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병원 나쁜병원
존 C. 워커 지음, 남상요 옮김 / 열음사 / 2003년 3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일본의 병원을 대상으로 쓰여졌다. 이 책은 일단 의료진과 병원 경영진, 나아가 무엇보다 환자들에게 적합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캐나다인으로 1961년부터 미해군본부 및 일본을 포함한 각지의 해군기지 의료서비스부에 근무하였고, 1991년 카나가와 현 미해군 요코스카기지 의료서비스부 관리부장에서 의료법인 뎃쇼카이 카메다 종합병원 관리부장으로 전직한 저자는 의료 서비스(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의료 기술이 아니다!)가 발달한 나라의 사람으로서, 전문가로서 일본의 의료 행태를 꼬집고 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일본의 의료 시장과 유사한 점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공통되는 바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예로 다인 병실(4인실, 6인실)을 말하자면, 우리나라의 3차 병원들도 역시 대부분 보유하고 있으며 실제 병상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병실은 환자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며 또한 환자 간의 감염이 유발 될 가능성도 높은 것이 사실이다. 또한 3시간 기다려 3분 진료 등의 여러 의료 행태를 꼬집고 있으며, 이 외에도 의사가 자세한 식사 지도나 생활 습관을 교정해주는데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는(실제론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점, 의사의 경력을 알 수 없다는 점 등을 개괄적으로 살펴본 뒤 각장에서 하나하나의 문제를 집어간다.

2장에서는 약품의 문제들(generic 약, 즉 오리지날 약과 카피품들에 관한 이야기는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신기술이라 하나 어떤 면에서는 전시장에 불과하다는 점을 예리하게 비판하고 있다. 이어 3장에서는, 환자의 권리 측면에서 위생과 프라이버시를 다루고 있다. 4장에서는 병원 감염에 대해, 5장에서는 의사의 면허와 의사로서의 실력 검증에 대해, 그리고 병원에서 의사의 고용에 대해 마지막으로 6장에선 좋은 병원에 대해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항목별로 비교적 조목조목 잘 나열했으며, 맨 뒤의 체크리스트는 환자들에게 이상적인 병원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이 책의 아쉬움이라면....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하기는 하나, 다른 이야기가 많다. 병원 감염의 관리에 대한 서술을 보니, 개인적으로 일본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낫다는 점에서 놀랐다. 청결에 병적일 거 같은 일본인들이 병원의 감염 관리에 대해 이렇게 허술하다니.. 또한 우리나라는 의사 면허를 딴 뒤에도 해마다 연수를 받아야 한다. 이또한 일본과 다른 우리나라의 장점인 셈이다.

또한 의국의 낙하산 인사와 관리라는 측면에서, 분명 우리나라에도 각 대학병원에 '의국'이라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나 일본과 그 기능이 많이 다르며 일본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의국을 통한 낙하산 인사같은 의사 선발은 우리나라에서 현재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단지 소개를 받는 경우는 있겠지만...)

그리고 저자의 문화적 환경에 따른 차이도 약간은 감안해야할 부분이 있다. 대표적 부분이 '설명과 동의'에 관한 설명이다. 중병인 경우 우리나라의 보호자에게 먼저 고지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며, 환자 본인에게 '하얀 거짓말'이 필요한 경우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점... 실제 병원에서 행해지고 보호자가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는 점.. 이러한 점은 문화적 차이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그동안 환자에게 병원 선택에 있어 이처럼 체계적이고 쉽고 도움이 될만한 책은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역시나 미국 등의 서방 선진국의 의료 시스템에 비교하기에는 우리의 시스템이 그래도 조금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그러나 대부분 그러한 점은 병원 등에 투자되는 공적 자금과 민간 자본의 비율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에 미약하게 언급된 것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우리들에게 이 책은, 우리나라의 의료 시스템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자신들이 어떤 권리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요구해야하는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도움서가 될 것이다.
다만... 이 책에는 언급되지 않은 현실적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 점 또한 잊지 말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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