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 > 리뷰특강(4): 미술사 리뷰

* 뭐든지 회를 거듭하면서 신선도가 떨어지지요. 그래서 안할까 했는데, 어떤 분이 왜 특강 안하냐고 협박을 하시는 바람에 4회를 만들어 봤어요. 유치하더라도 참고 봐주세요. 요즘 머리가 잘 안돌아가요.

----------------------------

어느 분이 질문을 하셨다.

클리오

리뷰특강 잘 읽고 있습니다. 저 근데 서평과 리뷰가 어떻게 틀려요?

- 2005-03-16 21:27 삭제
 
마태우스
 

그건 같은 말입니다. 서평, 리뷰, 독후감, 독서감상문... 다 같죠

. - 2005-03-16 23:30 수정  삭제

클리오
 

저도 그런 줄 알았는데 바람구두님 서재에 가니까 서평과 리뷰가 따로따로 있더군요.

.. - 2005-03-16 21:27 삭제
 
마태우스
 

음... 그럼 다른가보다. 지금 생각하자면 리뷰는 줄거리 위주로, 서평은 느낌이나 인상을 위주로 기술하는 것 같네요.

... - 2005-03-17 13:30 수정  삭제

 

 

이렇게 대답하고 바람구두님 서재에 갔다. 과연 서평과 리뷰가 다른 카테고리에 묶여 있다. 서평을 클릭했다. 품절된 책이 많아서 혹시 오래된 책을 읽으면 서평인가 싶었더니 그게 아니다. 알고보니 리뷰는 영화 리뷰고, 서평은 책의 리뷰다. 헛소리를 했다싶어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냥 같다고 우길 걸, 괜히 그랬다...

 

 

대중문화, 특히 미술 관련 책들은 리뷰 쓰기가 난감하다. 그림 한편 한편을 본 소감이 다 다를진대 어떻게 리뷰를 쓴담? 특히 미술입문서를 읽으면 뭘 써야할지 난해하다.  <곰브리치>를 읽고 나서 이런 리뷰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리뷰 대신 간단한 퀴즈를 냄으로써 미술에 일가견이 있는 분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본다. 답은 댓글로 달겠습니다. 재미로 풀어보시길!

1) 감미로운 성모상을 그리는 화가로 인식되어 있는 화가로, 그가 <요정 갈레아테>를 완성했을 때 누군가가 도대체 어디서 그런 아름다운 모델을 찾아냈냐고 물었다. 그는 “어떤 특정한 모델을 모사한 것이 아니라 그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생각을 따랐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페루지노의 제자인 그의 묘비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이제 그가 죽었으니 그와 함께 자연 또한 죽을까 두려워하노라” 누구일까.


가. 라파엘로          나. 조반니 벨리니

다. 티치아노          라. 코레조                    ]


이건 사실 리뷰 쓰기가 막막해 궁여지책으로 쓴 거지, 제대로 된 리뷰는 아니다. 이 리뷰에 대해 어떤 분이 서재주인보기로 단 댓글을 보자.


이틀(春)
으하하~(일단 웃고) 마태우스님, 이걸 어찌 리뷰라고 쓰셨나요!!! - 2004-08-11 14:11 삭제

 

3만6천원짜리 <천년의 그림여행>을 19,800원에 특가판매 했을 때, 남들이 다 사기에 나도 샀다. 읽긴 다 읽었는데 리뷰를 쓰자니 영 막막했다. 아까처럼 쓰자니 남들의 비웃음을 살까 두려워 한달 반이 되도록 리뷰를 못쓰고 있는 중인데, 나같은 분들이 또 있을까봐 대중예술 리뷰의 황제이자 페라가모 구찌 3세 바람구두님의 리뷰를 분석함으로써 미술책 리뷰를 어떻게 쓰는지 배우는 시간을 마련했다.


유명인의 리뷰가 다 그렇지만, 바람구두님 역시 이렇듯 고풍스럽게 리뷰를 시작한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출판사란 것이 있다. 프랑스의 갈리마르, 일본의 이와나미 같이 종합출판사로 명성을 얻은 출판사가 있는가 하면 예술관련 서적을 전문적으로 출판하여 명성을 얻는 전문출판사도 존재한다]

이런 말은 전문적인 지식이 없으면 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자신이 아는 걸 대충 버무리면 남들이 그냥 넘어가 준다. 예컨대 “‘고’로 시작하는 화가는 고흐와 고갱, 고야가 있지만, 그 셋은 결코 형제가 아니다”라든지, “루브르 박물관은 프랑스에 있지만, 런던에는 없다”는 식의 난해한 얘기를 하면 되는거다.


