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빵 : 과일 좋아! 채소 좋아! 구름빵 애니메이션 그림책 12
GIMC DPS 지음 / 한솔수북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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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 “와! 구름빵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래미, 가방을 휙 벗어 던지고는 마루상 앞에 앉는다. 논다고 같이 온 언니는 뻘쭘해하다 옆에 앉아 다른 책을 집어 든다. 앞표지의 그림을 보며, “예쁘다. 엄마! 치킨이야! 와하하”. 누구는 물에 사는 애들을 물고기가 아니라 다 생선이라더니 이 녀석은 닭으로만 보는 건가?

 

 

e2> 며칠 뒤 같은 책을 보던 딸, “엄마! 난 지금 봤는데, 이거 보셨어요? 당근 지팡이!”

“응! 난 첨부터 봤는데! 내가 유일하게 맘에 드는 거. 진짜 마법 지팡이 같아! 근사해~.”

 

 

1. 구름빵 애니메이션 그림책

‘~’이 쭉 나온다는 알림글들은 여러 차례 봤었다. 그럼에도 난 구름빵 뒤에 붙은 애니메이션에 주목하지 않았었다. 그림책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tv에 방영되는 여러 것들 중 중 하나라고만 여겼다. 이 섬세하지 못한 ....

‘~’시리즈에 관해 더 찾아보고 쓸까 하다가 그냥 부딪히기로 했다. 왜냐하면, 독자들 중에서 알고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채소나 과일 때문에 고민하다가 구름빵이니까 하면서 선택해 처음 혹은 두 번째쯤 접하는 이들도 있을 테니까.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글과 그림에 ‘백희나’가 아니라 “GIMC, DPS'가 있어서 당황했다. 그제서야 ‘애니메이션 그림책’이라는 문구에 눈이 갔다. 아! 이건 구름빵이 아니라 구름빵 애니메니션 그림책이었구나. 책표지를 넘겨서 구름빵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한 짧은 안내글을 보았고, 아래에서 원작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표지에는 식탁위에 과일 바구니가 놓여있다. 무지 반질반질하고 예쁘지만 모형이란게 기냥 딱 드러나는. 그렇구나. 구름빵 애니메이션 그림책이구나.

몇 장을 넘기다 길가의 가로수. 플라타너스라는 건가. 그 가로수의 잎이 눈에 들어왔다. 음. 모형 나뭇잎으로 모형 나무를 이렇게 만드는 구나... 그렇구나. 구름빵 애니메니션 그림책이구나.

 

 

 

2.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갔다.

오마! 요즘 애들은 벌써 이런 모임도 하는 구나. Potluck. 과자먹는 모임이라. 얘네들 이가 왕창 나가겠구먼. ‘과자들을 쌓아놓고’ 먹는다는 장면에선 부러웠다. 애네들은 과자 왕창 먹을 수 있어서 좋겠다! 이 나이가 되면 과자도 잘 안먹히고 못 먹는다, 속에 거북해져서.

다음 장을 넘기자 척척박사 아저씨가 나타났다. 여기선 기자로 등장했나? 과자가 과일이나 채소보다 더 좋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너구리는 어른처럼 대답한다. “먹으면 힘이 나요. 아주 잠깐이지만....”. ‘얜 뭘 좀 아는 앤가보다’

배가 불러 이제는 괴로운 표정이 다수인 먹자계원들(?). “오늘 과자 모임은 이걸로 끝!”이란다. 좀 허무하다. 그래, 뭐, 과자모임이니까 과자 다 먹었으면 끝나는 거지....그런데 왜 이렇게 혀가 쓸까 모르겠다.

“얘들아!”하며 아까 그 아저씨, 마법사처럼 하고 나타난다. 여기에 당근 지팡이가 등장한다. 당근 브로치도 있고. 그건 귀엽다!

문제는. 구름빵에서 이래도 되나? 하는 거였다. 뽀통령 다음으로 막강 영향력을 자랑하는 구름빵에서, 좀 전에 한 번 본 거 밖에 없는(사전 지식이 없을 경우 이렇게 읽힌다. 나는 여전히 그렇다) 독수리 아저씨가 마법사 같은 옷을 입고 와서는 “..아저씨와 음식 모험을 떠나지 않겠니?”하니까 “좋아요!”란다. 그러고는 ‘홍시와 친구들은 독수리 아저씨를 따라’간다. “다 왔다. 어서들 들어가자꾸나.”, “야호!”란다....

