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 같지만 멋지게 - 우리시대 청춘들을 위한 아버지의 초강력 독설충고가 시작된다
저스틴 핼펀 지음, 호란 옮김, 이크종(임익종)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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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본다!!! 대니 크레인....(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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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자의 집짓기 - 땅부터 인테리어까지 3억으로 좋은집 시리즈
구본준.이현욱 지음 / 마티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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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얼마 전 결혼하고 처음으로 아파트에 살게 됐다. 나는 아파트에 살아보는 게 소원이면서, 다시 단독주택에 살게 되는 것이 꿈이었다. 아파트에 살고 싶었던 것은 깨끗하고 쾌적하고 편리하고 안전한 집에서 살고 싶었기 때문이고, 다시 단독주택에 살고 싶었던 건 서울의 다세대주택은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생각이니 현재 다세대주택에 사는 사람들, 발끈하지 마시라.

19살까지 살았던 고향의 단독주택에서는 무려 10년동안 살았고 부모님은 아직도 그 집에 살고 계신다. 엄마는 프로 정원사처럼 매일 마당에 꽃나무를 키우고 비파나무에서 비파를 땄으며 땅을 파고 연못을 만들어 붕어를 채우고 부레옥잠을 띄웠다. 그 작은 연못이 조용히 고여 있는 게 못마땅했는지 모터를 달아 작은 물레방아를 만들어 물이 계속 순환하도록 만들었다. 붕어들은 부레옥잠의 뿌리 밑에서 연신 입을 뻐끔뻐끔거리며 물레방아가 만들어내는 산소를 먹으며 잘도 자랐다. 연못 주위에는 장미로 아치를 세우고 그 안에 성모상을 놓았다. 마치 성당처럼.

이게 그러니까, 이렇게 설명하니까 대단한 정원처럼 느껴지는데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던 마당은 정말 좁은 공간이었다. 그냥 담장과 집 사이의 간격이 조금 넉넉한 정도의 느낌이랄까. 하지만 엄마는 우리 자식들을 키우듯 마당을 키우고 가꾸는 재미로 살았다. 그 마당에서 나도 흙을 만지며 자랐다. 겨울에 콩을 심어 키우겠다고 흙바닥에 강낭콩을 넣고 나무젓가락으로 기둥을 세워 비닐을 씌우고는 "이게 비닐하우스군" 하며 흡족해하거나, 연못에 빠져죽은 참새를 꺼내 마당에 묻고 나뭇가지를 잘라 십자가를 만들어 세워주기도 했다. 무려 3년 동안이나 나는 참새의 제사를 지내주었다. 사탕과 과자를 사다가 제사상도 차리고 절도 했다. 그건 뭔가 나만의 비밀 의식 같은 거였다. 너희가 모르는 뭔가가 우리집 마당에는 있지.   
 

물론 사춘기가 되면서 나도 친구들처럼 깨끗하고 쾌적한 아파트에 살고 싶어졌다. 어느 순간인가 엄마한테 끊임없이 아파트로 이사를 가자고 졸랐는데 엄마는 마당있는 집이 좋기도 하고 돈도 없으니 이 집에서 평생 살아야 한다고 했다. 대학에 가면서는 기숙사에 살게 됐는데 그곳은 그냥 수용소였다. 상자같은 방에 침대 두 개, 책상 두 개, 옷장 두 개가 대칭으로 마주보는 구조에 창문이 하나 달린 기숙사는 그야말로 수용소가 따로 없었다.

2년을 지내다가 결국 학교 앞 원룸으로 이사를 했는데 방 안에 씽크대가 있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자는 중에 씽크대에서 바퀴벌레가 기어나오기도 했고 벌집처럼 다닥다닥 방들이 붙어 있어서 정말 숨을 죽이고 살아야했다. 언니들과 함께 살던 집은 반지하 다세대주택이었다. 그 집에서 1년만 더 살았더라면 우리는 곰팡이에 질식해서 어디가 고장이 나도 한참 고장났을 것이다. 매년 여름이 돌아오면 벽에 방습지를 붙이고 물방울이 고이면 닦아내는 게 일이었고, 보일러가 집 외벽에 붙어 있어서 겨울만 되면 꽁꽁 얼어붙어 뜨거운 물을 갖다 부어야했다. 다시 이사간 곳도 빌라의 탈을 쓴 다세대주택이었는데 그나마 2층이고 볕이 잘 들어서 곰팡이로 고생은 하지 않았지만 다세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그 동네는 길을 걷기만 해도 숨이 막혔다. 건너집에서는 매일같이 형제들이 물건을 집어던지는 모습이 훤히 들여다보였고, 좀도둑이 가스관을 타고 올라와 집을 뒤집어놓기도 했다.
 

