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뭐라고 말하지? : 우리말의 숫자와 시간 우리말 표현력 사전 1
김성은 지음, 이경석 그림, 박대범 감수 / 한솔수북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근래와서 쓰는 별칭에 ‘궁금해’가 있다. 나는 궁금한 게 참 많았었고 여전히 많다. 그래서 날 스스로 궁금해라고 부른다. 그리고 물음표로 그린다.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의 앞표지를 넘겨 안을 들여다 보면 물음표 투성이이다. 맘에 든다. 이 책을 받아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부터 이 말을 쓰고 싶었다. ‘가만 보니까 김성은 작가는 [할아버지의 안경]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무언가를 가르쳐주는 글을 씁디다’라고. 그런데, 속표지에 실린 작가 소개를 보니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 가는 지식 그림책 만들기’를 좋아한단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앞제목이 ‘우리말 표현력 사전’이다. 사전.

이 사전에는 ‘나이와 숫자’, ‘날짜와 시간’, ‘때’를 나타내는 말이 담겨있다. 특별히 부르는 ‘나이’와 ‘달’도 있고, 순서에 따라 ‘해’나 ‘날짜’를 부르는 말이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주로 어른들이 일상 생활에서 써서 어린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가야 저절로 알게 되는 ‘때’들을 배울 수 있다.

초기 할아버지때는 멀쩡하다가 점점 주름이 늘고 머리카락은 빠지는 과정이 환갑, 칠순, 팔순, 구순, 백수라는 특별한 명칭과 함께 보여진다. 사실 구순이나 백수라는 말은 별로 써보질 않아 나도 입에 붙지 않는다. 아이들을 묻겠다. 왜 아흔 아홉을 백수라고 해요? 조금 더 욕심을 내보자면 잔치상에 칠순을 한자로 담아 뒀듯이 한자도 같이 넣어줬으면 함께 보는 어른들에게 도움이 되었을 텐데 싶다. ‘우리말 표현력 사전’이라서 그런가? 공부를 잘했으면 하는 어른들의 바람을 담은 건지 첫돌맞이 아이 손에 연필이 아이 머리보다도 크게 그려져 있다.

대한민국 엄마들은 안다. 시어머니의 비법 ‘조금만’이 백만가지 의미를 가진다는 것. 그래서 애들은 모른다. 조금만이라고 했을 때 그게 얼마나 많은 세월을 담아야 ‘그냥 아는’ 근처에 가는 것인지. 하하! ‘물건마다 세는 말이 달라요’에서 애매한 표현에는 달팽이를, 명확한 표현에는 느낌표를 그려 놓은 그림이 재밌다. 아하! 근데 다음 장은 어림잡아 말하는 표현에 대해 나왔다. 그렇지! 어림잡아 말할 때 편한 게 있다. 근데 애들은 헤깔려 잘 몰라한다. 너댓개 이런거. 예닐곱, 여남은. ‘여남은’이란 표현은 참 오랜 만에 접한다.

그끄저께? 이 말도 한참만에 써본다. 헉! 우리말 표현 사전에서 야광귀신 옛이야기를 보다니 반갑군! 섣달 그믐을 시작으로 양력과 음력의 뜻, 특별하게 부르는 정월, 동짓달, 섣달도 알려주고 있다. 각각 그림에도 정월대보름의 대표 부럼 호도, 동짓달의 팥죽과 새알심, 섣달 세상을 덮은 눈을 담아 뒀다. ‘달’에 이어 ‘날짜’를 하루, 이틀 짚어보더니 드디어 섣달 그믐이 12월 마지막 날이라는 걸 알게 된다. 아이들이 새해라는 새배와 돈 때문에 잘 아는데 묵은 해라는 표현은 요즘 잘 쓰지 않아 알까 모르겠다. 구렁덩덩새선비를 보면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던 새선비가 첫 색시를 다시 만나 새 색시가 될 처자의 부모님께 새 장과 묵은 장을 비교하는 질문을 한다. 이걸 본 아이들은 짐작을 할까? 물어봐야겠다. ‘금년’은 뭐 그런대로 쓰는 말인데, 중학생 중에도 ‘금일’이라는 말뜻을 몰라 질문하는 아이를 봤다.

다음 장을 넘기니 어릴 적 쓰던 표현이 있다. ‘저번 저번날’. 역시 참으로 오랜 만에 본 말이다. 더 그 전의 날을 말할 땐, ‘쩌~~번 쩌번 날’이라고 장음화와 경음화를 동반해 말했던 기억이 올라온다. 글피다음이 그글피구나. 그글피는 나도 잘 모르는 말이다.

작년 어느 때이던가 딸아이가 물었다.

- 엄마, 내일 다음이 뭐야? - 모레.

- 그 다음은? - 글피.

- 그 다음은? - 글피 다음? 글쎄, 잘 모르겠네.

- (가만 있더니) 글피 내일. 글피 모레. -어마! 그거 말 된다.

- 그럼 어제 전에는 뭐야? - 그제.

- 그제 전에는? - 글쎄? 그끄제던가?

- (역시 가만 있더니) 그제 어제하면 되겠네. - 그렇겠다!

애들이 ‘어제 그 어제’란 표현을 하는구나! 그래도 나는 우리 딸이 만든 ‘글피 내일, 글피 모레’라는 표현이 참 좋다!

‘어떤 일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을 말’하는 ‘한’

‘어떤 일이 가장 기운차게 일어나는 때를 말’하는 ‘한창’

‘계절을 뜻하는’ ‘철’, ‘어떤 일이 벌어지는 기간을 말’하는 ‘철’

‘해가 떠 있는 하루 낮 동안’인 ‘한나절’과 그 ‘절반’인 ‘반나절’

‘처음이라는 뜻’의 ‘초’, ‘늦다는 뜻’의 ‘늦’

- 이어 말의 처음이나 끝에 붙어 풍부한 뜻을 만들어내는 여러 표현들이 재미난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아~! 서평단 모집의 미션이 책말미에 담긴 ‘우리말 가족 퀴즈’에서 나왔던 거구만. 단위 가로넣기에 덤으로 알려주는 우리말의 재미까지 유쾌하게 봤다.

몇 년 전인가 다른 곳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책 중에 동사들을 한 컷 만화로 표현하며 이야기로 엮어둔 책이 있었다. 처음엔 ‘뭐 이렇게 생긴 책이 있어?’했는데 들춰보면서 설명해주기 어려운 동사들을 그림과 맥락 속에 알 수 있게 해서 ‘괜찮구나’ 싶었다. 그 책을 보면서 흔히 버릇처럼 쓰는 표현이 아닌 경우에는 그 뜻도 잘 모르고 표현 자체도 생소한데 이렇게 해 두면 여러 가지 표현을 알려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 동사 그림책은 그 땐 더 조그맣던 딸래미가 아주 재미있게 계속 보던 책 중에 하나다.

[도대체 뭐라고 말하지?]도 비슷하다. 나도 오랜만에 접한 표현이 있었듯이 우리 아이들은 이 책에 담긴 우리말 표현들을 접할 기회가 더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림책을 통해, 특히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싶은 어른들이 그림책을 통해 순우리말표현들을 알려 준다면 ‘노랑’도 수십가지로 나타낼 수 있는 기막히게 풍성한 우리말을 가랑비에 옷 젖듯이 익힐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인 취향과는 다르지만 책의 그림은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비슷해서 더 재미있게 보리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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