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피크닉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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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을 모두 읽고나서 다시 덮여진 책 표지의 제목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고는 약간 부자연스럽게도 느껴지는 제목들이 심심치않게 있음에 또한번 즐거움을 느끼기도 한다.

'밤'과 '피크닉'이 과연 무슨 상관이 있으며, 그게 과연 어울리기는 할까.

학창시절의 두근거리는 설레임을 되짚어보면 그 가운데에는 축제나 체육대회 그리고 수학여행이

언제나 자리잡고 있다.

그렇지만 여기 북고(北高)에는 매년 수학여행 대신「야간 보행제」가 있다.

아침 8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24시간.

전교생이 똑같은 흰색 체육복을 입고 어둠이 드리워진 고요한 시간을 걷는 것.

모두가 각각 혼자의 일상을 마무리 하는 그런 시간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함께 땀을 흘리는 친구들은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매년 있는 행사지만, 열아홉 졸업을 앞두고 청춘의 울타리를 벗어나는 시점에서 마지막 행사를 

충분히 만끽하고 있는 녀석들은 낮 동안 밝음에서는 할 수 없었던 속내를 하나 둘 내어놓기 시작한다.

그런 끈끈하고도 사려깊은 우정에, 나도 함께 행복함과 충만함을 느끼게 해준 오랜만의 글이었다.

"그저 걷기만 할 뿐인, 아무것도 아닌 행사가 이렇게 특별한 것인 줄 몰랐어." 라고 누군가도 되뇌었지만

그들이 걷는 24시간 동안 나 역시 마찬가지로 감정의 끈을 놓지 않으며 한순간도 빠짐없이 함께였다. 

격려하고, 응원하고 때로는 크게 웃으며..

이 녀석들에 비해 그닥 낭만적이진 않았다 해도, 모두의 청춘에 박수를 보내고픈 그런 밤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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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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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느끼는 생각이지만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매체와 달리,

책은 이야기가 뚝! 끝나버리는 순간 느껴지는 감정을 추스를 시간을 주지 않는다. 매정하게도..

그런 감동과 느낌을 고스란히 안고 있으려면 책을 가만가만 쓸어보고 품는 것 밖엔 방법이 없어서 슬프다.

아침출근길은 늘상 잠으로 비몽사몽인데, 오늘 아침은 치바의 나머지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도저히 전철 안에서 졸 수가 없었더랬다.

음반매장을 비정상적으로 자주 드나들고, 음악만 있으면 본인도 모르는사이 히죽거리고 마는 이 특이한

사신(死神)은 우연적이고 돌발적인 사고사에만 관여한다. 또 인간의 죽음에 어떠한 감정이랄게 없는..

그래서 치바에 대한 내 감정은 이야기를 따라 시시각각 변했는데, 특별한 감정없이 '맡은 일'에만 열중(!)인

냉정하고 차가운 치바에게 서운함과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고, 단 한번 맑은 하늘을 보며 감복하는 녀석에겐

강한 애정을 느끼기도 했다.

이만큼 주인공에게 어떤 감정을 이입하고 감동을 느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가 인간이 아닌, 인간의 죽음에 관여하고 있는 지극히 객관적인 사신이어서 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어떤이유로든 인간은 죽는다는 진실을 조금 인정하게 만들어버린 책이랄까..

한번읽은 책을 다시금 읽는 경우는 극히 드문 나지만 이번만큼은 치바와의 헤어짐이 아쉬운만큼

다시 조목조목 치바와 얘길 나눠봐야겠다. (그래도 그와 직접 만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지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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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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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잘 오해를 받곤 하는데, 우리 사신은 자살이나 병사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가령 '불시에 차에 치여서'라든가, '느닷없이 나타난 노상강도에게 찔려서'라든가, '화산폭발로 집이 무너져서' 같은 죽음에 대해서는 우리가 실행하고 있지만 그 이외의 것과는 관계가 없다.
따라서 진행중인 병이나 자신이 지은 죄로 인해 받은 극형, 빚에 시달리다 못한 자살 등은 우리 사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인간들이 때때로 "암이라고 하는 사신에 걸려들어서" 같은 수사법을 구사하면 "뭉뚱그려서 취급하지 말아 달라고!" 하며 우리는 분노에 떤다.-1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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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묘촌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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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문도에 힘입어, 기꺼이 다음 독서대상으로 콕! 찝어버렸다.

아아-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는 이런 친절한 요코미조 세이시. 감동이다.

일단은 그의 전작에서 충분히 전통적인 요소들을 접해서인지 글의 초입부터 무난히 집중할 수 있었고,

비록 긴다이치가 아닌 사건의 중심 인물이지만 어찌 되었든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해주니 이 아니좋을수가!