한옥에도 살아봤다. 동네는 고즈넉하고 더없이 좋았다. 혼자 살기에 방도 몹시 넓었고 마당은 없었지만 마당처럼 정겨운 작은 골목이 있었다. 그러나 집이 너무 오래되다보니 천정이 조금씩 무너져내리고 있었고 그 사이로 쥐가 뛰어다니는 소리에 밤마다 귀를 틀어막아야했다. 그리고 자다가 천정에서 바퀴벌레가 떨어져 새벽 3시에 혼자 난동을 부린 적도 있다. 지금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바퀴벌레는 여전히 출현해주고 계시며, 짜르가 짖을 때마다 입을 틀어막고 "안돼! 조용히 해!"를 외친다. 아이라도 생기면 나도 다른 아파트 엄마들처럼 "안돼! 뛰지마!"를 입에 달고 살아야 할 것이다.

내게 완벽한 집이란 없었다. 그래도 내게 어떤 집에서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엄마가 연못을 만들고 꽃나무를 키우고 내가 흙을 만졌던 그 단독주택이라고 말 할 것이다. 겨울이면 보일러를 녹여야 하고 곰팡이를 닦으며 방습지를 붙이고 좀도둑이 가스관을 타고 올라오는 그런 집 말고, 마당에서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은 그 단독주택 말이다.



 여기 단독주택의 꿈을 무려 수도권에서 이루고 산 두 남자가 있다. 땅을 사고 집을 짓기엔 돈이 너무 많이 드니 한 필지의 땅을 사서 작은 집을 두 채 나란히 지어서 사는 데에 3억. 절대적인 수치로는 3억도 뉘집 개 이름은 아니지만 서울에서 마당 있는 단독주택에 살려면 거의 10억 가까운 돈이 필요한 현실에서 3억짜리 단독주택은 꿈의 수치다.

건축가와 신문기자인 두 남자는 한 필지에 두 집이 있다고 해서 '땅콩집'이라 이름 붙인 단독주택을 지었다. 사람들이 흔히 갖는 단독주택에 대한 온갖 편견들, 그러니까 주택은 춥다, 보안이 신경쓰인다, 관리가 힘들다, 돈이 많이 든다 등의 편견들을 무찌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공을 들인 모든 이야기가 <두 남자의 집 짓기>에 실려 있다.



워낙 기사도 많이 나고 방송에도 많이 나와서 책에서 뭐 할말이 더 있겠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면 그 모든 기사와 방송들이 책이 나오면서 쏟아진 것이니 엑기스는 바로 이 책에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주택은 춥다는 인식을 깨기 위해 단열에 목숨 건 건축가 이현욱은 집을 목조 주택으로 지었다. 목조주택은 패널이 다 규격화되어서 제작되어 있기 때문에 조립만 하면 아주 간단하게 지을 수 있다. 그리하여 이 집 두 채를 짓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한 달.



전용 면적은 얼마 안 되지만 3층 다락방까지 갖춘터라 방이 4개에 욕실도 2개다. 이런 맙소사. 꿈의 집이잖아.



두 남자의 집 짓는 과정 속에서 가장 반짝반짝 빛나는 것은 가족들이 모두 직접 마당을 일구는 풍경이었다. 비싼 돈 들여 마당에 거대한 정원을 꾸리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직접 흙을 만지고 돌과 나무를 나르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에게도 내손으로 만들어나가는 집이라는 추억을 선사한 이 훌륭한 아빠들. 이 아이들이 자라면 나처럼 "흙과 마당의 추억"을 한아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처음엔 돈이 부족해 업체에 맡기지 못했지만 아이들과 함께 마당을 가꾸고 담장을 만들어나간 게 더없이 좋았다는 아빠들.