 

 

일종의 체험코스를 운영하는 ‘싱싱농장’에서는 홍조 토끼 언니의 안내를 받고 과일따고 맛난 요리로 마무리한다. 여긴 그만그만한 일반 그림책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 글에선 그냥 쑥쑥 넘기면서 봤다는 의미이다. ‘올려보고, 흔들어주고, 쏟아지는 걸 받’으며 ‘열심히 과일을 따는’ 그림들의 의미까지 따지고 싶지는 않다. 식탁차리기의 앙징맞음과 의자의 리얼함, 샐러드의 맛있는 모습은 그나마 나를 위로했다.

 

 

그런데, “정말 괜찮을까?”라며 ‘머뭇거리다가 당근을 한 입씩 베어 물’은 친구들과 “당근이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어“라는 홍비의 말에 사실 놀랐다. ‘그걸 정말 모른단 말이야?’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와 버린... 비타민종류 이런 거는 패스하고 달달하고 아삭한 그 맛에 볶기도 전에 반은 먹어치우는 누구들과는 많이 다른 가보다. 과일 야채 책이 이렇게 필요한 만큼 아이들의 편식이 심각하나 보구나라는 생각을 그제서야 했다. 이런, 둔한. 우리 애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홍시와 친구들은 그 뒤로 채소랑 과일을 정말 맛있게 먹게 되었답니다”라는 마지막 문구는 .....‘아! 비약으로 끝나는 군’이라는 허망함을 주고 말았다.

 

책을 한 번 훑어 보고선 아이에게 물었다. “딸! 이 독수리 아저씨, 만화에도 나와?”, “아니, 잘 모르겠는데. 못 봤었어.”, “그럼, 애네들은?”, “쿠키, 에드, 미미는 나와. 엄마! 쿠키랑 미미 모두 강아지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이래도 되는 건가’는 여전히 유효하다.

 

 

글을 쓰면서 마치 열심히 해 온 숙제 발표하고 나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지적질! 당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요리하는 건 어렵지만 (씹어) 먹는 건 쉽다!

 

 

여긴 아메리칸 스타일의 빌리진가보네. 요즘 신도시들은 다 이런가보다며 동네 그림을 봤던(참고로, 나는 앞은 논이요, 뒤는 밭인 동네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래, 딱! 이래.’하며 책장을 넘겼던 <꾸물꾸물 지각대장>과 독후느낌이 많이 달랐다. 여기도 빨간 벽돌맛은 나지 않지만 ‘맞아맞아!’ 백배 공감은 되었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다양한 시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원작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해졌다. 원작을 보면 <구름빵>에서 보여지던 따뜻한 구수함을 찾을 수 있을까? 구름빵의 선입견과 첫인상을 벗어 버리고 보도록 다시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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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들려주는 숭례문 이야기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
이용재 글, 이승원 그림 / 한솔수북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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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숭례문이 지어졌을 즈음에 우리나라 백성들이 이렇게 곱게 입고 사는 줄 몰랐다!

난 조선 최초의 건축가가 삼봉 정도전인 것도 몰랐다!

난 사대문은 알았는데 사소문은 기억하지 못했다!

 

으~~ 더 쓰다간 온통 모르는 이야기만 늘어놓겠다!

  

이 책이 나온다는 소식에 아이와 함께 먼저 알아보고 싶었던 건 '숭례문' 의 의미였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책-[아빠가 들려주는 숭례문 이야기](한솔수북, 2012).

崇禮門 - ‘예를 드높이는 문’이란다. 정도전의 작품이라면 유교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문이었던 건가... 조선 수도의 예가 열리고, 이조 오백년의 문이 열리고, 하루의 문이 열리고, 임금을 우러르고 백성을 아끼는 마음의 문이 열리고. 그래서 숭례문이 ‘사대문 가운데 정문 역할을 했’나보다.

  

이 책을 보고 나서는 낱말 찾아 익히기를 해야겠다. 얽힌 이야기와 함께 배우니까 재미있고 기억도 많이 나겠지! 편액. 현판.

  

다음 장을 넘기자 보이던 첫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다 ‘어마’싶었다. 

전철이 다니네. 그럼 식민지 시기인데, 문 옆에 성곽이 그대로 있는데?

  어, 그 옆의 사진에는 없어졌다. 옆에 길이 났네.

