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부터인가 '자존심' 대신 '자존감'이란 말이 흔하게 쓰인다. 고등학생 무렵 내 여자 친구에게 처음 해주었는데, 그때부터 나는 이 말을 내가 처음 만들었다고 생각했다(물론 이전에도 존재했을 수는 있지만,  그 이전엔 어디에서도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나 글을 본 적이 없었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비슷한 말 같아도 사실은 많이 다른 말이다. 자존심이란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는 마음'이지만 '자존감'이란 자기가 존재하고 있다는 실존적인 느낌을 말하는 것이니까. 죽음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은 오로지 사람만이 자신이 죽는다는 걸 실감한다고 말한다. 동물학자들이나 동물애호가들로서는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일 테지만 어쨌든 나는 그와 비슷하게 오로지 인간만이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말하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살아있음에도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도 삶이 삶을 덮는 순간, 바람이 목덜미를 쓰다듬는 그 느낌이 정겹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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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9-11-24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참 댓글을 달다, 바람구두님도 아는 얘기인데 물음표 있다고 주절주절 늘어놓은 것 같아 지웠어요^^
오늘 바람의 입김은 무척 따뜻했어요

바람구두 2009-11-24 14:14   좋아요 0 | URL
그래요. 가끔은 결론없이 끝을 내지 않는 것도 필요한데...
저는 늘 강박에 시달리곤 하네요.
오늘처럼...그럼에도 아치님의 댓글 정겨워요. 아시죠? ^^

Arch 2009-11-24 15:38   좋아요 0 | URL
정말요? 히히^^ 입이 귀에서 내려올줄을 모르네 흐~

세실 2009-11-25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지 자존심보다 자존감이 더 있어 보입니다. 흐
그런 차이가 있군요.
비오는 수요일 바람의 입김 좋아요~~

바람구두 2009-11-25 14:33   좋아요 0 | URL
확실히 좀더 있어보이긴 하지요.
^^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