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꾸기 힘든 시절입니다.
얼마 전 『황해문화』 편집회의 자리가 난상 토론장이 되었습니다. 다음호 특집을 ‘교육’문제로 하려했는데, 한 차례의 특집으로 해소될 수 없으며 교육문제로 변죽만 울릴 바에는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변명에 불과합니다만, 아무도 이야기하지 못하고, 말하지 않는 진실 몇 가지를 말하자면 한국사회에서 계간지가 특집으로 다룰 수 없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영역들이 꽤 됩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 두 가지를 들라고 하면 저는 종교(특히 기독교)와 교육의 문제를 들겠습니다. 두 가지 모두 시급한 문제점들을 안고 있지만 섣부르게 건드릴 수 없을 만큼 심각하게 곯아 있으며 대안을 모색하기가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필자난도 있지만 너무 거대한 문제라서 후폭풍은 물론 내부에서 방향성을 굳건히 하기도 어려운 문제란 점이 있습니다. 최근 계간지들이 다루고 있는 특집들을 살펴보면 굳이 이런 문제가 아니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서는 대개 침묵하거나 아카데믹한 틀 속에 갇혀버렸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말문을 닫게 만드는 것이 국가보안법만은 아니란 것이죠.
편집회의 자리에서 나왔던 고민들 중 한두 가지만 소개해보자면 일단 교육문제가 사회문제인데 사회문제를 풀지 않고서 교육문제만을 이야기한다는 건 결국 현상만 진단하는 꼴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왔고, 다른 하나는 불가해한 영역에 대한 것입니다. 이 부분은 편집장을 비롯해 『황해문화』 편집위원들이 이미 부모세대의 문화 속에 갇혀버린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요즘 청소년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부모세대 고민의 일단을 훔쳐보았습니다.
학교를 자퇴하는 등 정상적인 교육의 틀로부터 일탈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선택입니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자립하기 어렵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지요. 저 역시 대학을 남들보다 늦게 진학했기 때문에 또 가끔씩 비록 2년제 전문대학이었지만, 다른 대학도 아니고, 그것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나란 존재가 과연 어떤 모양으로 살고 있을까를 궁리해보면 답이 자명합니다. 그런데 요즘 청소년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하노라면 하고 싶은 것이 없는 이들이 상당히 많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저 역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정상적인 길로부터 상당 부분 일탈했다가 나중이라도 제 궤도를 찾아 간 셈인데, 이들에게선 삶의 목표가 없는 것이 아니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습니다. 부모 세대가 벌어둔 재화가 있으니 현재의 삶을 계속해서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면 혹여 몰라도 중산층이라 할 만한 부모 세대에 속한 이들의 자녀들 중에서 통계로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이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결정하지 못한 이들이 상당히 많은 듯합니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나오더라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한다는 것은 나침반 없이 항해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텐데 무지한 탓인지 어째서 그런 현상들이 빚어지는지에 대한 연구를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대안학교는 물론 국제중, 공교육 재정립만으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일단 제가 잘 모르고요.
토론까지는 아니어도 이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실제 경험도 좋고, 생각도 좋습니다.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냥 요즘 아이들에 대해서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