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이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생물들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1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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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으로 구입했습니다. 레이아웃이 복잡한 것도 아니고 본문에 그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파일포맷이 PDF입니까. 텍스트 중심 책이니 당연히 epub인 줄 알고 사서 크레마로 보다가 짜증나서 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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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윤의 알바일지 - 14년차 알바생의 웃픈 노동 에세이
윤이나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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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녹취 알바에 투입되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세상에서 가장 빠듯한 마감을 하던 중이었다. 사람은 가장 바쁘고 가장 절박하게 시간이 촉박한 일을 할 때, 그 일만 빼고 세상 모든 것이 다 재미있어지기 마련이다. 바탕화면 정리나 책상 청소 같은 사소한 것부터 가스렌지의 묵은 기름 때 닦기, 욕실 구석의 곰팡이 제거, 신발장 속 신발들 계절별로 분류하기 같은 생전 하지도 않던 청결 활동까지, 지금 코앞에 닥친 가장 다급한 일을 제외한 모든 일이 그렇게 즐거워질 수가 없다.

물론 그 유혹들을 뿌리치지 못하면 말 그대로 망한다. 프리랜서의 노동이란 그런 말도 안 되는 유혹들을 얼마나 잘 견뎌낼 수 있는가 하는 정신력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세상 그 어떤 프리랜서도, 아니 세상 그 어떤 노동자도 바쁠 때만 되면 즐거워지는 일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이라고 내가 규정해버림). 10시간에 가까운 대화들을 빠른 시간 내에 텍스트로 풀어내야 하는 와중에도 책보다 아름다운 굿즈를 눈 앞에서 흔들어대는 알라딘은 내 친구, 내 친구 지니의 유혹에 화답하기 위해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신간 목록을 스캔했다. (아직 다 읽지도 않은 책들을 산더미 같이 쌓아놓고도 또 책을 사는 도서 호갱 분야에 있어서는 나야말로 전문가라 아니할 수 없다.)

사실 음성 파일을 반복해 들으면서 들리는 말을 온전히 문자화하는 녹취 작업은 언뜻 쉬운 작업 같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몇 시간이고 의자에 앉아 있을 수 있는 척추와 모든 정신을 녹음된 음성에 집중하는 고도의 집중력, 실제 말의 속도에 준하는 엄청나게 빠른 타자 실력까지 모두 갖춰야 하는 나름 극한 알바다.(징징) 여튼 그러다보니 쉽게 피곤이 몰려오고 집중력은 금방 흐트러지기 십상. 1시간쯤 녹취를 풀다가 전자책 단말기를 열어 좀 전에 컵을 샀더니 알라딘이 하사해주신 전자책의 리스트를 펼쳤다. 스스로 극한 알바에 투입되었다고 믿는 무의식이 누군가의 알바일지에 구입 버튼을 누르게 한 것인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자책 구입목록 최상단에 <미쓰윤의 알바일지>가 떠 있었다.

1시간 동안 녹취를 풀고, 10분동안 세 챕터씩 남의 알바 인생을 읽으며 극한 알바 에너지를 충전했다. 으악 안 들려! 옘병 이게 무슨 소리야! 괴성을 지르다가도 <미쓰윤의 알바일지>를 세 챕터쯤 읽으면 금세 머리가 말랑말랑해졌다. 하하, 인생 참. 뭐 별거 있나. 하하. 까짓 거. 다시 시작해볼까. 그리고 다시 욕을 하며 타이핑을 하다가, 다시 인생 뭐 있어, 하며 녹음 파일을 재생하기를 몇 번 반복하자 녹취 작업이 끝났다. 하하 참으로 고마운 책이다.

책에는 내가 있었다. 무언가가 되고 싶었지만 결국은 실패하고 만 나.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다가도 될 대로 돼라 마음을 놔버린 나. 마음을 놔버리자 그냥저냥 썩 나쁘지 않은 인생을 즐겨버리게 된 나. 때로는 한없이 하찮고 쓸쓸한 시간들이 조금은 슬플 때도 있지만 그저 열심히 일해서 스스로 설 수 있다는 게 대견한 나. 남들에겐 잘도 나불대던 미래 타령이지만 정작 미래를 도모할 수 없는 나. 오늘의 내가 무엇이 될지 모르는 채로 살아보겠다고, 무엇이 됐든 무엇이든 되고 싶다고 말하는 나. 그런 내 인생을 좋아할 수 있는 나.

