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작가와의만남님의 "<숲 속 재봉사와 털뭉치 괴물> 털실 인형 만들기 놀이"

저는 원순식이라고 하고 여주금당초등학교 학부모며, 여섯명의 아이들과 책놀이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향랑 선생님을 학교의 작은 간담회에 초청하고 싶은데 연락을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전교생이 80여명되는 촌학교구요. 동아리 활동은 금요일 오후입니다. 이 시간에 모셔서 함께 책보고 위와 같은 활동을 해 볼 수 있었으면 하는데요.
바쁘고 어려우시겠지만 작가 선생님께서 가능성을 주신다면 학교에 요청해 추진해 보겠습니다.
사실, 학교 특강으로 오시면 교육청에서 정해진 수준으로 밖에 강사료를 드리게 됩니다. 서울서 떨어진 곳이고 그게 교통비 정도라서 말씀드리기 참 민망하고 어려우나 '작가와의 만남' 안내를 보자마자 무작정 글을 남겨 봅니다.
제 연락처는 010-5057-8261 이고, 전화를 곧바로 받지 않으면 문자 부탁드릴께요.
연결이 어려우면 어렵다, 작가 선생님이 너무 바쁘시면 바쁘셔서 어렵다는 연락이라도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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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2학기 아이 학교에서 그림책읽어주기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다음학기에는 옛이야기 그림책을 읽어줘야겠다 계획하고 있구요. 엄마들과도 그림책 나누기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답니다. 메일에서 보고 눈이 확 커짐과 동시에 들어와 신청합니다. 1강, 2강 모두 신청합니다. 여러 면에서 무리가 있긴 하지만 여주에서 날라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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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달 작은달 달력의 비밀 저학년 공부그림책
이케가미 준이치 글, 세키구치 요시미 그림, 이수경 옮김 / 한솔수북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1. 서평단 발표가 한 달이 되어 간다. 나는 이제야 서평을 쓴다. 할 말이 없다. 이 걸 쓰고 나면 가슴이 좀 뚫릴까? 가벼워지겠지! 숙제 하나를 마치는 거니까. 미안해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고, 죄송해하면서 쓴다.

 

2. 나는 종이와 연필, 색연필이 좋다. 지금도 공책을 반 접어 수학문제 푸는 게 좋다. 샤프말고 연필로. 연필심이 닳는 것을 즐기고, 칼로 혹은 연필깍기로 깍아가면서 사각사각 슥슥슥 소리에 희열을 느낀다. 이 늦은 나이에 입에 달고 살았던 ‘문장을 식으로’에 재미가 들려 중2 아들보다 수학공부를 더 열심히 한다. 아! 지금의 아들은 수학 팽개쳤다. 어찟던 내게 생긴 바람 하나-이대로 가면서 미적분을 정말 내 힘으로 풀기.

 

내 이야긴 시작부터 삼천포다. 그런데, 그림책 시작은 색연필에 ‘저학년공부그림책’이란다. 애 키우는 엄마들의 열망과 로망-그림책을 보면서 공부를 한다(이 때의 공부는 교과학습의 의미일 것이다)! 평소에 교육 운운하는 많은 이들이 혀를 끌끌 찰 그림책이다. 세상에 그림책에 ‘공부’를 붙이다니 하며 한탄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그러나, 침이 튀어나오기 전에 나는 이미 녹아 있다. 에이~ 연필을 들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달력도 있다. 거기다, 서평단 모집 때 ‘따뜻한 그림’이라는 표현을 봤던 기억이 있다. 그림이 이쁘다. 그래서 ‘공부’도 본래의 의미로 해석해 버린다. ‘세상을 배우는 노력, 앎의 행위, 삶의 여정에서 갖는 호기심에서 비롯된 의문을 해결하며 세계를 넓히고 나를 키우는 일, 그래서 평생해야 하는 기쁜 숙제’.

이렇게 시작해 매일 속에서 ‘책’을 통해 사람들의 약속과 천체의 움직임과 우주의 비밀까지 알아 가면서 클 수 있다면 하는 허황된 꿈을 꾸어본다.

