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인생 (모노 에디션) 열린책들 세계문학 모노 에디션
카렐 차페크 지음, 송순섭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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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는 삶 속의 이면과 의미를 찾아서.

체코의 소설가 '카렐 차페크'라는 이름은 오래 전 일본 홍차 브랜드로 처음 알았다. 대표가 작가의 팬이라 브랜드명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몇 년전 도쿄 키치죠지의 샵에도 가봤는데 디자인이 아기자기한 소녀 감성의 상품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그래서 차페크를 몽상적이거나 목가적인 작품을 남긴 작가로 오해했다.

이 소설은 차페크의 '철학 3부작' 중 가장 마지막 작품이라고 한다. 심오하다기 보다는 인생의 통찰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소설은 철도 공무원으로 정년퇴직한 친구가 얼마 전 심장병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된 노인 '포펠'의 시점으로 시작된다. 포펠은 친구를 담당했던 의사로부터 그가 죽기 전에 남긴 자서전을 건네 받는다.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온 친구의 자서전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자서전의 '나'는 유년시절부터 현재까지의 인생을 덤덤히 기술했다. 유년의 행복했던 기억, 청년기의 방황과 고독, 철도 공무원이 된 후의 삶과 결혼 등 한 사람의 인생을 엿보게 된다.

하지만 자서전을 쓰다 멈추게 되는 '나'. 자신의 내면에 있는 또다른 자아들이 평범함 뒤의 추악하고 상처 입은 기억들을 끄집어낸다. 이 지점부터 전율했다.

그렇지. 죽음을 앞두고 회고하는 삶이 단순히 평범하지만은 않았을테지. 앞서 써내려간 자서전의 내용에서 왜곡되거나 숨겨진 사실들이 밝혀지는 부분이 놀랍도록 흥미롭다. 한 인간의 기억과 내면에는 다양한 갈등이 부른 복잡한 고뇌가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이 위대한 이유는 갈등으로 뒤섞인 자아와 삶을 후회와 회한으로 마무리하지 않는 데에 있다. 죽음을 코앞에 마주한 이가 결국 내리게 되는 결론, '형제애와 다양성'이 숭고하게 느껴진다.

말미에 수록된 차페크의 연보와 인생을 읽었다. 천재적인 사람인데 시대를 잘못 타고난 운명이더라.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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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모노 시리즈'를 처음 봤을 때는 너무 미니멀한 느낌의 디자인이라 어색했다. 이번에 실물을 받고 읽어보니 오히려 매우 정성을 쏟은 디자인이다. 군더더기 없는 표지로 오히려 제목과 작가가 도드라진다. 뒷표지의 흑백 이미지로 작품마다 개성을 준 점이 좋다. 무엇보다 판형과 코팅되지 않은 종이질이 마음에 든다. 손싑게 휴대할 수 있고 부담없이 꺼내 읽을 수 있다. 그러면서 내용은 기존의 열린책들 세계문학과 동일하니 좋지 아니한가. 다음 책도 기대된다.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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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채팅이고요, 남편은 일본사람이에요 - 제12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
김이람 지음 / 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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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드러내지 않고 즐기는 것 중 하나가 국제 커플에 대한 컨텐츠다. 전혀 다른 문화와 언어가 만나 펼쳐지는 일상들이 흥미롭기 때문이다.

김이람 작가는 일본에서 취업하여10년째 되던 해, 채팅앱을 통해 남편을 만난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들을 소소하게 담은 글이다. 채팅앱을 통한 교제가 주는 선입견이 있기도 한데 의외로 운명과도 같은 스토리라 재미있었다. 저자가 올린 벚꽃 사진에 채팅 메시지를 보낸 남편이라니. 영화나 드라마처럼 현실에서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그런 관계는 존재하나 보다.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에피소드나 연애 이야기도 있고 결혼 후에 겪는 시월드와의 갈등도 있다. (시월드가 불편한 것은 국적불문하고 어디나 같나 보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일본 사회에 대한 글도 기억에 남는다.