[영국하면 신사의 나라, 프랑스하면 예술의 나라, 독일하면 철학의 나라, 오스트리아하면 왈츠와 모차르트가 연상되듯 국가에는 국가이미지란 것이 있다...우리나라에서도 지난 1970년대부터 정부차원의 국가 이미지 홍보 사업을 벌여왔다....그 중 하나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Frankfurt Buch Messe)이다...오는 10월에 개최되는 이 도서전에서 우리나라가 주빈국으로 선정되었다. 우리의 국가이미지, 출판수준과 문화를 알리는데 더할 나위없는 호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우리는 이 행사 준비에 여러가지 차질을 빚고 있어 주위의 염려를 사고 있다]

이 책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한다면, 그 사람은 리뷰에 대해 이해가 부족한 사람이다. 알라딘 리뷰 회칙 3조 5항을 보면 ‘리뷰란 게 꼭 책에 관해서만 써야 하는 게 아니며, 책을 통해 연상되는 모든 것들을 다 써도 무방하다’고 되어 있으며, 5항 끝부분에 가면 이런 말도 있다. ‘줄거리를 나열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책과 관계없는 연상을 하는 게 더 낫다’. 어찌되었건 구두님의 리뷰는 도서전을 통해 결국 미술로 이어진다.


[예경 출판사가 미술 출판이라는 외길을 28년간 걸어왔다는 것은 성과는...축하해야 마땅하다....미술 분야의 책을 내는 것은 출판의 다른 분야에서도 매한가지 고충이긴 하지만 특별히 공은 더 많이 들어가고 상대적으로 실속은 적은 편이다. 도판 하나, 사진 한 컷 이용하려 해도 저작권 문제를 일일이 해결해야 하고, 이미지를 많이 다루는 책의 특성상 일반 인쇄용지말고, 고급지를 사용해야 하며, 책의 판형도 고려해야 하고, 컬러인쇄다 보니 인쇄 감리에도 여간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 미술 분야에 대한 독자층이 넓은 것도 아니다 보니 책의 가격 산출에도 고심하지 않을 수 없다... 36,000원이든, 19,800원이든 이 책이 그 값을 하는 책이라면 좋은 평을 들을 만한 것이고, 아무리 값이 싸도라도 제 값을 못하면 좋은 이야기를 듣기 힘들다. 그에 대한 나의 결론은 이 책은 좋을 평을 들을 만하다는 거다]

외길 인생을 걸어온 출판사에 대한 칭찬-이상하다. 예경에서 백화점도 하고, 비누도 만들었던 것 같은데...-과 그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고난을 언급한 뒤, 구두님은 이 책이 읽을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구두님은 이어서 책을 읽기 전에 조심해야 할 사항에 대해 일러준다.

[문제는 우리의 독서습관에 달려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2만원에 가까운 책값을 지불했으니 이 책을 통해 본전을 빼야겠다 생각하는 건 당연하다...하지만 한 권의 책으로 서양회화 1,000년의 역사를 이해하겠다는 욕심은 그 자체로 그릇된 것이다....그런 책을 읽고, 그 분야에 대해 '다 알았소' 할 욕심이라면 광고와 상관없이 그것이 도둑놈 심보다...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런 한계 속에서 이 책이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하고 있으며, 한계를 보충하고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맞는 말이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하루에 읽는 게 힘든 것처럼, ‘하루’ ‘30분’ 이런 책치고 진짜 그 시간에 이루어지는 건 하나도 없다. 그래서 구두님은 성급한 기대를 가지고이 책을 읽지 말라고 경고한 뒤 책의 내용에 대해 살핀다.


[우선 이 책은 1,000년이란 시간적 제약을 두고 서양 회화를 살펴본다....각각의 본문들은 대개 펼친 페이지 형태로 구성해서 한 명의 화가를 소개함에 있어 그 작가의 시대적 위치(사회적 영향이나 예술사적 위치)와 평가, 간략한 작품세계를 알리고, 대개 메인 컷 한 두 개와 서브 컷 서너 개를 삽입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물론 이 정도로 이 작가에 대해 모든 걸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 분야에 대해 전문가가 되길 소망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 정도 상식과 교양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책의 구성에 대해 언급한 뒤 이 정도만 알아도 상식과 교양을 갖춘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함으로써 나같은 문외한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그 다음, 한마디로 이 책을 정리한 뒤 책에 대해 가벼운 비판을 가한다.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한 서양회화사 입문서 혹은 교양서로서 적당한 난이도와 풍부한 도판을 지닌 책으로 별 다섯을 충분히 줄 만하다...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이 책의 목차가 좀더 성의있게 만들어졌다면 하는 것이다. 이 정도 정성을 들여 만든 책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목차가 달랑 4개의 구분 '여행에 앞서, 천년의 그림여행, 화가연표, 찾아보기'으로는 천년의 여행을 즐겁게 시작하는 초입치곤 너무 빈약하다]


나 역시 목차가 빈약한 것에 좀 황당했었다. 세일품과 정품이 다르듯, 특가로 사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을 정도. 어찌되었건 구두님은 이런 비판 다음에 칭찬을 함으로써 책 만든 이가 삐지지 않도록 유도한다.

[끝으로 예경출판사의 28년 걸어온 길을 진심으로 축하하면서 앞으로도 좋은 책들을 많이 출간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다른 나라들에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획을 많이 하는 훌륭한 출판사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이쯤해서 끝날 줄 알았는데, 구두님은 친절하게도 어떻게 읽는 게 좋은가에 대해 나름의 방법을 얘기한다.

