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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종말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3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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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주문



📗작은 종말

✍️정보라

🔖퍼플레인


<저주토끼> 이후 계속되는 신작.

무척 반가운 정보라작가님.


끊임없이 진화하는 보라월드의 '지금'을 포착한 단편선《작은 종말》.

가제본은 《작은 종말》에 실린 10편의 작품 중 3편의 작품만 선정해 제작되었다.


자꾸 읽혀지는 몇 개의 문장

지향-

강의 아버지는 나를 강의 애인으로 잘못 알고 있었다.

강의 애인이 아니다.

나와 강은 함께 데모하고 함께 투쟁하고 같은 삶의 지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선택지를 원한다. 안전하고 합법적이며 다양한, 더 많은 선택지를 원한다.


<함께 데모하는 동지 ‘강’을 상실한 이후 그를 회고하는 무성애자>라는 소개로는 부족하다...

더 많은 선택지는 없는걸까.

지향을 표현하기에 우리나라는 아직 먼걸까 생각하게 한 작품


무르무란

검은 깃털은 돌도끼로 사슴 사냥을 하고 아이를 가지게 되자 현명한 큰어머니에게 바위 벽에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허락을 받는다.​​


무르무란은 새처럼 생겼는데 바다에서 온다. 날개는 손가락처럼 생겼고 등딱지가 있다. 무르무란은 어두운 곳을 다니며 죽음을 먹는다. 그래서 봄 축제에 무르무란이 나타나면 사람들은 기뻐한다.


무르무란이 죽음을 먹어 없애면 그 해에는 죽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무르무란 소개보다 검은 깃털이 생각하는 부분이 정말 좋았다.


죽음을 쫒아버리는 방법, 혹은 죽음을 아예 없애버리는 비법이 산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지식이며 자신의 아이도 죽지 않을 것이라고 하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것이 바위 벽에 새겨지는 순간.


바위는 단지 놓여져 있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계를 연결하는 힘이 된다.


SF보다 Vol.2 벽 작품집을 통해 다른 작가들과의 작품과 함께 읽을때랑은 조금 다른 느낌이 들었다.



개벽

태초에 외계인이 지구를 평평하게 창조하였다.


인상적인 첫 문장을 지나 끝까지 휘몰아치듯 읽었다.


주인공 윤씨가 그래서 숯을 먹기 시작하고, 그래서 비싸지만 한씨가 보내준 동영상을 보고, 사이트에서 숯을 사고.


코로나 19 백신을 맞지 않았고 PCR 검사도 맞지 않았기 때문에 응급실에 들어갈 수도 없었고.


개벽의 사전적 정의인 ‘세상이 만들어진다’와 ‘세상이 뒤집힌다’의 두가지 뜻이 어떤 식으로 윤씨에게 작용하는가.


무려 세편 중 두편이 이미 읽은 작품이었지만...

다시 읽어도 좋았다.

작품집으로 다시 읽고 싶어졌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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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한다고요? 드러누워 자라는 중입니다 - 사춘기 자녀를 이해할 수 없는 부모들에게 행복한 성장 4
엘리자베트 라파우프 지음, 유영미 옮김 / 갈매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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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사춘기는 있었기 때문에-아무것도 안 한다고요? 드러누워 자라는 중입니다 서평

📖 읽은 책

📗 아무것도 안 한다고요? 드러누워 자라는 중입니다

✍️엘리자베트 라파우프

🔖갈매나무


🖼️엎드려있는 어린이가 배게를 깔고 자고 있네요.

?

아래에 있으니 정말 물음표를 외칠 수 밖에 없는 자녀 양육에 대해 말하는 것 같습니다.



책을 펼치면 저자 소개 전에 이런 글이 먼저 나옵니다.


사실, 당신은 한술 더 떴다.


누구나 청소년기를 겪고 사춘기를 겪습니다.

책 뒷면을 보면 가족학 박사이자 심리치료 전문가인 곽소현님이 추천사를 썼는데요.


독자들은 이 책의 다양하고 풍부한 사례들을 통해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지녀야 할 자세를

알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로 자녀를 지켜봐 주는 든든한 존재로

거듭날 것이다.

출처 입력


이 말 때문에 이 책이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목차부터 인상적이죠.

