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빵 : 과일 좋아! 채소 좋아! 구름빵 애니메이션 그림책 12
GIMC DPS 지음 / 한솔수북 / 201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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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 “와! 구름빵이다!”

학교에서 돌아온 딸래미, 가방을 휙 벗어 던지고는 마루상 앞에 앉는다. 논다고 같이 온 언니는 뻘쭘해하다 옆에 앉아 다른 책을 집어 든다. 앞표지의 그림을 보며, “예쁘다. 엄마! 치킨이야! 와하하”. 누구는 물에 사는 애들을 물고기가 아니라 다 생선이라더니 이 녀석은 닭으로만 보는 건가?

 

 

e2> 며칠 뒤 같은 책을 보던 딸, “엄마! 난 지금 봤는데, 이거 보셨어요? 당근 지팡이!”

“응! 난 첨부터 봤는데! 내가 유일하게 맘에 드는 거. 진짜 마법 지팡이 같아! 근사해~.”

 

 

1. 구름빵 애니메이션 그림책

‘~’이 쭉 나온다는 알림글들은 여러 차례 봤었다. 그럼에도 난 구름빵 뒤에 붙은 애니메이션에 주목하지 않았었다. 그림책이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tv에 방영되는 여러 것들 중 중 하나라고만 여겼다. 이 섬세하지 못한 ....

‘~’시리즈에 관해 더 찾아보고 쓸까 하다가 그냥 부딪히기로 했다. 왜냐하면, 독자들 중에서 알고 보는 이들도 있겠지만 채소나 과일 때문에 고민하다가 구름빵이니까 하면서 선택해 처음 혹은 두 번째쯤 접하는 이들도 있을 테니까.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로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글과 그림에 ‘백희나’가 아니라 “GIMC, DPS'가 있어서 당황했다. 그제서야 ‘애니메이션 그림책’이라는 문구에 눈이 갔다. 아! 이건 구름빵이 아니라 구름빵 애니메니션 그림책이었구나. 책표지를 넘겨서 구름빵 애니메이션 제작에 관한 짧은 안내글을 보았고, 아래에서 원작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표지에는 식탁위에 과일 바구니가 놓여있다. 무지 반질반질하고 예쁘지만 모형이란게 기냥 딱 드러나는. 그렇구나. 구름빵 애니메이션 그림책이구나.

몇 장을 넘기다 길가의 가로수. 플라타너스라는 건가. 그 가로수의 잎이 눈에 들어왔다. 음. 모형 나뭇잎으로 모형 나무를 이렇게 만드는 구나... 그렇구나. 구름빵 애니메니션 그림책이구나.

 

 

 

2.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겨갔다.

오마! 요즘 애들은 벌써 이런 모임도 하는 구나. Potluck. 과자먹는 모임이라. 얘네들 이가 왕창 나가겠구먼. ‘과자들을 쌓아놓고’ 먹는다는 장면에선 부러웠다. 애네들은 과자 왕창 먹을 수 있어서 좋겠다! 이 나이가 되면 과자도 잘 안먹히고 못 먹는다, 속에 거북해져서.

다음 장을 넘기자 척척박사 아저씨가 나타났다. 여기선 기자로 등장했나? 과자가 과일이나 채소보다 더 좋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너구리는 어른처럼 대답한다. “먹으면 힘이 나요. 아주 잠깐이지만....”. ‘얜 뭘 좀 아는 앤가보다’

배가 불러 이제는 괴로운 표정이 다수인 먹자계원들(?). “오늘 과자 모임은 이걸로 끝!”이란다. 좀 허무하다. 그래, 뭐, 과자모임이니까 과자 다 먹었으면 끝나는 거지....그런데 왜 이렇게 혀가 쓸까 모르겠다.

“얘들아!”하며 아까 그 아저씨, 마법사처럼 하고 나타난다. 여기에 당근 지팡이가 등장한다. 당근 브로치도 있고. 그건 귀엽다!

문제는. 구름빵에서 이래도 되나? 하는 거였다. 뽀통령 다음으로 막강 영향력을 자랑하는 구름빵에서, 좀 전에 한 번 본 거 밖에 없는(사전 지식이 없을 경우 이렇게 읽힌다. 나는 여전히 그렇다) 독수리 아저씨가 마법사 같은 옷을 입고 와서는 “..아저씨와 음식 모험을 떠나지 않겠니?”하니까 “좋아요!”란다. 그러고는 ‘홍시와 친구들은 독수리 아저씨를 따라’간다. “다 왔다. 어서들 들어가자꾸나.”, “야호!”란다....

 

 

일종의 체험코스를 운영하는 ‘싱싱농장’에서는 홍조 토끼 언니의 안내를 받고 과일따고 맛난 요리로 마무리한다. 여긴 그만그만한 일반 그림책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이 글에선 그냥 쑥쑥 넘기면서 봤다는 의미이다. ‘올려보고, 흔들어주고, 쏟아지는 걸 받’으며 ‘열심히 과일을 따는’ 그림들의 의미까지 따지고 싶지는 않다. 식탁차리기의 앙징맞음과 의자의 리얼함, 샐러드의 맛있는 모습은 그나마 나를 위로했다.

 

 

그런데, “정말 괜찮을까?”라며 ‘머뭇거리다가 당근을 한 입씩 베어 물’은 친구들과 “당근이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어“라는 홍비의 말에 사실 놀랐다. ‘그걸 정말 모른단 말이야?’라는 말이 반사적으로 튀어나와 버린... 비타민종류 이런 거는 패스하고 달달하고 아삭한 그 맛에 볶기도 전에 반은 먹어치우는 누구들과는 많이 다른 가보다. 과일 야채 책이 이렇게 필요한 만큼 아이들의 편식이 심각하나 보구나라는 생각을 그제서야 했다. 이런, 둔한. 우리 애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홍시와 친구들은 그 뒤로 채소랑 과일을 정말 맛있게 먹게 되었답니다”라는 마지막 문구는 .....‘아! 비약으로 끝나는 군’이라는 허망함을 주고 말았다.

 

책을 한 번 훑어 보고선 아이에게 물었다. “딸! 이 독수리 아저씨, 만화에도 나와?”, “아니, 잘 모르겠는데. 못 봤었어.”, “그럼, 애네들은?”, “쿠키, 에드, 미미는 나와. 엄마! 쿠키랑 미미 모두 강아지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이래도 되는 건가’는 여전히 유효하다.

 

 

글을 쓰면서 마치 열심히 해 온 숙제 발표하고 나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지적질! 당하고 있는 모습이 그려졌다. 요리하는 건 어렵지만 (씹어) 먹는 건 쉽다!

 

 

여긴 아메리칸 스타일의 빌리진가보네. 요즘 신도시들은 다 이런가보다며 동네 그림을 봤던(참고로, 나는 앞은 논이요, 뒤는 밭인 동네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래, 딱! 이래.’하며 책장을 넘겼던 <꾸물꾸물 지각대장>과 독후느낌이 많이 달랐다. 여기도 빨간 벽돌맛은 나지 않지만 ‘맞아맞아!’ 백배 공감은 되었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다양한 시도는 필요하다고 본다!

 

 

원작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궁금해졌다. 원작을 보면 <구름빵>에서 보여지던 따뜻한 구수함을 찾을 수 있을까? 구름빵의 선입견과 첫인상을 벗어 버리고 보도록 다시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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