분야도 장르도 형식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온 그녀의 이력 가운데 나의 알바 인생과 장르가 겹치는 일들도 꽤 많아서 미간을 누르며 중얼중얼 혼잣말을 했다. 크으 저 그거 뭔지 알아요 크으 그거 진짜 돌아버리죠 크으 통장 잔고 만세. 나는 그녀만큼 정신력이 강하지 못해서(?) 당장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자주 취직을 했다. 그 덕에 또한 자주 퇴사를 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내 선택이요 입사도 퇴사도 알바도 단기 계약직도 어느 것 하나 후회해본 적은 없다.

나는 이 책이 '2030 세대의 비루한 생존기'라거나 '헬조선 젊은이들의 고단한 현실'이라는 식으로 소개되는 것이 못마땅하다. 아니 이 책이 어딜 봐서 취업난 속에 정규직 자리를 얻지 못해 어쩔 수 없이 알바만 전전하며 사는 슬프고 딱한 헬조선 젊은이의 인생 기록이라는 것이냐. 일의 경험이란 게 원래 풀어놓으면 어딘지 모르게 고단하고 팍팍해보이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그녀의 알바 인생은 결코 떠밀린 삶이 아니다. 그저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또한 아무리 반복적인 육체 노동이라 해도 그녀는 자신의 노동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았다. 언뜻 단순해 보이는 일 속에서도 빛나는 순간들을 체득할 줄 알았고 일상의 작은 순간에도 귀한 고민들에 귀를 기울일 줄 알았다. 그러니 헬조선 젊은이의 웃기고 슬픈 노동 일기라는 식의 정의는 이제 그만 거두어주시길.

20대 중반에 했던 영화 DB 입력 알바는 정말 지루한 일이었다. 영화 줄거리와 주연 배우를 포함해 영화에 참여한 모든 스탭과 배우들의 이름을 찾아서 입력해야 했는데 하루 종일 컨트롤C, 컨트롤V를 반복했으니 손가락에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반쯤 혼이 나간 상태로 부지런히 빈칸을 채워나갔다. 감독 홍길동, 조연출 김길동, 촬영 박길동, 조명 최길동, 스크립터 이길동, 주인공 엄마 김말자, 주인공 상사 김철수, 경비원 박철수, 여직원 김숙자, 동네 주민1 김영자...
와 뭔놈의 영화 한 편에 이렇게나 많은 인간들이 투입되냐! 비명을 지르다가 문득 영화 DB에 새겨진 이름이 아니면 존재도 모른 채 지나갔을 수많은 무명씨들을 떠올렸다. 주요 스탭들의 카페 라떼와 얼음물을 갖다 날랐을 막내 스탭과 한 나절의 기다림 끝에 1분여의 등장 뒤 홀연히 촬영장을 떠났을 단역 배우들. 누구도 기억하지 않을, 누구도 고려하지 않을 이름들. 그러나 누구보다 열심히 애쓰며 씩씩하게 자신의 일을 해냈을 사람들. 나는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었다. 갑자기 허리가 곧추 세워지면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헐, 나 되게 중요한 일을 하고 있잖아.

세상은 픽셀 단위의 노동으로 굴러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픽셀 정도의 자리를 담당한다. 정규직이든 계약직이든 파트타임 알바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내가 검푸르죽죽한빨강색 1픽셀을 담당하고 누군가는 누르스르멀건크림색 1픽셀을 담당할 뿐, 누구의 색도 특별히 중요하거나 특별히 하찮지 않다. 이 책은 표면적으로는 개인적인 삶의 기록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는 성실한 픽셀들의 이름을 끊임없이 호명한다. 읽다보면 자꾸 내 이름이 불려지고 내 친구들이 우글우글 모여들고 그녀의 목소리가 겹겹이 덧입혀진다. 뭐 힘들었지만 괜찮아, 나 좀 열심히 잘 살고 있거든. 당신도 그렇게 살고 있으니 세상에 미안해하지 마. No more wor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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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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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친구들끼리 모이면 우리는 왜 이토록 하등 쓸모가 없는 직업을 갖게 됐을까 하며 한탄을 늘어놓곤 한다. 우리는 어쩌다 편집자 따위가 됐을까, 사람은 역시 기술을 배워야 하는데 우리가 하는 일은 아무래도 기술과는 거리가 멀잖아, 이번 생은 망했어, 아마 우린 안 될 거야, 하는 식의 자조 섞인 탄식이 흩어지고 나면 헛헛함을 채울 것은 그저 눈앞에 있는 치킨과 맥주뿐이려니 하며 다같이 쨘 하고 목구멍을 열어 맥주 한 사발 꿀꺽꿀꺽 삼키고 크게 한 번 트림을 꺼억 하고 나면, 다시, 그러게 어쩌다 우린 편집자 따위가 됐을까 하는 자조가 이어진다. 