책은 무작정 단독주택 예찬만 펼쳐놓지 않았다. 땅콩집을 짓게 되기까지의 의사결정 과정, 실질적으로 투입되는 비용의 문제들, 입주해 생활하면서 챙겨야 할 여러 관리비용들을 꼼꼼하게 세세하게, 현실적인 데이터로 실어놓았다. 앞으로 땅콩집을 꿈꾸게 될 엄마, 아빠들에게 가장 현실적인 정보가 될 것이다.



효율성에서는 더없이 좋지만 인간에게는 참 나쁜 아파트에 대한 여러 진실들도 함께 수록했다. 사실 그런 사람들 많다. 아파트가 좋아서 아파트에 사는 게 아니라 딱히 대안이 없기 때문에 사는 사람들, 단순히 재태크를 위해서 투기 목적으로 사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



이제 땅콩집을 현실로 실현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MBC프라임에도 등장했던 자매들인데, 이사람들 정말 인상적이었다. 맞벌이에 아이가 있는 두 자매가 한 명은 일을 하기 싫어했고, 한 명은 일을 계속 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두 집이 같이 살기 시작했다. 언니는 아이를 돌보고 동생은 회사에 나갔다. 남편들도 막상 같이 살아보니 정말 좋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다가 땅콩집을 발견하고 바로 이거다! 하고 두 자매가 힘을 모아 땅콩집을 지었다. 
 

나도 바로 형부에게 문자를 날렸다. "형부! 우리 빨리 4년 안에 3억 모아서 땅콩집 짓고 삽시다!"  




아파트처럼 따뜻하다. 그러나 아파트처럼 살금살금 걸어다니지 않아도 된다. 아이들이 있다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마당에서 흙과 풀을 만지며 살아갈 수 있다. 그러면서 돈은 아파트 전세값 수준이다. 보안? 아파트 경비실 비용이라고 생각하고 사설 경비업체 활용하면 된다. 출퇴근길? 서울에서도 비싼 집값 때문에 외곽 아파트에서만 살았다면 어차피 서울 외곽이나 경기도나 출퇴근 시간은 비슷하다. 사정에 맞추어 직장과 같은 방향의 경기도로 빠지면 된다. 
 

젠장, 나도 땅콩집의 땅콩 한 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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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워드 Onward -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의 혁신과 도전
하워드 슐츠 & 조앤 고든 지음, 안진환.장세현 옮김 / 8.0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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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도 안 했으면서 기대보다 더 찌질한 책을 만나면 급분노하게 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다. 간만에 손발이 퇴갤하는 책을 만나니 끄적이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나는 기본적으로 인간 승리나 기업의 성공담을 담은 책을 끔찍이도 싫어한다. 그렇다, 나는 편견에 가득찬, 취향이 명확한 편파적인 독자니까. 단 한번도 기업의 성공담을 내 돈주고 사본 적이 없는데 어쩌다가 내가 이런 짓을 저질렀을까. 

이건 순전히 건강검진이 끝난 후 허기진 배를 위로하기 위해 스타벅스의 아이스 카라멜 마끼아또를 먹고자 하는 욕망에서 파생된 사건이다. 검진 센터 옆에 한가롭게 위치한 스타벅스에 들어갔는데, 이 책을 사면 한정판 머그컵도 주고 아메리카노도 주고 책 속에는 스타벅스 음료 쿠폰도 들어있다질 않나. 책은 17000원으로 절대 싼 가격이 아니었지만 이거저거 빼고나면 실질적인 책 값은 5000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 책이 아무리 쓰레기여도 책은 책이니까. 커피도 두 잔이나 마시고 머그컵도 생기니까 뜻밖의 5000원짜리 책 하나를 읽는다고 생각하자, 라는 생각에서 집어든 것이 <온워드>. 

