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의 기능작용에 대한 알튀세르의 설명은 "이데올로기는 개인을 주체로 호명(interpellation)한다"는 테제로 요약된다. 쉽게 김춘수 식으로 말하자면, 그가 날 꽃이라 부르니 나는 꽃이 된다. 그냥 웃자고 하는 말이다. 아프락사스님이 날 구체적으로 호명하여 "내 나이 스물 다섯 적엔..." 이란 글을 쓰란다.
내 나이 스물 다섯 적엔...
나는 그 해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하던 해, 졸업여행에서 나는 거의 걸어다닐 수 없을 지경이었다. 몸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인생의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졸업여행을 빠지고 싶지 않아서 꾸역꾸역 밀려드는 고통을 참아내며 졸업여행에 참가했다. 결과적으로는 매우 잘한 일이지만 그 덕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모두들 취직했다고 자랑할 때 나는 집에 누워 있었다. 장장 6개월 동안 드러누워 천정만 바라보는 생활을 해야 했다. 몸을 움직일 때마다 견딜 수 없이 아팠다. 움직이지 않으면 전혀 아프지 않는 병, 소위 "척추디스크"였으므로 어떤 의미에선 더 괴로왔는지도 모르겠다. 젊어서 몸의 기력은 넘치는데, 움직일 수 없다는 거... 대학에 들어가기 전 몇년 동안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험하게 살아온 것이 갑자기 대학에 들어가 책상 물림으로 살았던 후유증일지도 몰랐다.
그리고 그해의 후반기 극적으로 몸이 괜찮아지면서 출판사에 나가 교정 아르바이트를 했다. 집도 한 차례 이사를 해서 천호동 423번지 텍사스촌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김중식의 시집 『황금빛 모서리』에는 「식당에 딸린 방 한 칸」이란 다소 장황하리만치 긴 시처럼....
"밤늦게 귀가할 때마다 나는 세상의 끝에 대해/ 끝까지 간 의지와 끝까지 간 삶과 그 삶의/ 사람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귀가할 때마다/ 하루 열여섯 시간의 노동을 하는 어머니의 육체와/ 동시 상영관 두 군데를 죽치고 돌아온 내 피로의/ 끝을 보게 된다 돈 한 푼 없이 대낮에 귀가할 때면/ 큰길이 뚫려 있어도 사방이 막다른 골목이다"
1층에는 창녀들이 밝혀놓은 붉은 등 쇼윈도 안에서 호객행위를 하고, 2층에는 닥지닥지 붙은 벌집에서 영업하는 곳이, 머나먼 시궁창, 사랑하는 나의 집이었다. 423번지 골목을 따라 내가 사는 집까지 걸어가는 길은 불과 20여 미터. 그 20여 미터를 걸어가는 일이 내게는 세상 더할 것 없는 굴욕으로 느끼면서도 나는 시궁쥐처럼 밤이면 집으로 돌아갔다.
내 나이 스물 다섯 적엔...
몸도 마음도 모두 아팠다. 하긴 그 나이 땐 으레 그런 법이겠지...
* 나도 누군가를 호명해야 한다면... 그가 응하던 말던 상관없이...
행복나침반, 따우, urblue, 클리오 그리고... 드팀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