본문을 보니 ‘일본 왕자가 숭례문 밑을 고개 숙이고 지날 수 없다고 해서 ...성곽도 헐어버렸’단다. 참....아팠다.

 

낱말 찾기 계속이다. 문루와 육축. 장군목. 아! 영화나 만화, 드라마에 나오는 ‘커다란 빗장’을 장군목이라고 하는구나. 끄덕끄덕.   

족자 속에서 성곽을 지니는 병사들의 모습을 보니 지금도 우릴 지켜주는 듯해 든든한 마음이다. 숭례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일반병사는 아니었나 보다. 근사하다.

  

난 참 경이롭다. 그 무거운 돌들을 들어올려 지들의 힘으로 서로 밀게 해서 아치형 문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위의 오마오마한 돌들의 하중까지 견디게 하는 계산은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 나무들끼리 끼워 맞춰서 건물을 세울 생각은 어떻게 했을까? 어째서 그건 그렇게 튼튼할 수 있는 걸까?

  

인디언들은 사냥을 하면 그 짐승에게 고마움을 표한다고 했다. 우리 조상들도 마찬가지다. 때로 의문이 든다. 물활론적 사고가, 의식이 유아기만의 특징일까? 이건 생명의 근원과 영원의 문제가 아닐까? 그래서 난, 산신제를 지내고 ‘어명이오!’를 외쳐 생명에 예를 갖춘 점이 참 뿌듯하고 감사하다. 그리고 제상에 올리는 돼지가 머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통째여서 놀랍고 새로웠다.

  

낱말 찾기 연속. 지난 쪽에는 홍예문과 도편수도 있었고. 치목, 적심, 우진각, 제와장, 와통...이건 건축 전문 용어들이다. 아, 이 책은 진로지도를 위해서도 봐야할 책이다.

  

그런데, 그림을 보다가 잠시 당황스럽다. 저이는 총각인가? 지붕에서 흙덩이를 깔고 있는 이말이다. 어? 총각은 한 단 아래 있는데.... 아! 이게 복원하는 모습이던가? 그러면 여자도 건축현장이 있을 수 있다. 근데, 복원할 때 모두들 상투틀고 했었나? 시간을 넘나드는 헤깔림에 계속 갸우뚱하고 있다. 어라! 흙을 밟아 다지는 이는 분명히 여자 같은데... 아~~~. 이건 책 뒤를 더 찾아봐야 하나보다.

 

기왓장이 통기와를 반으로 쪼갠거란 사실도 나는 처음 알았다. 단청이 모두 오방색을 써서 화려한 건 아니었구나. 시대와 배경 사상에 따라 이것도 다른 거였구나...

 

 어처구니는 대궐 지붕에 얹는 거로 막연하게 알고 있었다. 숭례문이 대궐지붕은 아닌데...아! 이런 인형을 ‘잡상’이라고 하는 거구나. 근데, 잡상과 어처구니가 다른건가? 그 책의 제목이 뭐였더라??? 잘 모르겠어서 인터넷을 띄워 모씨에게 물었다. 어처구니, 잡상 등이 혼용되긴 했던 모양인데 문화재청에서는 ‘지붕 위 추녀마루 위에 올라가는 다양한 형상의 장식 기와’를 잡상이라고 부르는데 타당하다고 정리하고 있다. 우리의 그림책에서는 ‘잡상’이라고 한다. 서울을 지키는 대표대문이니 서울의 나쁜 기운을 떨쳐주겠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니까 우리나라에 오려는 나쁜 기운도 떨쳐주겠네!

 

복원할 때 숭례문 둘레의 연못도 같이 복원했었으면 참 좋았었겠다는 아쉬움이 계속 뒤꼬리를 잡는다. 이건 서울 복판의 땅값 때문에 어려운 일이었을까? 인공연못을 만드는 일이 힘든 일이었을까? 청계천을 보면 그건 아닌 모양이던데...

  

‘왜 숭례문 이야기를 아빠가 들려주나?’하는 의문도 가졌었다. 글을 쓴 이용재 샘이 건축전공자였다. 딸과 함께 건축물 답사를 다녔었단다. 그렇구나. <선비들의 고단한 여정>, <고댁에서 빈둥거리다 길을 찾다> 눈에 익은 책들을 쓰신 분이셨구나. 그림을 그린 이승원 샘은 참 소재에 걸맞게 고운 색을 쓰신다 싶었는데 <성주신 황우양>을 그리신 분이셨다. 아! 이 선생님은 아무래도 ‘집’과 무슨 인연을 만드시는 가보다. 음. <경복궁>도 있구만.

