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시큰둥한 마음에 시작한 글이 본의 아니게 길어지고, 여러분들이 댓글을 달아주시고 그에 대한 댓글을 다는 동안 제 글이 많이 모호하고, 어느 면에선 구체적 근거(뿐만 아니라 팩트조차 혼동한 내용이 다소 있는, 허술하기 짝이 없는 - 하이드님이 지적해주신 걸 보고 순간 좀 '뻘쭘'했습니다. 흐흐)가 부족한 글이었다는 걸(뭐, 언제는 안 그랬습니까만)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쓴 글에 대한 약간의 첨언을 하려고 합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알라딘과 서재라는 시스템 자체를 부정하진 않습니다. 비록 이 구도 자체가 알라딘이란 서점의 상업적인 의도에서 출발한 것이란 사실을 부인하진 않지만, 그에 상응하는 순기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지요.
어떤 의미에서 보자면 저는 도리어 알라딘의 그런 시스템에 대한 나름의 수혜자(서재의 달인?)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해 약간 보강하자면 저는 기명 원고, 원고료를 받는 글쓰기를 통하거나 인터뷰를 할 때 한 번도 알라딘 서재를 약력에 기재하거나 인터넷 서평 활동을 부각시켜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라딘 서재에 애착을 가지고 있는 이유는 물론 '사람'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교류는 제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고, 저의 부족한 글에 호응해주는 분들의 피드백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언제나 제게 큰 배움이 되었습니다. 사실 커뮤니티의 가장 큰 매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언제나 '사람'에게 있습니다. 좋은 사람은 좋은 사람대로, 싫은 사람은 싫은 사람대로 모두 제게 가르침을 주는 사람들인 것이죠.
그런데 최근 저는 알라딘 커뮤니티의 재미나 흥미가 많이 떨어지더군요. 그 이유는 제 개인적인 차원부터 시작해서 여러가지가 많이 있을 겁니다. 만약 그것이 제 개인적인 이유에서만 그런 것이라면 그냥 입다물고 조용히 지내면 될 문제입니다. 그런데 한 편으론 그것이 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곳을 이용하는 많은 이들이 느끼고 또 저를 제외하고도 제법 많은 이들이 그와 같은 지적을 해왔던 것으로 압니다. 그 분들 나름의 이유도 다 있었겠지만 제 생각엔 알라딘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생각하여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어떤 분들은 기존 참여자들이 형성한 폐쇄적인 분위기가 신규참여자에게 진입장벽으로 기능한다는 문제 제기를 했고, 어떤 분들은 알라딘 서재의 분위기가 논쟁 없는 커뮤니티, 좋은 것이 좋은 것이다란 식으로 논쟁을 회피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커뮤니티의 활력을 잃었다고 보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메타블로그와의 연계 등 개방의 문제를 구조적으로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고, 익명으로도 글을 게재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문제제기 자체도 유의미하다고 보았지만, 이용자 개개인의 참여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어떤 커뮤니티도 신규참여자의 활력 없이 오래 존속될 수는 없습니다. '갈 사람은 가고, 새로운 사람은 오면서 그들과 섞이고 나누면서 활력이 유지되는 법'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앞서의 문제제기들은 현상을 정확히 지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근본원인과 처방에 대한 제 생각은 약간 다릅니다.
물론 커뮤니티는 참여자의 노력 여하에 달린 것이나 큰 틀로 보자면 시스템의 문제(일종의 넛지효과 같은 것)이기도 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로 대학사회는 지식인들의 집합체입니다. 그러나 최근 대학의 지식인 사회는 여러가지 이유로 스스로를 위기에 처했다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그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저는 이런 위기의 원인 중 하나는 '학술진흥재단(한국연구재단)'의 BK, HK니 하는 연구지원 프로젝트들에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연구 지원 시스템은 우리 사회가 배출했으나 책임지지 않는 고급 인력들을 유의미한 연구에 편재할 수 있도록 한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으나 다른 한 편으론 대학의 연구가 연구지원 프로젝트를 겨냥해 재편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대학의 순수한 연구를 훼손시키는 결과를 빚습니다.