결혼 후 소도시에서 살며 글을 쓰게 된 이야기도 흥미롭다. 요즘 특히 여행지로 일본 소도시가 인기라 작가님이 살고 있는 도시가 더 궁금해졌다.

브런치북에서 대상을 받은 글.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도서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취미는채팅이고요남편은일본사람이에요 #김이람 #달출판사 #브런치북 #에세이 #서평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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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 미 모어 마마 네오픽션 ON시리즈 34
김준녕 지음 / 네오픽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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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너머에 신이 있다면>의 김준녕 작가님 신작. 호기심 가는 제목과 박서련 작가의 추천사가 눈에 띄어 읽었다. 워낙 몰입감 있는 스토리텔링에 능한 작가님으로 기억하는데 모녀 이야기라니 궁금했다.

첫 장면부터 강렬했다. 권총으로 엄마를 쏴 죽이는 딸로 시작해서 커다란 '왜'라는 의문으로 독자를 끌고 간다. 소설은 시간 순서가 뒤섞여 있다. 그래서 전후 상황을 잘 쫓아가야 한다. 엄마를 죽인 이후 주인공이 엄마 행세를 하는 축과 과거에 대한 축, 두 가지를 따라가며 읽게 된다.

결말에 가서야 모든 사실이 확인되는 구조다. 반전까지 가는 과정이 약간은 더디다고 느껴지기도 했고 어떤 면에서는 빌드업이 아쉬웠다.

무엇보다 엄마와 딸이 대립하는 구도나 에피소드가 좀 더 보여졌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딸이면서 엄마인 입장에서 이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스릴러였다가도 금세 휴먼 드라마가 되는 그야말로 애증의 관계다. 하지만 소설 속 모녀는 워낙 극단적인 설정이라 그 자체의 비현실감이 주는 강렬함은 있었다.

SF적 설정으로 풀어낸 스토리는 흥미로웠다. 페이지를 덮으며 오싹해지는 감정도 남는다. 근미래에 소설과 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 두려움도 생긴다.


#텔미모어마마 #김준녕 #네오픽션 #스릴러소설 #장르소설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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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밀한 사이
케이티 기타무라 지음, 백지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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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계 미국인인 케이티 기타무라의 소설. 주인공 역시 일본계로 어릴 때부터 모국이 아닌 외국에서 살아왔다는 설정이다. 최근까지 살던 곳은 뉴욕이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어머니는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주인공은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형사 재판소에서 계약직 통역사로 근무하고 있다.

떠나온 집과 다시 돌아갈 집이 없는 주인공의 심경이 주는 불안감이 있다. 직장 때문에 살게 된 도시에서 주인공은 겉돈다. 그곳에서 만드는 인간관계도. 소설은 내내 이 불안과 불편함을 표현한다.

주인공에게 자신의 동네로 이사 오라는 친구 '야나'. 하지만 얼마 전 그 동네에서는 노상 강도 사건이 벌어질 만큼 안전하지 못한 곳이다. 주인공과 사귀고 있는 '아드리안'은 사실 아내와 별거 중인 유부남이다. 주인공이 직장에서 통역을 맡게 된 제3국의 전직 대통령은 번듯하고 주인공을 신뢰하지만 양민 학살 명령을 내린 독재자다.

이런 식으로 주인공이 헤이그에서 만든 관계는 친밀해 보이지만 모두 불안하다. 어느 누구와도 진실되게 소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들이 잘 나타난다. 특히 '안톤'이라는 인물에서 가장 세게 느껴졌다. 노상 강도를 당하고 큰 부상을 입은 그에게 동정과 연민을 느꼈는데 이 감정은 어김없이 배반 당하고 만다.

굵직한 사건 중심으로 흐르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출중한 문장으로 미묘한 감정을 묘사하는 소설이다. 서사를 따르기 보다 주인공의 감정을 따라 읽어야할 책이다.

