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 원칙과 절차는 어겼으나 법은 유효?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를 나눠 서로 견제하도록 만들었으면서도 입법 과정에서 생긴 일로 사법부의 심판을 받겠다고 하는 것부터 잘못되었는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사법부는 입법부가 만든 원칙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심판해야 하는 것이고, 입법이란 그 법을 세우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법을 만드는 절차나 과정은 잘못되었다고 심판하면서도 그 결과로 만들어진 법은 적법하고 유효하다고 판결하는 것은 솔로몬 왕이 아니고선 도저히 머릿속에 떠올릴 수도 없는 판결이다. 헌법재판관들이 정치인들보다 이토록 정치를 잘 하는데, 뭣하러 법복을 입고 있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정치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법관이라면 적법한지, 위법인지 법과 원칙에 따라 재판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저런 판결을 내릴 수 있는 것인지, 아둔한 나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헌재는 이날 열린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대한 판결에서 신문법이 제안설명 및 질의토론 생략 등 국회의사 절차를 위반해 국회의원의 권한을 침해한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신문법 투표과정에서 대리투표가 있었다는 것도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방송법은 심의 토론을 생략한 것은 적법하다고 판결했지만, 재투표가 일사부재의를 위반해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 <한겨레> 속보 중에서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부터 국무총리, 법무부 장관, 검찰총장 같은 이들도 모두 위법 행위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차지했는데, 이제는 헌법재판소마저 절차 따위는 무시하고 결과만 인정하자고 나서니 앞으로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컨닝'해도 점수만 잘 나오면 된다고 가르쳐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