마찬가지로 알라딘 서재에서도 일정하게 알라딘의 (상업적인)의도가 관철되는 영역이 서재입니다. 저는 알라딘에 리뷰를 씁니다. 알라딘의 '땡스투'나 '이 주의 마이리뷰' 같은 메리트의 혜택을 받은 적도 상당수 됩니다. 물론 저 같은 사람이나 이런 것에 신경쓰지, 대다수 사람들은 이런 시스템을 겨냥해 리뷰를 쓰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알라딘의 땡스투를 비롯한 여러가지 시스템 속에 내재되어 있는 '상업적인 의도들'은 제 경우에 한해서만 말씀드리면 종종 제 글쓰기를 되돌아보게 만들곤 합니다.
그러나 앞선 저의 글이 단순히 알라딘의 상업주의만을 겨냥한 것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알라딘의 상업적인 노력에 비해 커뮤니티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그것이 알라딘 커뮤니티의 활력을 떨어뜨리게 되고, 알라딘 커뮤니티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의 피드백을 받고, 교류하면서 누렸던 저의 즐거움이 줄어든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저를 비롯한 서재 사람들의 편의와 욕구를 충족시켜준다면 알라딘이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것을 비난할 이유는 없다는 뜻이지요. 구매자와 비구매자로 구분되는 리뷰, 서재인들이 제기했던 시정 요구(예를 들어 이중추천 등의 구조적 개선)들에 대한 늦장 대응, 신규 컨텐츠들의 다소 무분별한 확장 등 여러 부분에서 서재 이용자들의 의사나 참여가 불가능한 의사소통이 막혀있는 구조입니다.
네이버를 비롯한 여러 포털에서도 블로그를 제공하고 있지만, 제가 그간 살펴본 바에 따르면 블로거의 재량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을 점점 더 확대해가는 형태인데 반해 알라딘 블로그는 웹2.0(참여의 확대) 개편 이후 상업적 컨텐츠와 카테고리들은 대폭 확대된 것에 비해 블로거들의 이용의 편의나 커뮤니티의 소통 확대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개선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포털사이트들의 뉴스 브리핑이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포털의 뉴스브리핑이 문제가 되는 것은 결과적으로 포털도 기업인데, 그들이 하는 뉴스브리핑이 언론 행위이며, 언론은 뉴스의 배치(편집)를 통해 여론을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알라딘의 '타운(town)' 페이지가 포털의 뉴스브리핑과 매우 흡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알라디너 인기서재'를 비롯해 '화제의 서재글'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죠. 대체로 이런 영역을 통해 재생산되는 '인기 페이퍼'나 '인기서재'들은 '서재의 달인'과 같은 이들입니다(저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이런 부분은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이긴 합니다만, 신규 진입자들에겐 이런 부분들이 보이지 않는 진입장벽으로 작동하게 되고, '서재의 달인'은 그런 의미에서 별로 얻는 것도 없이 '기득권자'가 됩니다.
저는 이것이 알라딘의 메인프레임이 작동하는 방식이며 이것이 알라딘의 폐쇄성을 강화한다고 봅니다. 물론 네이버를 비롯한 다른 블로그들도 이와 흡사한 프레임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알라딘이 이런 포털들에 비해 매우 작은 커뮤니티인데 반해서 메인프레임은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매우 강력하다는 겁니다. 또 한 가지는 알라딘이 땡스투를 도입하면서 외부 블로그의 리뷰 페이퍼들도 연계시켜 놓는 것처럼 나름대로 개방성을 위해 노력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알라딘 커뮤니티 내부의 블로그들끼리 상호 개방적이고, 소통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기 위해 과연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듭니다.