  

나무처럼, 돌처럼, 그로 만든 옛집과 물건들은 세월을 산다. 오랜 세월을. 그 사연들을 품으며. 새로 고친 숭례문도 그러겠지...든든한 수문장이길 바란다.

  

역시 지식그림책은 신중해야 한다. 아무래도 내겐 지식그림책이 참 어울리나보다. 내가 작년에 즐겨 쓴 별칭이 ‘궁금해’이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하나는 조선시대 건축장에도 여자가 있었나하는 점이다... 그래도 난 감성적인 아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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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다는 날 지식이 잘잘잘
김용란 지음, 강지영 그림 / 한솔수북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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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뭘로 할까 잠시 고민했다. 슬픈 색깔을 말하고 싶었다. 슬픔만이 아니라 환희도 말하고 싶었고 희망도, 미래도 담고 싶었다. 기쁨은 슬픔이 있어야 기쁨인 줄 안다. '슬픔이 기쁨을 빛나게 한다'라고 할껄 그랬나...

 

맞다. 독특한 지식 그림책이다. 여기서, 나에게 독특함이란 우리나라 국기에 관한 그림책임에도 낯설다는 의미도 지닌다.

 

태극기를 일러주는 꼬마아이는 삼일독립운동을 하던 유관순의 어린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양저고리에 까만치마 혹은 5, 60년대 초등학생 즈음이었을 우리들의 엄마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하얀 반팔티와 까만 짤뚱치마. 음. 만국기 휘날리던 운동회와 공굴리기하는 작은 아이를 떠올리게도 하고.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모양새다.

 

앞표지에는 제목 그대로 태극기를 달고 있다. 그런데 완성된 태극기를 휘날리게 다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대표하는 식구들이-아마 국민 대표들이겠지- 태극을 들어올려 옮기고 있고, 사괘중 상부의 두 개가 사슬에 매달려 끌어올려져 자리를 잡는 중이며, 우람한 삼촌쯤-아니 운동선수 쯤이려나 다른 사쾌를 만들 검정 도막들을 손으로 잡고 있다. 속표지로 들어가면 파란 구슬 한 알과 빨간 구슬 하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굴러가고 있다. 그리고 속제목들을 넘기고 나면 구슬은 고전적인 단발머리의 동글여자아이에게 넘어가 있다. 아인 머리 위에 구슬 두 개를 겹쳐들고 아마도 굴릴 준비를 하는 것일게다.

책장을 넘기면 본문이 시작된다. 구슬을 또르르 굴리는 것으로. 돼지꼬리를 따라 제멋대로 튀는 듯이 구르던 구슬들은 튀기며 반쯤 뭉개지고, 다시 구르고 튀어오르며 각이 생기고, 날아 구르며 살랑살랑 꼬리를 만든다. 그러다 어디 있었니 내 반쪽하는 모습으로 빨강, 파랑 태극이 완성된다. 그리고 세월의 때가 묻은 고궁의 현판, 대문, 기둥, 문갑, 부채 등이 자신들이 품은 태극을 보여준다. 마치 그 태극을, 서서 혹은 매달려서 그리고 있는 듯한 아이의 동작이 재밌다.

드디어 표지그림의 태극기가 등장한다. 그리고 태극의 무늬는 태극 소용돌이가 되어 태극기 모양, 빛깔, 무늬마다의 뜻에 걸맞는 평화와 화합과 완전한 발전을 말해주는 듯하다. 다음 장에는 사쾌가 등장한다. 네 개의 괘는 마치 계절의 기둥처럼 세워져 그 뜻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다. 상당히 괜찮은 발상이다.

장을 넘기니 태극기의 변천사가 한 장에 담겨있다. 빨간태극과 파란태극이 자리가 바뀌거나 세워져있던 걸 눈여겨 본 적이 없었다. 우리나라 국기가 항상 지금의 모습은 아니었었구나하고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 까망이 태극에 쓰였던 것도. 태극기에 서명을 해도 되는 것도. 사실 태극기에 무엇인가를 쓰면 국가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알고 있었다. 낙서를 해서도 뭔가 얼룩이 생겨서도. 나는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은 절대법칙인 줄 알고 사수하던 차칸 어린이였다. 지금도 거기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나? 사실 sign은 낙서나 얼룩은 아니니까 괜찮은 건가? 나도 지금의 태극기가 제일 멋있다. 내 눈에 익은 건 지금의 태극기니까.