그러니까 우리가 말하는 편집자 '따위'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국가 외에는 하등 쓸모가 없는 직업이라는 것이며, 그러니까 이민을 가면 곧장 길바닥에 나앉게 될 수밖에 없는, 여태까지 쌓아온 커리어가 한순간에 사라져버리는, 그런 직업이라는 얘기다. 자국어에 대한 예민한 감각과 전문성을 발휘해야 하는 직업은 다른 언어권 국가에서 살게 됐을 때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이 된다. 가령 의사나 프로그래머, 요리사, 회계사 같은 직업들은 언어와 상관없이 세계 어딜 가나 그 직업을 계속 이어서 생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데, 편집자는 전혀 그렇지가 않다. "한국이 싫어서" "여기서는 못살겠어서" 한국을 떠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편집자라는 직업은 그렇다. 


우리는 '희망이 없다'고 느낄 때 그것을 그만하거나, 그곳을 떠난다.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이곳에는 더이상 희망이 없다'고 느낀다. 요즘들어 부쩍 이민을 꿈꾼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그냥 단순히 여기서 살기 팍팍해서가 아니라, 사람처럼 살고 싶어서. 제대로 살고 싶어서. 사는 것처럼 살고 싶어서. 


나는 요즘 단순히 '삶이 힘들다'를 넘어서서 국가가 전혀 내 삶의 울타리가 되어주지 못한다는 생각으로 이민을 생각한다. 국가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국가가 개인의 삶을 억압하고, 도무지 벗어날 수 없는 사회 시스템이 발목을 붙잡고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닥으로 우리 삶을 힘껏 끌어당긴다. 발버둥을 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처럼 무섭고 공포스러운 아침이 매일 계속된다. 삶이 게임처럼 연습하고 훈련해서 레벨업이 가능한 것이라면 조금 더 해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삶의 각 단계마다 도움닫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높이 뛰어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장난 낙하산을 짊어진 끝을 알 수 없는 추락의 순간에도 보조낙하산을 펼칠 수 있다면 그 추락을 조금쯤은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나라는 연습하고 훈련해도 만렙을 찍을 수 없고, 도움닫기의 기회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 있으며, 보조낙하산은 코인을 넣고 돌려야 얻을 수 있다. 그러니 발버둥칠수록 더 깊이 빠져드는 늪에서 탈출하는 방법 외에는 별다른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소설 <한국이 싫어서>에서 '한국이 싫어서' 호주 이민을 시도하는 주인공 계나에게 어느 누구도 쉽게 손가락질할 수 없다.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건 똑같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사는 것보다 여기서 자국민으로 사는 게 훨씬 낫다, 그래봤자 너는 2등 시민이 될 것이다, 따위의 비난과 조언이 그저 정신승리 주문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다. 물론 떠난다는 것이 남은 자들을 욕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선택했을 뿐이다. 인생의 수만 가지 선택지들 가운데 하나를 선택했을 뿐이다.


이 소설은 '그러니까 이따위 한국을 떠나버리자'고 권장하는 게 아니라, 지금 당신이 행복이라고 믿고 있는 것의 본질이 뭔지 한번쯤 들여다보라고 권유하는 것에 가깝다. "이게 사는 건가"라는 자조가 아니라 "이게 사는 건가.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자문까지 이어져야 이렇게든 저렇게든 원하는 삶을 얻을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로 이어진 삶의 다양한 풍경들에는 누구도 손가락질할 수 없다. 주인공 계나의 독백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그러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설명 또는 해명으로 채워져 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난 이렇게 살기로 했어, 왜냐하면…. 스스로에게 "왜냐하면"을 던지기 시작하면 마법처럼 삶의 선택지가 많아진다. 혹은 왜인지도 모르고 지나왔을 시간들에 수많은 의미가 생겨난다. 계나가 끊임없이 '내가 왜 호주에 가서 살기로 했냐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그래서 좋았다. 




* 비관에 빠진 사람들의 눈을 한번에 사로잡는 제목빨(!)에 비해 소설은 생각보다 싱거웠다. 하지만 이 작가가 던지는 문제의식은 간단히 넘겨버릴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서 어쩔 수 없이 읽게 된다. 문학 작품으로서의 완성도에 대한 아쉬움은 늘 그런 지점에서 상쇄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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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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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다 이사카 코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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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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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읽어보고 싶었던 책. 드디어 장바구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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