1 그 나이에 부모가 멋있다고 생각한다면 서른 살에나 사춘기를 겪겠군! ― 반항, 시도, 가능성

2 엄마, 그냥 꺼져버려! ― 욕설, 자해, 이중성

.

.

.

22 지금은 엄마 아빠 때랑 다르다고요 ― 새로운 환경, 걱정, 방향 상실

23 엄마 아빠가 그렇게 했으니까요 ― 이해, 신뢰, 모범까지

23개의 목차 속 이야기가 다 내 이야기와 내 자녀 이야기 같습니다.



p48 겉과 속이 다른 아이들에서는 아래의 말이 나오는데요.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사랑받는 존재다.

출처 입력

라는 말입니다.

"사랑은 결코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너무 당연하지만 잊고 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춘기는 무슨... 을 통해

'나 때는 말이야' 하며 어쩌면 더 심했을지도 모르는 부모가 되기 전,

어렸을 때는 기억 못하는 걸 나타내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P. 94 전지전능한 스마트폰에 대처하는 자세를 통해

어떤 동기로 그렇게 하는가가 중요하니

함께 규칙을 정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P247 지금은 엄마, 아빠 때랑 다르다고요를 통해

너무도 달라진 환경을 얘기하는데요.

뒤섞이며 변화하는 세대인데다가

여자아이들이 화장하는 것이 당연하는 시대에,

여행 스케일도,

바뀐 언어와 미디어 환경까지말이죠.


페이스북메신저로 소통하고,

온라인이 오프라인보다 더 익숙한 세대.

코로나 19이후 더 그렇죠.


이 책에는 예시가 엄청 많이 나옵니다.

부모가 되기 전 자녀였을 때의 인터뷰를 통해

자녀를 이해할 작은 실마리를 남겨줍니다.


p67 죄책감이 낳은 작은 통제를 통해

저자의 부모님이 맞벌이였기때문에 경험했던 일을 얘기하기도 하죠.


p79 잔소리는 그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를 통해

딸아이의 아빠인 옌스의 사례를 들려주는데요.

딸이 풀죽어오자 예전에 받았던 성적표를 찾아보고

어릴 적을 기억하는데

잔소리는 없고 믿어준 기억 뿐이지요.


사춘기 내 아이를 이해하는 건 쉽지 않지만,

이 책의 다양한 예시를 통해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저는 친구 때문에 읽게 된 책인데요.

공감하며 읽었던 책으로 추천해드립니다.


🎵 함께 들으면 좋은 음악은 나희경-아이야입니다.

가사 중에

"아이야, 마음이 아프거든

언제든 마음껏 울어도 돼"

라는 가사가 있는데요.

아이에게는 든든한 부모가 있으니 기대라고 말할 때 들려주고 싶습니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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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정보라 환상문학 단편선 2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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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정보라 작가의 소설을 읽었다. 2013년에 낸 작품집 <씨앗> 책 표지에는 다양한 소재와 주제를 탐색하려 노력하지만 쓰고 나서 보면 뭐든지 전부 치정극으로 만들어 버리는 재주가 있다 읽고 나면 마음이 어두워지는 이야기를 주로 쓴다라고 썼다.


이 책이 내게 그랬다.

정보라 소설집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는 열 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인데 가제본에서는 그 중에 네 편만 먼저 읽어 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나는 집에 있다 그와 함께 있다 기다리고 있다.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또한 당신의 원혼과 함께.

책을 첫 문장이 전체를 관통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머지 다른 작품들도 더 궁금하고 기대된다.​​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자들은 대부분 비겁하다. 그들은 삶에서 스스로 만족을 얻을 수 없고 다른 인간을 자신과 동등하게 존재할 수 없고 그러므로 세계 안에서 다른 존재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없다.

중략

소위 '도둑의 의리'란 그런 것이다. 범죄자 사이에 의리란 없다.

서로 다른 사람이 말하지만 반복해서 말하는 말.

" 저거 확 치어 버릴까."

이름도 없이 나오는 첫 번째 남자와 두 번째 남자와 세 번째 남자.

두 번째 소설은 감염.

