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후면 마감이다. 월간지나 주간지 마감과 계간지 마감은 생각하기에 따라 조금씩 다를 거다. 내가 월간지나 주간지 편집을 해본 건 아니니까, 섣부르게 내가 더 힘들다고 말할 순 없다. 기껏해야 1년에 4번만 마감을 하는 거니까,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건방지게 들릴 수 있다. 단행본 마감이라고 해서 쫓기는 기분이 안 드는 건 아니니까. 이건 나도 해봐서 안다.  

다만, 주간지가 단거리, 월간지가 중거리라면 계간지는 마라톤 같은 장거리 레이스가 아닐까 싶다. 마감의 횟수는 적어도 기간이 길다. 그러다 보니 한 차례 일을 마칠 무렵이 되면 진이 쪽 빠진다. 문제는 내가 잡지 편집에만 전념할 수 없는 구조란 것이다. 이 구조는 내가 이 직장에 몸을 담고 있는 이상 절대로 변화하지 않을 조건이자 구조이기 때문에 또한 내가 감내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긴 하다.  

이번 마감 중에 함께 처리해야 했던 일들을 대충 헤아려 보니 브로슈어 하나, 팸플릿 2개, 내 원고 2개, 영감님이 쓴 칼럼글 교정교열까지 해서 여섯 가지다. 팸플릿 하나당 인사말이나 축사가 서넛씩 딸려가게 되어 있는데, 이것도 죄다 내 몫이다. 이번 달에 쓴 인사말과 축사만 해도 일곱 꼭지가 넘는다. 전문적인 '고스트 라이터'까지는 아니어도 전문적인 축사대필업자쯤은 된다. 글이란 건 하나의 감각으로 쭈욱 밀고 가야 하기 때문에 내 원고를 쓰는 동안에라도 남의 글을 대신 써줘야 하는 일감이 들어오면 감이 끊겨 버린다. 

새로 들어온 후배가 조금 분담을 해줄 수 있다면 좋겠는데, 아직 그럴 깜냥은 못되는 것 같다. 몸이 물먹은 솜처럼 축축 쳐지고, 요즘엔 밤에 운동할 생각도 못할 만큼 바빴다. 아내 혼자 방치해두고 있는 것 같아 미안하기만 한데, 내일은 직장 동료의 송별회, 금요일은 다른 지역문화재단의 문화교육지원사업 심사위원으로도 나가봐야 한다. 토요일은 대학원 동기 내외의 첫 아이 돌이고, 일요일엔 내 원고를 써야 할 듯 싶다. 월말이면 역사기행을 가야하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시간이 없다. 다녀오고나면 곧바로 조찬강연회를 준비해야 하고, 그 일이 끝나면 <국악의밤> 음악회 행사가 있다.  

아마도 나의 휴가는 9월 중순은 지나야 될 듯 싶다. 잠도 잠이지만 마음이라도 좀 편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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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19 16: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9-08-19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페이퍼는 자주 써주세요.^^;

세실 2009-08-19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사말, 축사 쓰는거 정말 힘들어요. 한달에 일곱꼭지라....대단하십니다.
맞아요. 몸보다 마음이 편해야 최고죠.

paviana 2009-08-20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제일 바쁘신거 인정 !!!
이렇게 바쁘시니 식사나 한번 이라는 말도 선뜻 하기가 어렵잖아요..
어쨌든 건강은 챙겨가면서 일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