이어 태극기 다는 법과 태극기 다는 날에 대해 알려준다. 기뻐서 빨강, 슬퍼서 파랑. 이런 기분과 색깔로 독립만세운동, 나라를 되찾고 나라를 지키며 단군할아버지와 세종대왕님의 뜻을 받들어온 역사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와중에 역사의 꽃이 된 넋들을 기리는 꽃들도 핀다.

 

아이는 고깔모자를 쓰고 케잌위에 앚아 다시 훨훨 날아가려는 태극과 사괘를 바라본다. 그리고 묻는다. ‘태극기는 나라에서 정한 날에만 달까?’하고. 거기에 기쁜 답을 한다. ‘날마다 달아도 좋’고. 생일날 다는 것도 괜찮다고. 제일 신나는 구절이다.

역사의 태극 양탄자를 타고 만세를 부르는 동글이 뒤로 미래의 어느 즈음에서 볼 서울의 모습이 흑백으로 깔리며 본문은 끝난다.

 

지식그림책 답게 책 말미에는 역사 속 태극기를 소개한다. 태극기 변천사에 담겨있던 태극기들을 이러저러한 사연과 함께 설명해준다. 그리고 태극기의 무늬와 빛깔의 뜻을 ‘알아봐요’하며 정리해뒀고, 마지막으로 ‘그려봐요’라며 태극기 그리는 규칙을 제시하고 태극기를 보관함에 담으며 마친다.

 

낯선 그림책이었다. 그래서 한 번 보고 덮어두고, 두 번 보고 덮어두고, 잠자리 옆에 계속 내비두고. 그러다 오늘은 한 장 한 장 다시 들춰보며 이 글을 썼다. 그리고 뒷표지에 태극기를 꽂아둔 그 하얀 산은 어딜까 상상해 본다. 내가 아는 한 가장 높다는 에베레스트 산일까? 우리 한반도에서 제일 높다는 백두산일까? 그도 아님 저 드넓다는 만주벌판의 어느 언덕일까?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아이는 책을 새로 꺼내놓자마자 또 달라들어서 봤다. 그리곤 덮었다. '저 책 엄마랑 같이 봐야 하는데, 엄마 도와줄 일이 있어’라고 했더니 ‘난 벌써 봤어’란다. 어떠냐고 물었더니 슬프단다.

 

- 그래?

- 응. 슬픈 책이야. 색깔이 빨강, 파랑, 하양, 검정 네 개 밖에 없어. 그래서 슬퍼.

 

그렇다. 아! 그 낯섬의 정체가 그거였구나 싶었다. 네 가지 색만 쓰였다. 맞다.

마치, ‘포스터를 그릴 때는 두 세 가지 색으로 눈에 띠게 그려야 한다’라고 했던 초등학교 미술시간과 숙제들이 생각났다.

 

태극기에 쓰인 색으로만 만든 책이었다. 태극기의 의미를 하나하나 그림에 담아 구성한 책이다. 새록새록 태극기에 애정이 배어나오게 만든다, 이 작은 그림책이.

 

딸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너 태극기 언제 언제 다는지 알고 있었지? 어떻게 다는지도 알고 있었지? 이런 거 유치원에서 다 배운다. 유치원 다니면 국경일에 태극기 꼭 달아야 한다. 엄마가 해야 하는 숙제다.

 

- 그런데, 너. 이 책 보면서 새로 알게 된 게 뭐야?

- (여전히 슬픈 얼굴로 책장을 넘기더니 조기 다는 방법을 알려주는 쪽을 펼친다) 이거.

- 슬픈 날 태극기 내려다는 건 알고 있었잖아?

- 이건 잘 몰랐어(아이는 ‘깃봉에서 태극기의 한 폭만큼 내려서’ 단다는 구절을 가리킨다).

- 아아~. 이걸 새로 알았구나. 너 사괘가 무슨 뜻인지는 알았어?

- 응. 알았어.(하지만, 이건 사괘를 설명하는 각각의 말뜻을 안다는 게 아닐까 하고 그 엄마는 짐작한다)

그리곤 다시 물었다.

- 이게 슬픈 책이기는 했어도 재미있는 그림, 있었어?