스타벅스가 한참 타오르던 시절에도 나는 스타벅스 관련된 책을 사본 적이 없다. 워낙 화제가 많이 되니까 책을 읽지 않아도 그 기업의 철학이나 성공비결 따위를 빤히 알 수 있는 지경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이 시점에서는 또 그게 그닥 새로울 게 없는 얘기가 되고 말았다. 한쿡에도 스타벅스를 벤치마킹하고 변형하고 변주한 온갖 프랜차이즈 카페 체인이 아메바처럼 번식했고, 그놈의 '감성 마케팅'은 이제 고유명사가 되버렸다. 그래서 하나도 궁금하지 않았다. 근데 이건 또 뭐야, 나름 2007년에 위기를 겪어서 다시 재기에 성공한 성공담이라니. 음... 그럼 뭔가 있을지도 몰라. 그치?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 뭔가 없다. 결정적으로 첫 장의 장 제목을 읽고 이미 손발이 오그라들고 짜부러져 퇴갤해버렸다. "사랑"이라니. 기업가가 자신의 사업체 이야기를 하면서 사랑 운운하는 것만큼 오그라드는 게 있을까. 물론 뒤이어 등장하는 장 제목들은 자신감, 고통, 희망, 용기와 같은 보편적인 명사들인데, 이것 또한 빤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차라리 대놓고 우리가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 이런 전략을 썼고, 이런 걸 노렸고, 이게 먹힐 것 같아서 이래저래해보았다는 얘기가 천박하지만 솔직하다. 

이 책은 재기에 성공했다는 과정 속에서 "인간"을 생각하고 "신뢰"를 끌어모았으며 "진심"을 전했으며, "신념"을 가졌고 "양심"적으로 운영했더니 "승리"하였더라, 하는 온갖 좋은 의미의 명사들을 다 갖다붙여 놓았다. 물론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세한 '스토리'가 등장하긴 한다. 하지만 결국 아! 하니까 어! 하더라, 라는 얘기로 귀결될 뿐. 기업의 전략이나 혁신 따위의 산술적인 이야기가 이런식의 감성적 언어로 포장되는 것 자체가 짜증스러웠다는 거다. 솔직히 이런 류의 책들이 대부분 그렇게 서술되어 있고, 기업 성공담이란 '성공했기 때문에' 쓰일 수 있는 것이니 제손으로 기업의 성공 스토리를 사놓고 "뭐 이렇게 빤해 씨앙" 하고 궁시렁거리는 내가 비정상인지도.



여하튼 도저히 손발이 오글거려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 때, 나를 더 환장하게 한 것은 책의 맨 뒤에 있는 '에센스'라는 이름의 '요약집'이었다.

"독자 분들의 빠른 이해를 돕고자 책의 핵심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

맙소사. 총 509쪽의 책을 단 32쪽으로 요약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32쪽 분량의 이야기를 500여쪽이나 할애해 구구절절 늘어놓았다는 것을 책 스스로 증명한 꼴이 아니지 않나. 32쪽의 요약집으로 얻을 수 있는 내용이라면 어째서 내가 한 권의 책으로 이 빤한 이야기를 읽어야 하는가. 

어차피 책을 산다기보단 커피를 사니 책을 사은품으로 얻는다는 느낌으로 구입하긴 했지만, 이건 아니다. 물론 싫으면 안 읽으면 그만이다. 근데 진짜 열받아서 읽었다. 어차피 마케팅용으로 만들어진 책이니 그 목적에 충실하면 그만이겠지만, 문제는 그 목적에 충실하기엔 지나친 자화자찬과 과도한 이미지 메이킹에 손발이 오그라들어 그나마 남아 있던 스타벅스 커피에 대한 이미지마저 수직 하강했다는 게 문제다. 나만 그런가. 에잇!

난 그냥 쿠폰으로 커피나 마실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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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4 - 개항에서 강제 병합까지 미래를 여는 한국의 역사 4
정숭교 지음, 역사문제연구소 기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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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맨날 격동기여서 그런지, 역사도 혼란스럽고 드라마틱한 순간에 더 끌린다. 물론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면 우리네 역사가 드라마틱하지 않은 시절은 또 언제인가 싶지만 유난히 근대가 시작되는 개항기에 더 끌려서 굳이 4권을 집어들었다.  