간신히 모든 것을 손에 넣고 마음이 조금 편해진 남자가 갑작스럽게 동영상을 받아 일어나는 이야기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지만, 아무리 요청해도 그러지 말았어야 했지만 폭력을 보려고 행사했고 그 폭력이 사라진 다음에도 폭력을 할까 생각한다.

수직적인 인간 관계에서 위아래로 서열이 빈틈없이 꽉 짜여서 사람 위에 사람이 있고 사람 아래에도 사람이 있고 위에 있는 사람은 아래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 일종의 권력 같은 걸 휘두르는 관계.

아래 있을 때 위에 있는 사람은 아래 있는 사람에게 무슨 뜻이든지 해도 된다고 배웠고 그대로 행위해 버린 남자는 의식불명 상태로 만들어 버리고.



남자에게 개인적으로 아무런 감정도 원한도 없었기 때문에 더 지독하게 느껴졌다. 단순한 동작은 반복해서 익숙해지고.

나중에는 쾌감까지 느낀다.



리발관의 괴이

청년이 읽을 수 없는 간판.

휴대전화는 동그라미가 뱅글뱅글 돌고 안테나는 하나뿐이다.

연료계의 화살표도 E보다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내 친구 좀비

유학을 떠난 후 동창회에서 오랜만에 만나 그녀에게 들은 선이의 이야기.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똑같은 옷을 다음 주에 입고 나오는 선이.


정보라의 글은 어둡다.

읽고 나면 마음이 어두워지는 글을 쓴다던 그의 말이 맞았다.

처음 시작이 "우리 왜 여기로 들어왔지?"가 아니라 환상문학 웹진 거울을 통해 알게 되고 읽게 되고 책이 나오면 읽게 되고 또 다음 책에 나오면 읽게 되고 다시 읽게 되는... 그래서 사실 오랜 팬이기 때문에 기대치가 더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꾸준히 읽게 되는 건 작품집 씨앗 해설에서 정세랑 소설가가 제목으로 쓴 <세상에서 가장 이상한 위로>를 받기 때문이다.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리발관의 괴이>는 이미 읽어 보았었는데 다시 읽게 되었다.

연료도 떨어지고 내비도 말을 듣지 않고 휴대전화도 안테나가 한 칸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집인가하고 들어갔던 청년이 잘 읽을 수 없는 복잡한 한자 간판 리발관은 이발소 벽에는 선반이 붙어 있었고 선반 위에 가발을 씌운 마네킹 머리가 몇 개씩 놓여 있었다.

청년은 그 마네킹 얼굴이 기묘하게 진짜 사람 같으면서 어쩐지 말라부터 쪼그라드는 느낌이라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다.

가제본 147페이지.

나이가 누렇게 바른 한복 같은 것을 입고 있고 햇볕에 타서 갈색으로 변한 쭈글쭈글한 얼굴엔 아무 표정이 없는 노인.

청년이 짜증을 내며 물었지만 욕조처럼 생긴 기계만 가르친다.

직업적인 시선으로 청년을 두발을 살펴보는 중년 남자는 머리 자르러 온 거 아니라는 청년의 이야기에도 불분명하게 대답하며 계속 샴푸 기계를 사용할 것을 권유한다.

이유 벌어지는 일들은 공포였다가 갑자기 아니었다가 한다.

유쾌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이야기들의 연속이지만 <감염>에서 필요하다면 정말로 곤란하게 될 수 있다고 하는 남자의 말에 진짜로 마지막이죠라며 계속 계속 가는 사람, 주인공.

<감염>속에는 <슬픔과 불안의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악'이란 놈이 목덜미를 타고 올라앉은 뒤이고 죄의 수렁에 허리까지 빠져든 채 악이라는 놈에게 목을 잡히고 쾌락이라는 놈에게 머리를 내 줘 아무리 몸부림쳐도 헤어나올 수 없는 처지에 들어서 절대로 저지르지 말았어야 할 크나큰 잘못을 저지르게 된 것입니다.

라고 하는 부분이 잘못된 전화번호로 문자를 무시하지 않고 계속 계속 잘못된 방향으로 떠나는 남자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기가 만든 멍 자국을 보며 끔찍했다고 할 때는 언제이고 허리띠를 달라고 하고 엎드리라고 하며 괜찮냐고 물어보면서 계속 때리고.

"하고 나면 후회할 테니까."라고 말하는 건 무슨 의미인지.