팔묘촌. 이 섬뜩한 이름부터 으스스하듯이,  마을 주민들로부터 살해당한 패주무사 8명.

그리고 그 중 대장의 원혼이란 몸서리쳐질 정도의 집념으로 마을 주민들을 괴롭혀왔는데.

이런 사건의 주모자격이었던 다지미가의 후사로 밝혀진 '타츠야'가 대를 잇기위해 팔묘촌으로

돌아가려는 그 순간부터 피로 얼룩진 사건들이 잇달아 발생한다.

출생의 비밀, 집안에 은밀히 마련된 비밀통로, 반쪽짜리 동굴지도, 숨겨진 황금을 찾기위한 종유동굴 탐험,

연쇄살인, 뜻밖의 로맨스, 그리고 거듭 미궁속에 빠지고 마는 용의자의 실체-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최고가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다이치는 언제나처럼 머리를 벅벅 긁으며 사건이 모두 종결된 후에야 말하길-

"....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처음부터 범인을 알고 있었어요. ..........." 라니..

이렇게 불친절할 수가! 덕분에 계획 된 모두가 죽어나갔고, 결국은..........................................

 

아무튼, 이러니저러니해도 아주 전통적이고 고전적이면서도 기본적인 추리의 정석이랄까.

아주 매력적이었다. 자 긴다이치! 다음 사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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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문도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 시공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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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긴다이치 코스케』란 이름이 낯설게만 들린다면, 김전일(긴다이치 하지메)은 어떨까.

그럼 나즈막히 "아~"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나오리라.

  추리소설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 일종의 예의랄까 룰이라는게 있다면 첫째는 아무리 궁금하더라도

혹은 실수로라도 뒷 페이지는 절대 미리 열어보지 않는다. 둘째는 긴장감이 생명인 만큼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단번에(여기서 말하는 '단번에'는 속독의 의미보다 "통째로"라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읽어야

한다는 것이고 그 마지막은, 타인의 즐거움을 위해 스포일러는 삼가는 것.

보통은 이 마지막이 가장 괴롭게 느껴지는 법이다. (웃음)

 

  긴다이치 코스케란 이름에 덥썩 구입해 책장에 보관한지가 글쎄 4개월이나 되었다.

그 핑계를 감히 작가에게 돌려보자면 너무나 난해한 프롤로그에 있다. '섬'이라는 특징을 부각하려 했다손

치더라도 줄줄이 나열되는 지명들은 마치 성경, 마태복음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궁금하다면 성경을 펴보시라. 낳고.. 낳고.. 낳고.............;;;)

  섬이란 지리적인 특성은 공간적인 폐쇄성 보다도 정서적인 면에서 미스테리 요소를 이미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또한 "전통"과 어우러지는 트릭은 문화나 역사적인 지식이 부족해서 100%를 이해하지

못한다해도 만족스러운 즐거움을 선사하며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나서 각 장의 제목과 부제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면 얼마나 치밀하고 절묘한 조합인지 그 고전적인 문장들의 매력에 다시금 놀라게된다.

  이야기는 트릭의 화려함 뒤의 "어째서"란 이유에 더욱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하다.

지극히 동양적인 이러한 정서는 개인적으로 하드보일드한 코드보다 뒷맛이 개운해서 맘에 들었다.

이야기의 전개상 필수적인 "하이쿠(5. 7. 5조 17음의 단시)"가 다소 어렵긴 해도 미주가 제법 충실한

편이니 대게 참을성있는 독자라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이니 지레 고개를 흔들지는 마시길.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우리가 긴다이치 코스케의 추리와 시선에 사로잡혀 그와 마찬가지로

"보고도 놓친 단편들"을 읽고 난 뒤의 그 개운함이 기분좋을 정도라는 것이다.

(물론, 개별적인 추리로 트릭을 풀어버린 존경스러운 독자가 있을수도 있겠고 그런분이 있다면 꼭!

얘기를 들어봤으면 하는 소망이 있지만-)

 

  요코미조 세이시(1902~1981)가 창조해 낸 명탐정 긴다이치 코스케가 해결한 크고 작은 사건이

모두 80여편에 달한다고 하니, 속히 우리나라에서도 모두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한다.

 

 

 

쓸데없이 덧붙이기. 당분간은 정말이지 소설은 이제 그만 자중하고 학업에 매진해보고자 했건만,

이로써 혼징살인사건도 그냥 넘길수는 없게되었다 크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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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9-06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넘기시면 안되죠^^;;;

크로우 2006-09-06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질끈 눈감고 넘겨볼랬더니, 결국 안되겠네요 ㅋㅋ 팔묘촌을 손에들고.. 이제 장바구니로 손을... 덜덜덜;;;;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