- (아이는 책장을 다시 넘기며 찾는다. 그러더니 사괘를 설명하는 그림을 펼치곤 맨 오른쪽 태극 물방울을 가리킨다) 이거.

- 오마, 이게 재밌었구나? 뭐가 재밌었어?

아이는 빨간, 파랑이 물방울 모양으로 맺힌 게 재밌다고 한다. 나는 이걸 ‘겨울에 내리는 눈’이라고 생각했었다.

- 그리고 또 뭐가 재밌었어?

- 엄마, 태극기는 생일날에도 달아도 되게 안되게?

- 글쎄. 달아도 되지 않을까?

- (아이는 태극색의 케잌이 그려진 페이지를 폈다) 딩동댕!

 

아! 지식 그림책은 조심스러워야 한다. ‘지식’이고 아이가 확~ 믿어버린다.

 

고학년은 사이즈별 태극기 그리기를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이건 비와 비례를 이용해야 계산할 수 있다. ㅋㅋ 아주 좋은 수학활동이다! 전학년 모두 미래의 태극기, 그러니까 우주시대의 태극기라던가, 아니면 옛날로 돌아가 고조선이나 고구려, 백제, 신라, 발해, 고려, 조선 시대의 태극기 그려보기 이런 것도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다. 태극 무늬 넣은 옷을 만들어 인형에게 입혀도 좋고, 태극 집을 설계해봐도 좋을 것이고, 인테리어 소품을 디자인해봐도 재미있겠다.

 

참. 조금은 닫힌 시각에서 느껴지는 걸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 다시 찾은 우리나라 국기(라고 생각함)에 우리나라를 지키는 군인아저씨들이 경례를 하고 있는데 왜 우리 국군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나는 뽀빠이만 생각이 나서 기분이 나빴다. 아~~ 좋은 얘기만 쓰고 싶었는데, 깨알 재미도 찾고 있었고. 근데, 이 그림은 나의 심기를 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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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 20세기 한국사 5 - 민주화와 통일로 특종! 20세기 한국사 5
이광희 지음, 이상규 외 그림 / 한솔수북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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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 시계는 1980~2000을 가리키고 있다. 20세기의 마지막 20년. [특종! 20세기 한국사]의 마지막 5권 <민주화와 통일로>에서 다루고 있다.

 

잡지 형식의 [특종!~]의 구성을 먼저 보자. 들어가며 ‘책머리에’, ‘시대를 여는 시’, ‘역사 파노라마’, ‘주요 인물 소개(<-역사 인물 기상도/의병화보)’와 ‘스타인터뷰’, 가운데 굵직한 ‘특집’, ‘20세기 핫이슈’와 ‘특파원리포트 세계는 지금’, 나올 즈음 ‘20세기 문화와 생활’, ‘20세기 역사 기행(<-건축)’, 깜찍 ‘퀴즈-20세기 한국사 완전정복’이 자리잡고 있다. 중간 중간 ‘특별기고’, ‘만화로 보는 20세기 한국사 명장면’, ‘풍경과 사람(<-20세기 풍경)’코너가 있고, 각 꼭지 중간에 들고 나는 몇몇 작은 꼭지들이 들어있다. 나오는 자리에는 가슴을 후벼파는 ‘편집후기’와 양심적인 ‘사진과 그림 제공 및 출처’가 마무리를 한다. 시리즈의 마지막권인 5권에는 ‘20세기를 바꾼 인물 10인’이라는 ‘특종 인물 보기’와 ‘20세기 한국사 10大 사건’란 이름의 ‘특종 다시 보기’ 복습 꼭지, ‘지금은 마감 중’이라는 편집실의 풍경이 더 들어가 있다.

 

바라보는 이들의 마음과 몸도 비장해졌었다. ‘사랑도 명예도 ...산자여 따르라’는 전주가 흐르고 앉아있던 이들이 다리를 털며 일어나는 모습을 보면. 그런데, 책을 열면 시대를 여는 시로 그 ‘임을 위한 행진곡’이 원고지의 한 칸 한 칸을 메우고 있다. 그 시절의 절절함만이 낳을 수 있던 ‘영혼 결혼식’을 꺼내면서.

 

20세기를 장식한 사건들로는 5.18 광주항쟁, 부산미문화원방화사건, 6월민주항쟁, 국회5공청문회, 3당합당, 사상 첫 정권교체, 6.15 남북공동선언을 파노라마에서 보여준다. 한 장을 넘겨 주요인물소개를 여니 윤상원 대변인, 문익환 할아버지, 바보 노무현, 김근태 선배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20세기 마지막을 살다 먼저 간 이들...