너무나 태연히 악행을 시작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리발관의 이기>에서는 '적당히 잘생겼다'고 하는 말에 청년이 계속 분개하지만 큰 소리를 낼 수가 없다.

그렇게 약간 웃기는 것 같으면서도 아닌듯한 내용이, 웃어야할지 말아야할지 알 수 없는 내용이다.



<내 친구 좀비> 속 두 사람의 친구 선이는 나에 비해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었다. 조금만 친절하게 대해 주면 아무나 믿었고 언제나 주위 사람이 있어야만 안심했다 그런 몈은 아마 어머니의 영향일 거라고 우리는 짐작했다.

옷차림 겉모습 말투의 표정 점점 불편해지는 선이.

그러나 바꿀 수는 없고 자신도 적당히 푹 낮추고 포기하고 타협할 수 없으면서 그걸 권유하는 그녀 이야기가 무기력해진 자주 요즘 일진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은 마음먹은 대로 된다는게 아니라 최소한 자기가 원하는게 뭔지는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 말을 끝까지 맡길 기회를 주지 않은 사람이라서 어쩌면 더 절박하기 때문에.

그래서 이 소설들은 호러로 읽는다면 호러로 읽을 수도 아니면 삶의 비극적인 이야기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어째서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처럼 느껴지는지 그것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시 생각해 보면 <감염>속에서 주인공에게 영상을 문자로 보내준 남자도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 아래에 있을 때, '위에 있는 사람은 아래 있는 사람에게 무슨 짓이든지 해도 된다고 배웠고, 또 그게 옳다는 건 아니지만 아래 있던 사람이 정하기 시작했을 때 놀라기만 하고 떠나기만 하고 위아래에 위와 아래의 관계가 너무 익숙해져서 머리가 좀 이상해진 거'다.

사람이 사람을 가질 수 있다고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술을 핑계 삼아 나이도 어리고 초범이고 술에 취해서 실수한 거라고 술을 마셨다는게 어째서 용서가 받을 이유가 되는지 그런 건 잘 이해할 수 없지만.

맞은 사람은 의식불명 상태로 되었는데도. 그런데 지금도 그런 일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 어떤 부분에서는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이고 어떤 부분에서는 동영상이 왔을 때 보지 않고 삭제해 버렸으면 되었을텐데 왜 그랬을까.

그래서 단편집 제목 <죽음은 언제나 당신과 함께> 인데 이 네 편만 읽었을 때 이 제목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네 편의 이야기가 모두 죽음과 관련이 있고 그리고 어두컴컴한 이야기들은 그런 제목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나머지 여섯 편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빨리 읽어 보고 싶다.

부커상 수상 후보였던 저주토끼로 정보라 작가를 처음 알게 된 분이나 나처럼 오랜 팬이나 모두 만족할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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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스 크로싱
존 윌리엄스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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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최상급 물소 가죽을 들고 돌아가야 한다. 부처스 크로싱으로. 부처스 크로싱 서평

 

미국 서부 시대의 소설이나 영화를 잘 본 기억은 없다.

총을 쏘고 무언가를 죽여야 살아가는 시대는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 SF소설을 읽는 데 더 집중하며 살아서 이전 시대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맞겠지.

그러다가 읽게 된 존 윌리엄스의 소설 부처스 크로싱.

 

미국 서부.

철도가 막 놓이는 시기, 앤드루스는 자연주의에 빠져 전 재산을 들고 부처스 크로싱으로 온다.

들소 사냥을 소개받아 사냥꾼의 무리에 합류하고 나서 뜨거운 여름을 지나 갑작스러운 눈보라에 막혀 멈춰서 생존하기까지 긴 시간을 그린 소설이다.

 

책에서 본 판화와 현실은 다르다.

사냥을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지만 잔인하고 잔혹하다.

욕심 때문에 너무 멀리 가는 밀러와.

사냥을 시작하며 말이 없어지고 사냥에만 집중하는 밀러와 가죽을 벗기는 작업을 하는 슈나이더와 앤드루스.

찰링 가 오래된 성경을 찾아 멍하니 읽고.

함께 있지만 함께 있다고 느낄 수 없는 네 사람.

 

주인공은 앤드루스인데 밀러가 너무 계속 몰아붙이니까...