'즐겨찾는 서재'가 알라딘 블로그의 대표적인 이웃과 연결된 링크 시스템인데 이것은 스스로 링크 유무를 오픈시키기 전엔 누가 날 즐찾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이것은 오픈을 희망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배려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좀더 고민한다면 단순한 '이웃맺기', '상호이웃맺기' 같은 선택지의 다변화를 통해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즐찾 시스템은 몇몇 명망가들의 인기지수를 보여주는 정도의 의미 이외에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이외에도 알라딘 서재는 참 여러 곳에서 서열과 등위를 매기는 경쟁시스템이 일반화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런 알라딘의 방식이 매우 불편하고, 알라딘 커뮤니티에 알게 모르게 경쟁심리를 유발하는 구조로 기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본의아니게 그런 시스템의 상위에 랭크되어 있지만, 저를 비롯해 그걸로 자부심을 느끼는 분들은 별로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시험 보는 것이 싫어서 운전 면허도 간신히 취득한 사람에게 알라딘의 서열시스템은 부지불식간에 사람을 매우 언찮게 만듭니다. 문제는 제가 그런 것으로부터 아예 초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겠고, 아무런 문제의식도 갖지 않겠지만 애초에 그런 구조 자체가 아니라면 더욱 좋지 않겠나 싶습니다. 서재는 서재 자체의 기능에 충실하고, 상호 소통과 교류가 수평적이고, 자발적으로 좀더 쉽고 자주 일어날 수 있도록 기능이 재편된다면 저도 더 많은 사람들과 오고가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겠나 하는 바람에서 쓴 글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 제가 알라딘 서재에서 심심한 까닭을 살펴보니 이유가 거기에도 있더란 말입니다.
이상이 웹2.0 개편 이후 알라딘 커뮤니티에서 제가 느낀 문제의 근본 원인 같은 것입니다. 처음에 멋모르고 순위 올라가고 그럴 때는 즐거운 장난처럼 생각했는데, 그것이 좀더 강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 어느 순간부터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알라딘이 불편하더군요.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알라딘의 서재 개편이 좀더 노련하고, 세련되게 진행되었으면 합니다. 선택은 물론 알라딘의 입장에서 할 일이겠지만 서재 개편에 있어 사전에 알라디너들의 의견을 취합해보는 공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일 수 있겠죠.
* 언젠가 한 번은 이런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신지님의 페이퍼가 제게 좋은 자극이 되었고, 신지님의 페이퍼에서 모티브를 얻어 처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마감도 질질 늘어지고, 마음은 급하고 짜증은 나고 하여 급하게 되는 대로 글을 쓰다보니 신지님의 페이퍼에서 나오지 않은 이야기까지 마치 신지님이 페이퍼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오독할 수 있는 글을 썼더군요. 이 점에 대해서 신지님에게 깊이 사과드립니다.
제 글 속에 언급된 신지님의 글은 "얼마 전에 신지님이 제기한 글을 읽었는데 '알라딘 광장'을 만들자는 제안이었다. 제안 자체의 효용성 유무보다는, 일단 문제의식만큼은 동의할 수 있었는데, 알라딘 자체의 구조적인 배려가 없다면"까지 였습니다. 효용성 유무 부분은 다시 말해 "신지님의 제안이 알라딘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입니다. 물론 받아들여진다고 하더라도 현재 시스템으론 개선의 효과는 별로 높지 않을 것이란 생각도 들긴 합니다.
나머지 문장은 제가 급하게 쓰느라 꼬인 부분인데, "신지님이 지적한 것처럼"에서의 지적은 신지님의 글에서 신지님이 지적한 것들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는 뜻이었고, 이 부분에서 한 번 쉼표든, 마침표든 찍고 정리한 연후에 다음 이야기로 진행되었어야 했는데,(나머지 부분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이전의 논쟁과정에서 나온 여러 사람들의 지적들인데) 문장 구조상 제가 널띄기를 해버리는 바람에 오해를 자초했습니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신지님의 마음을 불편하게 해드린 것 같아 너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