개화와 쇄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내 그럴 줄 알았지" 하는 것마냥 몽땅 말아먹은 흥선대원군과 스스로 황제가 되고자 했던 고종의 안타까운 삽질로 시작되는 4권은 변혁기를 거치는 여러 희생양과 논객들을 만나는 재미가 쏠쏠했다. 특히 고종과 대한제국에 대한 관심은 최근에 더 뜨거워졌는데, 조선의 마지막 왕조이자, 최초의 황실에 대한 궁금증이 두드러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지난해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렸던 '100년 전의 기억, 대한제국' 展을 보면 새로운 시대를 열고자 했던 고종의 빛과 그늘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데, 4권에서 그 이면의 속사정과 사회상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고종 편애 모드가 더 단단해진 것은 고종이 커피를 즐겨마셨다는 점 때문이었는데, 고종이 사용한 커피 스푼과 커피 도구들이 실려있는 것을 보고 완전 반가웠다. 이제는 너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고종이 커피를 너무나 사랑해서 커피를 통한 암살 시도까지 있었다는 사실도 재미(?)있었다. 

중간에 '역사의 길을 걷다 '라는 펼침 페이지는 엄청 세밀한 북촌 지도와 실제로 남아 있는 집이나 집터들이 나와 있는데 북촌 산책할 때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그냥 삼청동 카페만 돌아다닐 게 아니라 역사적인 사실도 하나씩 짚어가면서 산책을 해봐야지.  

사진 자료들이 워낙 많고 서술도 소설 읽듯이 쉽게 풀어져 있어서 나 같은 역맹에게는 안성맞춤형 역사책인듯 싶다. 4권 마지막 부분까지 다 읽으면 다시 1권부터 차근차근 둘러보면서 올해의 목표는 "역맹 탈출"로 잡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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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 - 인생을 달리는 법을 배우다
롭 릴월 지음, 김승욱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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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도 말했듯이, 나는 여권이 없다. 이 나라 밖을 한발짝도 나가본 적이 없다는 말씀이다. 어딘가를 떠난다는 것 자체가 두려움이고 불안이기도 했지만 나는 비행기가 너무너무 무섭다. 사실 비행기뿐만 아니라 모든 탈 것들에 대한 공포가 굉장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남들은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하는 일들을 나는 정말 자주! 경험한 데서 비롯된 공포들이다.  

가령 지하철 승강장에 나란히 서 있던 사람이 선로로 뛰어들어 자살하는 장면을 목격한다거나, 또한 그 시체를 보게 되었다거나, 버스에서 내리던 사람의 팔목이 뒷문에 끼어 몇 미터쯤 버스에 끌려가는 것을 봤다거나, 버스 맨 앞자리에 앉아 가다가 거대한 버스 앞유리를 통해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충돌해 두 사람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부웅- 하고 날아가는 것을 봤다거나, 그러니까 그 중 한 사람은 바로 내가 탄 버스의 앞 유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거나, 커다란 트럭이 내가 탄 택시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긁으며 돌진하다가 겨우 멈췄다거나 하는 것들. 그러니까 스무살 이후에 이런 장면들을 목격하고 경험하며 살아왔다는 말씀이다. 지하철 자살 장면 목격의 충격은 너무나 커서 2년이나 지난 일인데 지금도 그 장면만 떠올리면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 '죽으려면 혼자 죽지 왜 아침 출근길에 지랄이야' 하고 불평을 늘어놓던 사람들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들리는 것 같다.  

사람이 뜻밖의 상황에서 당황하게 되는 것은 '그것만은 절대 내게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생각해서 방심하기 때문이다. 뉴스나 신문에서 수많은 사건 사고를 접하지만 그것이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생각 때문에 사람들은 늘 방심하며 산다. 나도 그랬다. 그리하여 겁도 없이 아직은 어두운 겨울의 새벽 6시에 혼자 길을 가다가 강도를 만난다거나, 혹은 대낮에 종로 한복판을 걷다가 변태에게 더러운 허그(!)를 당하게 된다거나, 평소와 다름 없는 퇴근 길 지하철에서 소매치기를 당한다거나 하는 일들. 그런 일들을 겪어왔다. 그러니 내가 일상에서도 언제나 긴장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 거다.  