 

3. 앞표지를 펼쳐 한참을 들여다 봤다. 비록 일본 집이지만 개집과 울타리, 빨랫줄과 작은 화분, 놀이터의 아이들과 담장위의 고양이까지. 아기자기한 동네의 그림. 장를 넘겨 속표지를 보고선 다시 앞으로 가서 이삿짐트럭을 확인했다.

‘유나네 가족은 오늘 새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하야시 아키코였다. ‘우리 친구하자’를 떠올리게 하는 시작과 그림. 그녀보다는 더 짙은 잔선들을 쓰고 있지만, 자꾸 겹쳐보이는 그림들. 순이와 유나... 꽃도 피어있고 초록도 짙은데 새로 이사간 동네는 좀 쌀랑한가? 옷이 두툼해 보인다. 나비 그림이 심상치 않다.

 

엄마가 유나방으로 달력을 들고 오셨다. ‘똑똑 카이사르 달력’이란다. 역시 범상치 않은 제목의 달력이다. 억! ‘제주밀감’이 달고 맛있단다. 그림책은 ‘간접광고’와는 무관한가보다. 그렇다면 기업들은 드라마제작 뿐만 아니라 그림책 출판에도 눈독을 들여야 한다.

 

유나는 ‘학교가는 날’부터 표시하는 구나. 아! 4월이구나. 그렇지, 그 정도면 좀 쌀쌀할 수 있지. 서평단 모집 미션이 여기서 나왔구나! 달력에 표시하고 싶은 날. 음. 아이와 다르게 나는 새 달력을 받으면 아이들의 학사일정을 먼저 표시한다. 내게 확정된 스케줄과 함께.

 

장을 넘기니 유나의 얼굴이 먼저 내 눈을 잡는다. 예쁘장한데 장난기가 남실거리는 눈동자! 유나가 들여다 보는 이는 표지에 나왔던 고대 귀족이다. ‘카이사르’였다. 이 사람, 달력에서 튀어나왔다! ‘똑똑 카이사르 달력’이란 제목이 이해된다. 가만, 유나가 똑똑하고 달력을 두드렸던가? 아고, 아니나다를까 유나왈, 카이사르를 ‘카스테라’라고 한다. ㅋㅋ.

 

달력에 학교가는 날과 식구들의 생일을 표시하던 유나는 2월이 짧은 걸 발견하고 궁금해 한다. 유나의 궁금증은 카이사를 깨어나게 하고 ‘큰달 작은달 달력의 비밀’이라는 ‘저학년공부그림책’의 목적 달성을 위한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일곱시쯤 되어 보이는 시간이지만 불을 끈 방은 어둡다. 짜짠! 그래서 지구의와 불빛이란 간단한 도구로 세상이 돌아가는 자연 이치를 보여줄 수 있다. 지구가 자전하는 하루로부터 지동설과 천동설, 달과 태음력, 달력의 유래, 지구의 공전주기인 대략 1년, 태양력과 사계절, 멋대로 아들과 들쑥날쑥 매달 날수가 다른 이유, 윤달, 율리우스에서 온 7월명 July의 유래 등을 알려준다. 마지막으로 카이사르의 명언들 중 하나 ‘알레아 약타 에스트’도 던져주며 ‘카이사르 아저씨는 달력 속으로 쓱 사라’진다. 유나는 은하수가 흐르는 7월 위에 카이사르의 얼굴을 그린다. 역시 그림 솜씨가 남다르다. 9시, 잠자리에서 엄마와 <달력의 비밀>을 보는 유나를 달력 뒤 카이사르는 기특한 얼굴로 내다보며 이 책은 끝난다.