내가 앤드루스가 된 것처럼 몰아붙여졌다.

 

경험해 본 적이 없지만 소설을 읽으며 압도되는 감각을 느꼈다.

그들은 총이 있고 말을 타고 유도하면 안에 가둬지는 물소 떼처럼 자연도 당연히 다시 돌아갈 부어서 크로싱까지 잘 있을 거로 생각했던 것 같다.

 

특히 밀러는... 보는 내내 너무 무서웠다.

자기 사냥대라며 몫을 더 요구, 아니 처음부터 강하게 말할 때 알아봤어야 한다.

그리고 일정이 막 밀렸잖아.

 

97p

천천히 서쪽으로 가는 일행의 발아래에서 대평원의 풀들이 흔들렸다. 힘든 여정 속에서도 말과 소들이 살찔 정도로 풍부한 버펄로그래스는 하루 내내 색이 달라졌다.

이른 해가 분홍빛 햇살을 보내는 아침에는 거의 회색이었고, 시간이 지나 낮이 가까워질 때의 노란 햇살 아래에서는 선명한 녹색이었다.

 

97p 처음에 풀의 색이 달라지는 걸 묘사한 부분이 있는데 좋았다.

 

처음 말을 오래 타게 되면서 처음에는 너무 괴로워하다가 이제는 무감각해지게 되었다는 앤드루스.

동물을 헤치는 것도 그렇게 무감각해진 것이었나.

107P

강가에 사는 인디언들이야.” 밀러가 경멸하듯 말했다. “메기나 토끼를 잡아먹고 살지. 더는 사냥하지 않아.”

 

왜 사냥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너무 몰아붙이지 마.” 밀러가 찰리 호지에게 소리쳤다.

145p

 

그러나 몰아붙이는 건 밀러이고.

 

190p에서는 앤드루스가 가죽 벗기는 기술이 점점 능숙해졌다.

그리고 인간성은 점점 더 상실한다.

인간성이 상실되면 영혼은 더 멀리 떠나지.

 

소설 속에서 시간 감각을 잘 못 느끼다가 한 달이 지났으니 월급을 달라고 하는 슈나이더의 말을 볼 때 기억했어야 하는데.

 

들소를 사냥하고 사냥한 이후에 가죽을 벗기는 장면이 자세하게 나온다. 채식주의자는 되지 못했지만,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알고 있고, 채식주의자가 그리는 인스타툰을 보고 있다. 왜 역하게 느껴져 육식하지 않으려는지 알 것 같다.

 

모든 물소를 잡아 없애버려야 한다는 듯이 사냥에만 집중하는 밀러.

사냥할 때는 쉬워 보였고 익숙해 보였지만 갑자기 내리는 눈에 사람은 무기력해진다.

 

원래도 얘기를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밀러가 보았다는 들소 떼를 찾아서 계속 가면서 물도 못 마시고...

들소떼 사냥하면서는 처음에는 토했지만, 나중에는 무감각하게 가죽을 벗겨버리는 앤드루스.

그리고 점점 안으로 들어가.

 

119p에서 그만 갔으면 괜찮았을까?

이왕 여기까지 왔잖아요.” 그가 말했다. “밀러와 계속 함께 가는 게 좋겠어요.”

사람의 욕심에 대해서도...

더위에 쪄 죽을 것 같으면서도 물 한 모금 제대로 못 마시고...

 

불과 20페이지가 지나 210p에 눈이 오는 걸 보고 웃는 앤드루스.

웃을 일이 아니라고...

 

시간 감각이 상실되고 부처스 크로싱으로 돌아갈 길을 잃어버린다.

몰아붙여지는 사냥을 어쩔 수 없이 중단하게 된 이후 눈 폭풍을 피해 얼어 죽지 않으려고 있었던 몇 달의 시간.

2분 안의 모든 것이 사라지고.

 

손이 부드러웠던 앤드루스는 거칠어진 손으로 돌아온다.

부처스 크로싱도 1년 전과 다르다.

