 레미콘을 배정한다.

헌데 이번에 레미콘 업체는 신규업체다.

골조사장님은 관행대로재주문전화를 하지 않은 것이다.

골조사장님은 싸인이 맞지 않은 업체를 관행을 모르는 미련 곰탱이라고 욕을 한다.

그 앞에서 콜 수사님도, 펌프카 아저씨도 아무 말이 없다.

일이 이렇게 돼버렸는데, 말을 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마는 적어도 골조사장님은 콜 수사님과 펌프카 아저씨에게 사과 한마디는 하셔야 했다.

그 한마디를 안 하시니 골조사장님이 사주시겠다는 점심을 뿌리친 펌프카 아저씨는 골조사장님이 가고 나서 십원짜리 욕을 한바탕 하셨다.

내뱉지는 않았지만 그 욕은 아마 콜 수사님도 같이 하시지 않았을까?

 

이제 이 사회에서 관행대로라는 말은 누구나 하는 변명이 되었다.

개인 일이든, 마을 일이든, 직장 일이든, 국가 일이든 관행대로한마디면 유야무야 넘어간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많은 사람들이 관행이 뭔지 모른다.

그러니 그때마다 자기 좋은 대로 갖다 붙이면 그만이다.

정신승리법도 이런 정신승리법이 없다.

정신승리법은 루쉰의 소설 Q정전에서 주인공 아Q의 전략이다.

Q는 자신이 곤경에 처하거나 굴욕을 당하면 정신승리법을 쓴다.

Q의 정신승리법은 대개 이렇다.

 

그는 오른손을 들어 두세 번 자기 뺨을 힘껏 때렸다. 제법 얼얼하니 통증이 왔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평안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자기가 때리고 다른 자기가 맞은 듯했다. 이윽고 자기가 남을 때린 것처럼 아직 얼얼했지만 흡족해져 의기양양한 기분으로 드러누웠다.

루쉰전집 2외침/방황, Q정전, 그린비, 115

 

소설 속에서 아Q는 도둑 일당이라는 누명을 쓰고 끝내 공개처형을 당한다.

마지막 순간, 그의 정신승리법은 통하지 않는다.

사람 살려라는 외마디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둔하면서도 예리한, 그의 말을 씹어 먹고도 또 육신 이외의 무언가를 씹어 먹으려는 듯 영원히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그를 따라오는 눈길들속에서 아Q는 죽음을 맞이한다.

이 사회가 관행대로라는 정신승리법을 일삼는 한, 아Q는 언제든 되살아난다.

아니 이미 우리는 아Q 천지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저씨들이 오전 내내 미처 마무리 하지 못한 거푸집 작업을 완료했다.

 

 

마당과 이어져 있던 밭을 포크레인으로 걷어냈다. 레미콘이 마당 안쪽까지 들어오려면 차를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어둠에 묻혀가는 흙집. 투박하고 불편한 것 투성이지만 나무와 풀, 하늘과는 더없이 자연스럽다.

 

 

하늘엔 달이 뜨고 별이 하나둘씩 늘어간다. 고즈넉한 봄밤. 치열했던 낮의 기억을 조금씩 식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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