 

별빛으로 가득해-솔직히 가득까지는 아니다-지는 유나 방이란 우주에서 유나는 앎의 기쁨을 만난다. 고개를 갸웃하던 궁금 소녀 유나는 지구의를 살피면서 호기심 어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드디어는 고개를 끄덕인다. 거울을 통해 보여준 유나의 얼굴은 빛이 반사되어서도 그렇겠지만, 환하다. ‘이번에는 달에 대해 알아볼까’하는 지식의 확장 순간에는 ‘뭘까’싶은 눈으로 카이사르에 집중한다. 유나의 장난 뒤임에도 진지한 카이사르의 말에 따라 지구의 공전을 자신의 몸으로 해보이던 순간의 유나는 거대한 우주 속의 법칙!을 깨닫고 놀라움에 가득찬 얼굴이다. 2월의 특별함에 자신의 탄생이란 더 특별함을 붙인 유나는 자랑스럽고 으쓱한 특별한 얼굴이었고, 역사 속의 인물 카이사르를 인식하는 순간의 유나는 경이로움과 존경스러움을 담고 있는 얼굴이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달력에 카이사르 얼굴을 그려넣는 유나는 학교에 갈 어린 아이가 잠잘 준비를 하는 평범하고 행복한 얼굴이다.

 

책 말미에는 달력의 종류, 달력에 관해 궁금해 할 만한 다섯 가지를 뽑아 그림과 함께 설명해두고 있다. 달은 왜 매일 달라보이나요?/시간을 나누는 단위/달력이 권력과 관계가 있다고요?/왜 음력설 양력설이 따로 있나요?/‘절기’가 뭐예요?

 

이 책은 ‘응, 그건 그냥 사람들이 약속한 거야’라며 날짜와 관계된 곤란한 질문들에 답하며 얼버무렸던 바를 만회할 거리를 준다. 그리고 저학년 뿐만 아니라 어른인 나도 잘 모르는 걸 쉽게 설명해 준다. 이 설명은 어른들이 보고 아이들에게 설명해 주면 좋을 참고자료라고 보는 쪽이 더 정확하다.

 

나에겐 달력의 비밀보다는 꿀처럼 달고 달처럼 환해지는 ‘지식’을 다루는 매개로서의 그림책으로 왔다. 그래서 젯밥-예를 들면, 멋진 카이사를를 탁자에 대롱대롱 메달리게 만드는 유나의 장난!-에 눈이 잡혀 즐거워했다.

 

근데, 원본에도 ‘아시아에 있는 한국과 일본은 1800년대 후반부터 태양력을 쓰기 시작했어’라고 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저, ‘한국과’가 정말 들어있는지.... 나쁜 호기심.

 

덧붙여. 꾸준히 수북책을 받아 온 딸래미 왈, '엄마! 나비가 그려져 있으면 한솔수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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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우리말의 숫자와 시간 우리말 표현력 사전 1
김성은 지음, 이경석 그림, 박대범 감수 / 한솔수북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근래와서 쓰는 별칭에 ‘궁금해’가 있다. 나는 궁금한 게 참 많았었고 여전히 많다. 그래서 날 스스로 궁금해라고 부른다. 그리고 물음표로 그린다.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의 앞표지를 넘겨 안을 들여다 보면 물음표 투성이이다. 맘에 든다. 이 책을 받아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이 말을 쓰고 싶었다. ‘가만 보니까 김성은 작가는 [할아버지의 안경]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글을 씁디다’라고. 그런데, 속표지에 실린 작가 소개를 보니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 가는 지식 그림책 만들기’를 좋아한단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앞제목이 ‘우리말 표현력 사전’이다. 사전.

이 사전에는 ‘나이와 숫자’, ‘날짜와 시간’, ‘때’를 나타내는 말이 담겨있다. 특별히 부르는 ‘나이’와 ‘달’도 있고, 순서에 따라 ‘해’나 ‘날짜’를 부르는 말이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주로 어른들이 일상 생활에서 써서 어린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가야 저절로 알게 되는 ‘때’들을 배울 수 있다.