 그런 내가 여행이라니. 그것도 해외여행이라니. 그건 정말로 엄청난 공포였다. 그런 더러운 경험들은 나를 점점 더 소심한 사람으로 만들었다. 위험한 도전이나 모험은 꿈도 못꿨고 운전 면허는 애초에 포기한지 오래다. 사람이 가만히 있어도 차가 인도로 뛰어드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내가 어떻게 운전을 한단 말인가. 이렇게 소심한 내가 유일하게 한 가지 탈 줄 아는 게 바로 자전거다.  

대학교 때 기숙사에서 강의실까지 너무 멀어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 시작했는데, 자전거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내가 힘을 준 만큼, 내가 밀어낸 만큼, 간다. 모든 힘을 내가 컨트롤할 수 있고, 어떤 기계적인 모터나 조작의 힘도 필요없이 그냥 자전거 자체가 나였다. 가끔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는 가속도 때문에 폐달을 밟지 않아도 힘차게 달려나갔지만 그 와중에도 나는 욕심을 내지 않고 브레이크를 살짝살짝 잡으며 일정한 속도를 유지했다. 언제나 과한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계동으로 이사를 오고 회사가 조금 가까워지자 나는 다시 자전거를 샀다. 대학 때처럼 작은 미니벨로를 사서 창덕궁 돌담길을 향해 폐달을 밟았다. 엄청난 교통체증에 꼼짝없이 갇힌 차들을 뒤로 하고, 유유히 폐달을 밟으면 자전거 바퀴가 씨잉씨잉 소리를 내며 달렸다. 인도가 자전거 도로 겸용이라서 차도로 갈 필요도 없었다. 자전거는 내가 아는 한 가장 정직한 '탈 것'이다. 불행이 닥쳐도 누굴 탓할 필요가 없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나의 노력에 의해서였다. 자전거 만큼 정직한 인생은 없는 것 같았다.  

<자전거로 얼음 위를 건너는 법>의 주인공 롭 릴월은 그런 자전거를 타고 지구 반 바퀴를 돌았다. 나의 라이딩과 그의 라이딩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것이지만 나는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그래, 나는 창덕궁을 달리고, 너는 시베리아를 달렸지. 자전거는 정직하니까. 너는 시베리아를 자전거로 횡단하는 삶의 힘을 가졌고, 나는 창덕궁 돌담길을 천천히 달리는 삶의 힘을 가졌지. 더 많은 위험과 고난과 모험을 택한 롭은 그 만큼의 생을 얻었을 것이다. 그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강연장에 섰을 때 사람들은 "나도 그런 일을 해보고 싶은 데, 아무래도 난 당신만큼 강하지도 용감하지도 않은 것 같아요."라고 물었지만 그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강하지도 용감하지도 않은 건 저도 마찬가지예요. 솔직히 제가 겁이 얼마나 많은데요. 꼭 슈퍼맨만 모험을 떠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냥 작은 모험부터 시작하세요. 친구와 함께 시작할 수도 있겠죠. 그러다가 점점 큰 모험으로 나아가는 거예요. 그러면 지금 무섭다고 생각하는 일들을 해내는 법을 점차 배우게 될 겁니다."

롭은 인생 전체를 모험처럼 살아보라고 했다. 겁 많고 평범한 사람이라고 지루하게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마음 먹은 만큼 인생은 달려나가게 되어 있다. 내가 겁이 많고 평범해서가 아니라 아직은 내 폐달의 힘이 그만큼 닿아있지 않기 때문일 뿐이다. 지금의 내 삶이 지루한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내가 삶의 폐달을 좀 더 힘껏, 좀 더 버라이어티하게 밟을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된다면, 나는 언제든지 지구를 일곱바퀴 반이라도 돌 수 있을 것이다. 롭의 길고 험난하고 입체적인 여정을 보며 그런 희망을 더욱 단단하게 굳혔다. 시베리아에서 영국까지 28개국 5만여 킬로미터를 3년 동안 달리면서 그가 겪은 수많은 고비와 찬란하게 빛나는 삶의 순간순간이 나처럼 소심하고 겁 많은 인간에게 담대한 희망을 꿀렁꿀렁 꽃피게 만든 것이다.  

어서 따갑고 아픈 추위가 물러가서 작은 폐달을 총총총 휭휭휭 밟으며 힘껏 달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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