 

이어 80년대 90년대를 채워냈던 노무현 전 대통령, 광주항쟁과 6월항쟁, 노동운동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다. 기억의 하나하나를 들춰내며 40대들에겐 너무도 익숙할 사건들이 다루어진다. 아울러 민주화의 길에서 6월 항쟁이 가진 의의를 특별대담형식으로 기록했고, 21세기에도 핫이슈일 통일을 위한 노력의 과정 말미에 통일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긴급대담형식으로 되짚고 있다. 헤어진 사람들의 아픔과 다시 만나 흘린 눈물, 남북경계선을 뚫은 대학생, 작가, 종교인 그리고 기업인과 정치인을 다루면서 통일을 위해 각계에서 무엇인가 시도하며 지금까지 왔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지금의 통일 저지 한파까지. 아! 경제한파도 있었다. IMF라는. 가족이 해체되고 가족이 무너지고 동료가 나눠지고 마음까지 한파 속에 몰아넣었던 차가운 기억. 그런데 한민족이 무서운 게 또 한 번 증명된다. 근본적이지는 못하지만 해빙을 가져오는 뜨거운 단결력!

 

그 시간, 세계는 사회주의는 무너지고 독일은 합쳐지고 홍콩은 중국에 반환되어 하나가 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로 인해 한반도에서 민주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던 이들의 사상적 뒷배가 흔들리는 위기도 맞지만, 오히려 이런 위기는 ‘다양’과 ‘세계’라는 관점을 한반도에 가져오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레닌과 함께 고르바초프를, 히틀러와 함께 비틀즈를, 간디와 함께 빌게이츠를 열린 마음으로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詩가 그렇게도 큰 힘을 줄 수 있는지 알려준, 그리워 아픈 사람... 김남주, 詩가 그토록 처철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노래한 이... 박노해, 畵가 그리도 우리 마음의 울림이 될 수 있음을, 우리 모습의 거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떠나버린 이...오윤. 함께 내는 소리가 강하고 삶을 그린 노래가 아름다움을 소름돋히게 들려준 노찾사.... 날이 가는 게 안타까워 동동거리며 읽어 내렸던 [태백산맥], [장길산], [토지].

주먹을 쥐고 마음으로 함께 달렸던 바르셀로나의 길, 그 길 위의 황영조 선수. 추억의 야구 대결까지 5권에서는 ‘스포츠 하이라이트’까지 다루고 있다.

 

40대 중반의 나는 전쟁을 모른다. 어른들이 겪어내셨던 동족상잔의 비극이란 걸 보지도 느끼지도 못했다. 잔인하고 못할 짓인 전쟁과 분단은 그저 지나간 일이고 간접 역사일 뿐이다.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20세기 한국사는 민주화와 통일로의 시간의 이야기들이다. 그 기억들이 새롭다. 그만큼, 아니 그 반만이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면 하는 안쓰러움이 몰려든다.

 

[특종!~]을 덮으며 ‘지금 시대에는 역사가 이렇게도 쓰여질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관점’말이다. 책표지에 있듯 어느 분의 말씀처럼 이건 ‘객관적’인가? 아니. 그렇지 않다. 그 동안의 시점에서 보면 비주류의 시각에서 쓴 역사 속의 사건과 인물들이다. ‘현장감’? 아니다. 그건 그 판에 있었던 사람들의 느낌이다. 그럼에도 [특종!~]은 우리 아이들에게 그 어미, 아비가 디뎠던 땅의 이야기를 그대로 들려준다. 어미, 아비의 목소리로. 그래서 공공기관에서 가르치는 사람들이 전해야 하는 ‘역사’ 만이 아니라 민중이 체감하는 역사를 알려준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라고 본다. ‘알려주는 일’. 그것을 느끼고 인지하는 것은 아이들의 몫일 것이다.

 

[특종!~]이 예쁜 건, 정말 정성스럽다. 5권을 넘기다가 ‘시사콕콕’에서 막혔다. ‘콕콕’이 있었던가? 왜 이리 낯설지 싶어 가지고 있는 1, 4, 5권을 하나하나 넘기며 비교했다. 같은 특집 내의 코너에도 같지만 다른 표현을 찾아 매긴 그 노력이 가슴을 울렸다.