초기 할아버지때는 멀쩡하다가 점점 주름이 늘고 머리카락은 빠지는 과정이 환갑, 칠순, 팔순, 구순, 백수라는 특별한 명칭과 함께 보여진다. 사실 구순이나 백수라는 말은 별로 써보질 않아 나도 입에 붙지 않는다. 아이들을 묻겠다. 왜 아흔 아홉을 백수라고 해요?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잔치상에 칠순을 한자로 담아 뒀듯이 한자도 같이 넣어줬으면 함께 보는 어른들에게 도움이 되었을 텐데 싶다. ‘우리말 표현력 사전’이라서 그런가?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어른들의 바람을 담은 건지 첫돌맞이 아이 손에 연필이 아이 머리보다도 크게 그려져 있다.

대한민국 엄마들은 안다. 시어머니의 비법 ‘조금만’이 백만가지 의미를 가진다는 것. 그래서 애들은 모른다. 조금만이라고 했을 때 그게 얼마나 많은 세월을 담아야 ‘그냥 아는’ 근처에 가는 것인지. 하하! ‘물건마다 세는 말이 달라요’에서 애매한 표현에는 달팽이를, 명확한 표현에는 느낌표를 그려 놓은 그림이 재밌다. 아하! 근데 다음 장은 어림잡아 말하는 표현에 대해 나왔다. 그렇지! 어림잡아 말할 때 편한 게 있다. 근데 애들은 헤깔려 잘 몰라한다. 너댓개 이런거. 예닐곱, 여남은. ‘여남은’이란 표현은 참 오랜 만에 접한다.

그끄저께? 이 말도 한참만에 써본다. 헉! 우리말 표현 사전에서 야광귀신 옛이야기를 보다니 반갑군! 섣달 그믐을 시작으로 양력과 음력의 뜻, 특별하게 부르는 정월, 동짓달, 섣달도 알려주고 있다. 각각 그림에도 정월대보름의 대표 부럼 호도, 동짓달의 팥죽과 새알심, 섣달 세상을 덮은 눈을 담아 뒀다. ‘달’에 이어 ‘날짜’를 하루, 이틀 짚어보더니 드디어 섣달 그믐이 12월 마지막 날이라는 걸 알게 된다. 아이들이 새해라는 새배와 돈 때문에 잘 아는데 묵은 해라는 표현은 요즘 잘 쓰지 않아 알까 모르겠다. 구렁덩덩새선비를 보면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던 새선비가 첫 색시를 다시 만나 새 색시가 될 처자의 부모님께 새 장과 묵은 장을 비교하는 질문을 한다. 이걸 본 아이들은 짐작을 할까? 물어봐야겠다. ‘금년’은 뭐 그런대로 쓰는 말인데, 중학생 중에도 ‘금일’이라는 말뜻을 몰라 질문하는 아이를 봤다.

다음 장을 넘기니 어릴 적 쓰던 표현이 있다. ‘저번 저번날’. 역시 참으로 오랜 만에 본 말이다. 더 그 전의 날을 말할 땐, ‘쩌~~번 쩌번 날’이라고 장음화와 경음화를 동반해 말했던 기억이 올라온다. 글피다음이 그글피구나. 그글피는 나도 잘 모르는 말이다.

작년 어느 때이던가 딸아이가 물었다.

- 엄마, 내일 다음이 뭐야? - 모레.

- 그 다음은? - 글피.

- 그 다음은? - 글피 다음? 글쎄, 잘 모르겠네.

- (가만 있더니) 글피 내일. 글피 모레. -어마! 그거 말 된다.

- 그럼 어제 전에는 뭐야? - 그제.

- 그제 전에는? - 글쎄? 그끄제던가?

- (역시 가만 있더니) 그제 어제하면 되겠네. - 그렇겠다!

애들이 ‘어제 그 어제’란 표현을 하는구나! 그래도 나는 우리 딸이 만든 ‘글피 내일, 글피 모레’라는 표현이 참 좋다!