[일단 한 권 구입해놓고 침대 머리맡에 놓고 잠들기 전 차근차근 그림 중심으로 보는 것도 좋을 것이고, 괜찮은 서양미술사랑 같이 펼쳐놓고 "천년의 그림여행"이랑 비교해가며 읽는 것도 좋은 여행 방법이다]


자, 어떤가. 좀 감이 잡히는가? 그림이나 화가에 대해 개별적인 언급을 하는 것보다, 이렇듯 책의 개괄적인 내용과 구성을 언급해 주니 머리에 쏙 들어오는 느낌이다. 그래서 바람구두님을 가리켜 ‘알라딘의 슈발리에’라고 부르는 것이고, 이 리뷰가 추천을 16개나 받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자, 그럼 이런 지식을 가지고 내가 전에 썼다가 실패한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를 써본다.


먼저 고풍스러운 시작.

[‘곰’으로 시작하는 사람을 난 많이 알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곰’은 그다지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곰탱이’ ‘곰바우’ ‘곰상’ 하나같이 나쁜 말이다. 하지만 그런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곰브리치를 올바르게 읽을 수 없다]


그 다음, 관련 현안에 대한 언급.

[최근 주일대사가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한 데 이어, 시마네현은 다케시마의 날이라는 걸 조례로 제정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 중 독도에 가본 사람은 얼마나 되며, 화가들 중 독도를 소재로 그림을 그린 사람은 또 몇이나 되는가. ‘독도는 우리 땅’을 불렀던 정광태 이후 독도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것이 이런 사태를 맞은 게 아닌가 후회가 된다]


출판사 얘기.

[예경출판사가 그간 미술 진흥을 위해 애쓴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지만, 예경 역시 독도에 대해 관심이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독도 미술전을 한다던지, 곰브리치를 독도에 초청한다든지 하는 행사를 함으로써 범국민적 관심을 환기시켰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다른 할 일도 많은데 일개 무인도까지 챙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독도는 연어알과 물새알 새들의 고향이고 해녀 대합실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풍부한 자원이 있는 곳이며, 일본이 호시탐탐 노리는 섬이기도 하다. 뒤늦게나마 예경이 독도 지키기 운동에 동참한다고 하지만, 때늦은 감이 있다]


책을 읽기 전에 주의할 사항.

[다시 말하지만 곰브리치는 곰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러므로 이 책을 읽고 정력이 좋아질 것을 기대한다면 당장이라도 책을 덮는 게 좋다]


책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

[곰브리치 서양미술사는 오래 전부터 서양미술사의 바이블로 불렸고,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곰브리치를 모르고서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책이 워낙 비싸 훔쳐가는 사람도 많았고, 책의 두께 때문에 베고 자다가 목이 꺾인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만큼 곰브리치는 내용이 풍부하고 해설이 잘 되어 있어, 미술로 일가를 이루겠다는 사람의 입문서로는 적합하다]


책에 대한 비판.

[고교 때 곰브리치를 들고 다니던 미술 선생님한테 책으로 맞은 적이 있다. 그런 사람을 위해서 책을 좀 손볼 필요가 있다. 표지에다 솜을 깐다든지 하는 식의 배려를 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


마지막 칭찬.

[곰브리치 위에 곰브리치 없고, 곰브리치 밑에 곰브리치 없다. 정말 좋은 책이었다]


책읽는 방법.

[그냥 책만 보면 금방 까먹는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책에 나오는 그림들을 물감을 이용해서 한번씩 따라그리는 거다. 그렇게 한다면 화가들이 얼마나 잘그렸는지, 색감을 내려고 노력했는지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이 책은 온전히 당신 것이다(그럼 사진에 나오는 건축물도 만들어 봐야 하나??)]


정말 별 거 아니지 않는가. 모든 일은 방법을 알면 쉽다. 이제 밀렸던 <천년의 그림여행> 리뷰를 써야겠다. 특강을 받은 당신도 어서 미술책을 읽어라. 그리고 멋진 리뷰를 한번씩 써보자.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바람구두 2005-03-21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마태우스 2005-03-21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 글 쓰느라 구두님 서재를 열심히 뒤졌지요. 정말 리뷰를 예술로 승화시킨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구요, 두자리수의 추천들에 기가 팍 죽었다는.... 알라딘에 계셔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나오는 분이십니다.

바람구두 2005-03-21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말씀을요. 그저 제 공부하느라... 남들보다 좀더 자세히 쓰려할 뿐인걸요. 그보다야 마태님이 늘 열심이시죠. 이번 오프 모임에 행사 참관이 있어서 참가 유무를 장담드릴 수는 없지만... 되도록 참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혹시 뵈올 수 있기를...

안녕, 토토 2005-03-22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그인하게 만드시네요. 페리가모 구찌3세 바람구두님의 리뷰분석과 정력과 아무 상관없는 곰(씨네)브리치의 서양미술사 리뷰까지, 잘 읽었습니다 ^^

바람구두 2005-03-22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대마왕에서 페라가모 구찌3세까지...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