 

306p

그럼 배우지 못했군.” 맥도널드가 말했다. “자넨 아직도 배우지 못했어.... 보게. 자네는 인생에서 거의 1년이라는 시간과 힘을 낭비했어. 바보 같은 꿈 때문이지. 그래서 뭘 얻었나? 아무것도 없어. 들소 3,4000마리를 죽이고 가죽을 벗겨 깔끔하게 쌓았지. 들소는 자네가 놔둔 자리에서 썩어 가고 가죽에는 쥐가 보금자리를 틀겠지. 자네한텐 뭐가 남았나? 자네 인생에서 날아간 1, 비버가 댐을 만드는 데 쓸 부서진 마차, 손에 박힌 굳은살,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뿐이겠지.”

 

대답 못하는 앤드루스...

그래서 그걸 경험하고도 프렌신에게 가서 며칠을 보내고 돈을 주고 다시 떠나는 앤드루스가 참 바보와 같이 느껴졌다.

 

중간중간에 멈출 수 있는 신호가 있었다. 사람 먹을 물도 없고 동물도 물을 겨우 줘야 했던 여름과. 모두 다 없애버려야 한다고 생각한 밀러를 막을 수 있었던 사람이 있었다면. 너무 많은 가죽을 올려 무거워진 무게를 버틸 수 없으니 조금 줄이고 가자고 할 수 있었다면.

 

자연은 너무 강하고. 인간은 무기력하다.

 

우린 서로에게 할 말이 있어. 하지만 그게 뭔지 모르지. 우리는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332p의 앤드루스가 밀러, 찰리, 맥도널드를 보며 생각하는 것.

잘될 거로 생각하고 막 내몰렸던 여름과 가을을 지나, 무력했던 겨울을 지나, 다시 봄이 와서 도착한 부처스 크로싱.

모든 것을 놓치고 겨우 살아왔지만, 많은 것이 변해버린 지금에서도 해야 할 말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때로 생각은 입 안에서 머물러 있기도 하다. 바로 나오지 않아.

계속 맴돌 뿐이다.

 

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앞표지에는 말을 탄 사냥꾼이 총을 들고 앞을 향해 있다. 뒤표지는 들소인데. 아무 방해 없이 들소를 총으로 죽여버릴 수 있을 거라는 대담함.

뒤를 돌아보지 않고 그저 앞으로만 가는 사람들 같아 보였다.

 

서부를 정면으로 다룬 안티-서부극이라는 말이 이해되었다.

자연을 이길 것이라는 생각과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지만, 또 떠나는 앤드루스가.

장편소설이지만 인물이 많지 않고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보인다.

그래서 첫 장을 넘기고 나서 읽기 어렵지 않았다.

 

서부극을 좋아한다면, 서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젊은 남자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존 윌리엄스의 부처스 크로싱을 추천한다.

@gufic_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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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산책도 시켜드립니다 로버트 A. 하인라인 중단편 전집 2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고호관 외 옮김 / 아작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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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이 무려 12편이나 실려 있다.
매력적인 단편을 한편씩 읽다보면 다음 권이 궁금해진다.

소설은 원래 '있을법한' 이야기를 쓴다고 하는데 <우주 비행사>가 그랬다.

갑자기 우주 비행을 하게 된 우주 비행사 제이크가 아내 필리스를 그리워하며 쓰는 편지는 함께 하지 못하는 마음을 나타내는데 그건 요즘도 마찬가지니까.

갑자기 일어난 판사와 판사의 아들의 방문으로 위험에 쳐해져도 어떻게든 해결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나.
지구와 달을 오가는 전파 때문에 기다림에 대화에 방해를 받아도 해야 할 이야기는 하고 마는.


또 하나 인상적인 단편은 <여러분, 앉아 계시죠>.

제목부터 인상적이었는데, 첫 문장 때문에 더 그랬다.
달을 개척하려면 광장공포증이 있는 사람과 폐소공포증이 있는 사람이 둘 다 필요하다. (111쪽)

루나시티라고 달이 본격적으로 개발된 후의 이야기인데 안전하다고 하는데 안전하지 않았던 곳에서의 이야기.

<탐조등>
따뜻한 초단편.
광고의 일부로 쓰여졌다고 하는데 그런 느낌은 별로 못 받았다.
달에서 시각장애를 가진 소녀 피아니스트를 찾기 위해 하는 수색 방법이 독특했다.
피아노 음으로 들리는 광선 소리.

언젠가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달의 이면에도 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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