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그인 2009-11-25
비단안개/김소월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 때는 차마 잊지 못 할 때러라,
만나서 울던 때도 그런 날이오.
그리워 미친 날도 그런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홀목숨은 못 살 때러라,
눈 풀리는 가지에 당치마귀로
젊은 계집 목매고 달릴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종달새 솟을 때러라.
들에랴 바다에랴, 하늘에서랴
아지 못할 무엇에 취할 때러라.
눈들이 비단 안개에 둘리울 때.
그때는 차마 잊지 못할 때러라.
첫사랑 있던 때도 그런 날이오
영이별 있던 날도 그런 때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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