‘어떤 일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을 말’하는 ‘한’

‘어떤 일이 가장 기운차게 일어나는 때를 말’하는 ‘한창’

‘계절을 뜻하는’ ‘철’, ‘어떤 일이 벌어지는 기간을 말’하는 ‘철’

‘해가 떠 있는 하루 낮 동안’인 ‘한나절’과 그 ‘절반’인 ‘반나절’

‘처음이라는 뜻’의 ‘초’, ‘늦다는 뜻’의 ‘늦’

- 이어 말의 처음이나 끝에 붙어 풍부한 뜻을 만들어내는 여러 표현들이 재미난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아~! 서평단 모집의 미션이 책말미에 담긴 ‘우리말 가족 퀴즈’에서 나왔던 거구만. 단위 가로넣기에 덤으로 알려주는 우리말의 재미까지 유쾌하게 봤다.

몇 년 전인가 다른 곳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책 중에 동사들을 한 컷 만화로 표현하며 이야기로 엮어둔 책이 있었다. 처음엔 ‘뭐 이렇게 생긴 책이 있어?’했는데 들춰보면서 설명해주기 어려운 동사들을 그림과 맥락 속에 알 수 있게 해서 ‘괜찮구나’ 싶었다. 그 책을 보면서 흔히 버릇처럼 쓰는 표현이 아닌 경우에는 그 뜻도 잘 모르고 표현 자체도 생소한데 이렇게 해 두면 여러 가지 표현을 알려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동사 그림책은 그 땐 더 조그맣던 딸래미가 아주 재미있게 계속 보던 책 중에 하나다.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도 비슷하다. 나도 오랜만에 접한 표현이 있었듯이 우리 아이들은 이 책에 담긴 우리말 표현들을 접할 기회가 더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림책을 통해, 특히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싶은 어른들이 그림책을 통해 순우리말표현들을 알려 준다면 ‘노랑’도 수십가지로 나타낼 수 있는 기막히게 풍성한 우리말을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인 취향과는 다르지만 책의 그림은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비슷해서 더 재미있게 보리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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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빵 아빠와 함께 요리를 (책 1권 + 만들기 판 4장) - 부엌 만들기
GIMC DPS 지음, 한솔수북 편집부 구성 / 한솔수북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침만 삼켜 먹던 만들기책이 당첨!되었다. 큭!

낯설지 않은 만들기 재료들임에도 날라 다니는 홍비와 홍시의 비밀을 눈 앞에서 만드는 모양을 보고서야 알았다. 그리고 놀랍고 신기했다! 적어도 내게는. ‘아하! 이게 이거구나. 이렇게 만들면 되는 거구나!’

 

[구름빵 부엌만들기 아빠와 함께 요리를]도 백희나, 김향수님의 원작을 GIMC팀이 멀티화시킨 작품이다. 일단, 전체적인 인상. 휙휙 넘기며 재밌게 봤다. 이전에 봤던 애니 그림책(과일~!야채~!)보다 편했다. 곰곰 생각을 해 봤다. 이 편함이 책포장을 풀자마자 먼저 뜯어 만들기를 하며 업!되었기 때문에 너그럽게 대할 수 있어 생긴건지, 아님 한 번 뜯어 봐서 벌써 관성이라는 게 생겨 그런건지...

곰곰의 성과는 별로 크지 않았다. 일 주일정도 애니책과 만들기책을 나란히 머리맡에 모셔두고 feel이 오시기를 기다렸는데, 잘 모르겠다.

 