 

이렇게 만드는 책이라면, 이런 사람들과 만드는 책이라면 나도 한 번 같이 만들어 보고 싶다. 진심으로. 완간을 축하하며 존경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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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종! 20세기 한국사 4 - 독재와 산업화 특종! 20세기 한국사 4
이광희 지음, 이상규 외 그림 / 한솔수북 / 201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은, 역사는 교과서처럼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의 좌절스런 결론이다.

 

역사를 길게 길게 보면 역사와 인간은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온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살아있는 동안의 짧은 역사는 학교를 다니면서 배운 '바람직함의 원전'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각오는 하고 읽어 내렸지만 그 재미있는 구성에도 신이나질 않았다.

 

쉽게 쓰여졌고, 충분히 흥미도 유지할 수 있었고, 잊고 있던 지난 일들을 떠올려볼 수 있었다.

그래도 마음이 너무 무거워 재미있을 수도 없고, 관심을 가지고 몰입할 수도 없었다.

그래서 가슴이 너무 아프고 속이 상해 명치 위가 자꾸 아프고 화가 난다.

 

중고등학교 역사시간에 조선시대 임진왜란이 일어난 배경, 근대 한일합방과 일제침략의 이유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난다. 일본 내 권력 갈등에 죽어나던 건 왜곡된 애국주의에 세뇌되어 해외 전쟁에 동원되었던 역시 국민들이었다....

그래도 박정희정권은 국가경제발전이라는 역사적인 업적이 있는건가? 

 

[긴급토론]은 찬반의 양측에서 독재의 폐해를 요약하여 다루기는 했지만, 경제개발에 대한 부분의 특정건에 대해서는 현안으로 다루어지기도 하고 정경유착으로 인해 갖는 복잡한 성격때문에 이야기를 꺼내다가 말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볼 수 있었다.

[새마을운동 결과분석 보고]꼭지에서는 새벽종이 울리면서부터 한반도의 농어촌을 근대화한 위대한 새마을운동의 전면을 간략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새마을 운동이 '겨울에 빈둥빈둥 놀았던 농민들이 비닐하우스 재배 같은 농가 소득 사업'에 매달릴 수 있는 성과를 가져오게 하고, 더 나아가 아시아의 몽골, 네팔 등을 비롯해 저 멀리 아프리카의 콩고, 우간다 등에 까지 확산되는 위대한 사업임도 새삼 깨달았다..(이 부분은 나의 '어조'에 주의해야 하는데...)    

[특집]의 역사증언, 시사초점 등에서는 다룬 내용을 비롯해 전체적으로 자극적인 사건들이 나열되어있다. 실제 우리의 지나간 현실들이 그렇게 자극적인 사건들로 점철되었음을 확인하여 씁쓸한 독서가 되었다.

[세계는 지금]을 통해 아폴로 11호가 달나라에 간 사건, 베트남전쟁과 중국과 미국의 핑퐁외교 등을 수월하게 다루어 당시 과학과 외교 국제정세에 대한 개괄적인 지도를 만들어 주고 있다.

 

무겁던 얼굴을 빵하고 터지게 만든건 ㅋㅋ 인기가요 20이 아니라 '건전가요 베스트 3'였다. 맞다! 우리의 건전가요! 잘살아 보세, 새마을노래, 나의 조국! 소시적 열심히 불렀고 열심히 외웠다, '국민교육헌장'까지.

오랜만에 기억의 방문을 열게한 김환기, 김기창 화가의 지나간 소식, 이 나이에도 열광해 내 아이들에게까지 전파한 '로버트태권V'가 나를 위로했다. 카! 마무리. 소풍가방에 고이고이 담고 아껴아껴 먹었던 과자와 음료수! 음. 새우깡, 초코파이, 맛동산, 사이다!!!!

 

글쎄, 아직 우리 아들이 읽기를 거부해 소감을 듣지는 못했다. 상상도 안될 것이고, 떠들어대기 부끄러운 역사이지만 그 아프고 무거운 얘기를 어렵지만은 않게 다루고 있다. [특종! 20세기 한국사]는. 단, 이 시기의 주요인물로 부마항쟁의 역사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김영삼전대통령까지 올라왔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그래도 멋진! 후기명! '또다른 냉철한..., 이번엔 산업화 전문...,  시대를 꿰뚫는 ..., 미래 예측까지 가능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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