외국으로 이주한 지인들을 내심 부러워하고 있었다. 물론 그들도 고충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타국에서의 내밀한 감정을 표현한 이 소설을 읽으며 좀 더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뉴욕 타임스> 선정 올해의 책 탑 10과 전미도서상 후보로도 선정되었다고 한다.

- 왈칵 두려움이 치솟았다. 나는 여기 속한 사람이 아니었다. (159 페이지)
- 재판소의 많은 사람이 비슷한 가족사를 가지고 있어요. 정처 없음이라는 어떤 특성이 거의 이 일의 전제 조건인 것 같아요. (225 페이지)
- 나는 생각했다 - 집에 가고 싶다. 집처럼 느껴지는 곳에 있고 싶다. 그게 어디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253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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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토벤인가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에포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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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토벤인가>. 제목이 제법 거창한데다 책의 분량이 두꺼워서 읽기 전에 나름의 각오를 다졌다. 정통 베토벤 해설이나 평론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몰입하며 읽었다.

저자 노먼 레브레히트는 영국의 음악 평론가이자 소설가로 40년간 활동했다. 그는 slippedisc.com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클래식 계에서는 유명한 사이트라고 한다. 국내 클래식 전문지 <객석>에도 기고한다고. 저자가 오랜 기간 활동하는 동력이 대중적이고 직설적인 평론에 있다는데 이 책도 이런 특성을 갖고 있다.

베토벤이 남긴 작품 중 100곡을 추려 한 곡씩 주제로 글을 풀었다. 각 곡에 관련된 베토벤의 삶과 해석이 담겨있다. 또 그 곡을 가장 잘 연주한 아티스트, 음반을 소개했다. 심지어 대놓고 별로인 연주도 거침없이 나열했다. 덕분에 베토벤의 작품, 그의 생애와 곡의 해석, 거기에 그 곡을 연주한 이들에 대한 내용을 모두 알게 된다. 매우 효율적인 접근이다.

책을 읽으며 베토벤이라는 인물에 대한 TMI급 정보까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인간 관계, 특히 여성들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많이 알려졌듯이 베토벤은 많은 여성을 사랑했지만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는데 성적으로는 일종의 결벽이 있었다고. 때문에 그가 존경해 마지않던 모차르트의 여성 편력은 질색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인간 베토벤의 다양한 모습이 담겼다.

클래식 입문자로서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선은 알지 못했던 베토벤의 작품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얻었다. 여러 곡이 있지만 가장 꽂힌 곡은 '첼로 소나타 3번 op.69'다. 계속해서 듣는 중이다.

이미 알고 있었고 좋아하는 곡들은 관련된 명반을 소개 받았다. 특히 20세기에 활동한 유명 연주자, 지휘자에 대한 정보가 많다. 슈베르트 연주로 좋아하던 스뱌토슬라프 리히테르도 자주 등장했고 그와 쌍벽을 이룬 러시아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를 이참에 듣게 되었다. 브리지타워, 클라라 하스킬,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마리야 그린베르크, 카를로스 클라이버, 아시케나지 등 수많은 음악가들을 접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너무도 유명한 곡들은 저자가 추천한 명반으로 들어봤다. 베토벤이라는 거장의 위업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베토번은 '교향곡 7번'이란다. 그 이유를 분석한 글도 재미있었다.

아무리 정보가 많아도 지루하면 페이지가 더디게 넘어갔겠지만 저자는 재미있게 글을 쓰는 능력자다. 내용 중 '교향곡 6번 <전원>'편에서는 자신에게 클래식 음악을 접하게 한 폭력적인 새어머니와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뭉클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출판사에서는 이 책에 등장하는 곡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잘 정리해서 유튜브에 올려두었다.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에 새삼 감사하다.

베토벤과 클래식 음악 전반을 알려주는 유익한 책. 무엇보다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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