그 나마 건진 두 가지 정도의 하나. 선입견이다. ‘만들기 전에 보아요!’와 ‘이렇게 놀아 보아요!’-특히 후자-로 인해 ‘오! 괜찮아!’라는 인상이 먼저 박혔다. 아이가 만들기부터 했기 때문에 만들기와 관련된 쪽을 먼저 봤다. ‘이런 점이 좋아요!’는 일반적으로 책의 장점을 부각시기키 위해 들어갈 내용이므로 패스. ‘아주아주 쉬워요!’라는 소제목은 ‘격려, 응원’의 메시지처럼 들려 좋았고, ‘모두 모두 약속해요!’에서는 감동받았다. 당연한 얘기임에도 안전제일주의자 나에겐 아주 아주 기특한 내용이었고 조심해야 하는 것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주었기 때문이다. 그 옆쪽의 ‘이렇게 놀아 보아요!’는 만들기책을 애니책과 차별화시키면서 매우 마음에 들어버렸다! 사실 뜯어 만들기는 ‘이렇게~’에 제시된 바와 같이 만든다. 콕콕! 구멍을 뚫고, 번호를 맞춰가며 만든다. 섬세하지 못하고 성질 급한 나는 곧잘 연필로 콕콕 구멍을 눌러 준비를 한다. 그리고 마치 정교한 예술 작품을 만들듯이 번호와 번호를 찾아 합체를 하며 희열을 느낀다. ‘이렇게~’의 내용은 사실 그냥 만드는 과정이다. 당연히 뜯어 만들려면 거쳐야 하는 과정인데, 하! 이걸 ‘놀아요!’라고 표현하며 책의 한 쪽으로 승화시킨 점에 먼저 별표 두 개를 준다.

 

두 번째는 그림과 또 하나 이걸 질감이라고 해야 하나? 재료라고 해야 하나? 만들어진 재료의 느낌에서 온 차이가 아닐까 싶었다. 이건 첫 번째 것에 비하면 좀 더 본질 쪽으로 간 의견이 될 수 있다. 원료는 같을 것인데 보여지고 느껴짐에 플라스틱과 종이틱의 차이가 크게 왔다. 아마도 책 속의 부엌은 만들기와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게 왜 나에겐 더 친근하게 다가올까? 그리고 여기선 그림들이 살아 제 몫을 한다. 책 속 부엌에서 내 눈을 잡은 것은 종이에 그려 세운 소품들이었다. 예를 들어 가스렌지 위에 얹힌 찻주전자. 벽면의 달력, 선반위의 양념병들과 화분. 심지어 벽지까지. 반쪽은 그림책이게 만들어 주고 있다. 아! 그림 이야기를 하다보니, 여기 주인공들이 종이를 세워둔 인형임을 위시해 위의 소품들도 2차원 평면임에도 3차원 공간을 만들고 있다. 달걀과 유리볼, 거실의 소파는 잘 모르겠지만, 그림임이 확실히 보이지만 세워 놓음으로써 그림책에 부피를 주고 있다. 이 소박한 착시(?)가 아마도 애니그림책과 다른 인상을 준 모양이다. 괜찮았다!

 

문제는, 애니와 만들기책 모두 스토리였다. 본문 첫 장을 펴고 두 번째 쪽을 읽을 때부터 턱턱 걸려왔다. 물론 아빠와 함께 요리를 하기 위한 장치라는 것을 십분 백분 이해하면서도 몇 번을 투덜대며 읽어갔다.

1. ‘잠깐 애들 좀 맡기려고’했던 엄마들이 ‘어둑어둑한 밤이 되’어서도 애들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 집에 가는 장면도 없다.

2. 1의 경우 뭐, 나갔다가 일이 예정대로 되지 않아 늦을 수 있다. 그러나 연락과 양해의 과정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러면 괴롭다....

3. ‘아침도 안 먹고 왔거든요’-간혹 얌체족이 있다고는 들었다. 그래도 아이를 맡기려면 때는 챙겨 먹이고 들려 보내야 한다는 나의 고정관념이, 폭발적인 분노는 아니지만 확~성질 올라오게 만들었다. 맡기는 문제가 아니라 애들 밥도 안먹였다는 것 때문에.

4. 볼 일이 있어 나가는 엄마는 대부분 때를 챙겨 놓고 나가지 않나? 그것도 시간이 많~이 걸릴 가능성이 있으면. 아이고 머리야. 책 속의 냉장고는 막! 새로 배달시킨 가전제품이 아니라면 별로 가능성이 없다. 홍비와 홍시의 엄마는 엄청 깔끔하신 분인가 보다. 나의 역사에는 저런 냉장고와 찬장. 없다(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이다).

5. 하루종일 빵밖에 먹은 게 없는 아이들인지 아닌지 엄마가 알지 모를지는 잘 모르겠지만 또 빵을 구워 놨단다. 구름빵이라서 그런건가? 고양이 가족이라서 그런건가? 멀쩡한 부엌에서 빵만 만들어 먹는 거 이해가 안 간다. 가슴으로 느끼는... 거도. 없다.

 

이제 뻥장이 아빠가 등장한다. 아빠는 맛있는 빵을 만드는게 ‘아주 간단하’다며 분명 ‘자신있게 말했’다. 홍비는 아빠가 요리사 같다는 여우친구의 말에 “당연하지! 진짜 잘하셔.”라고 댓구한다(이 순간, 엄밀하게 말하면 아빠보다는 홍비가 더 뻥!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진짜 믿었다. 아! 아이들과 근사하게 빵을 만드는 구나하고. 아빠는 반죽용 그릇을 미끄러뜨려 깨질 뻔했다. 이건 그냥 실수라고 생각했다. 재료를 준비하면서 ‘또 뭐가 있어야 하더라?’는 것도 그럴 수 있다고 여겼다. 근데, 달걀도 놓친다. 사실 이것도 뭐, 그럴 수 있지라는 생각했다. 그러면서 이제 슬슬 뭐가 좀 이상타는 의심이 올라오긴 했었다. ‘저희가 도와드릴까요?’, ‘그래, 같이 만들자구나!’를 보며 올라오던 의심을 잊어버리고 드디어 신나했다. 애들이랑 만들겠구나!

 

이 책에서 가장 핵심이 되고 행복하며 신나는 장면 두 장이 이어 나온다. 아이들이 반죽으로 만들고 싶은 모양의 빵을 만들자 아이들 등 뒤로 빛이 퍼진다. 오븐이 빵 반죽을 넣고 기다리는 마음! 아이들의 환한 미소! 거기다 기다리는 동안, 엄마계실 때는 할 수 없는 베개 싸움을 하면서 신나게 놀았다. 아빠, 그 참을 수 없는 악동(樂童)의 얼굴!

 

세 장면에서 하나씩. 하나, 아이들이 반죽을 빚은 그림에서 등 뒤로 퍼지는 빛은 왜 파란계열이었을까? 하늘을 날아가는 기분? 글쎄, 뭘까? 둘, 부엌너머 거실, 거실 너머 창문 밖으로 보이는 하얀 울타리. 화면 구성에 세심하게 마음을 쓴 걸 느껴 좋았고. 셋, 베개놀이하는 아이들의 움직임을 표현한 노력이 느껴져 좋았다.

 

‘빵이 솔솔 익어가는 동안, 아빠와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베개싸움을 한다. 이게 복선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몰랐다는 거. 이들은 천재 혹은 영재인가보다. 놀이 집중력이 어마어마 뛰어나 빵 타는 지독한 내도 맡지 못할 정도였다. 엄마의 선견지명 덕에 까맣게 탄 빵 말고 둥둥 구름빵을 맛나게 먹은 아이들과 아빠는 몹시 피곤하고 졸려워진다.

신나게 놀고 맛나게 먹고 늘어지는 그 분위기. 나까지 졸려워진다. 다행히 자고 일어나니 엄마가 와 계셨고 빵고 더 구워 놓셨단다. 그 순간, 아빠는 침대에 大자로 뻗어 ‘드르렁, 쿨쿨’이다. 가끔 어린 아이를 데리고 놀아준 아빠면 백배공감할 것이다. 홍비홍시 아빠가 낮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것을. 애키운 엄마들은 천만배공감이다. 매일 매일 저러고 싶으니까. 어쨌든 ‘아빠와 함께한 오늘 하루는 참 재미있었’기 때문에 이 책은 성공이다.

 

‘요리’, ‘부엌’ - 이건 소재이고 매개다. 이 책에선 ‘아빠와 함께’가 포인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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