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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베토벤인가
노먼 레브레히트 지음, 장호연 옮김 / 에포크 / 2025년 3월
평점 :
<왜 베토벤인가>. 제목이 제법 거창한데다 책의 분량이 두꺼워서 읽기 전에 나름의 각오를 다졌다. 정통 베토벤 해설이나 평론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몰입하며 읽었다.
저자 노먼 레브레히트는 영국의 음악 평론가이자 소설가로 40년간 활동했다. 그는 slippedisc.com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는데 클래식 계에서는 유명한 사이트라고 한다. 국내 클래식 전문지 <객석>에도 기고한다고. 저자가 오랜 기간 활동하는 동력이 대중적이고 직설적인 평론에 있다는데 이 책도 이런 특성을 갖고 있다.
베토벤이 남긴 작품 중 100곡을 추려 한 곡씩 주제로 글을 풀었다. 각 곡에 관련된 베토벤의 삶과 해석이 담겨있다. 또 그 곡을 가장 잘 연주한 아티스트, 음반을 소개했다. 심지어 대놓고 별로인 연주도 거침없이 나열했다. 덕분에 베토벤의 작품, 그의 생애와 곡의 해석, 거기에 그 곡을 연주한 이들에 대한 내용을 모두 알게 된다. 매우 효율적인 접근이다.
책을 읽으며 베토벤이라는 인물에 대한 TMI급 정보까지 알 수 있었다. 그의 인간 관계, 특히 여성들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흥미롭다. 많이 알려졌듯이 베토벤은 많은 여성을 사랑했지만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는데 성적으로는 일종의 결벽이 있었다고. 때문에 그가 존경해 마지않던 모차르트의 여성 편력은 질색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인간 베토벤의 다양한 모습이 담겼다.
클래식 입문자로서 이 책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우선은 알지 못했던 베토벤의 작품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얻었다. 여러 곡이 있지만 가장 꽂힌 곡은 '첼로 소나타 3번 op.69'다. 계속해서 듣는 중이다.
이미 알고 있었고 좋아하는 곡들은 관련된 명반을 소개 받았다. 특히 20세기에 활동한 유명 연주자, 지휘자에 대한 정보가 많다. 슈베르트 연주로 좋아하던 스뱌토슬라프 리히테르도 자주 등장했고 그와 쌍벽을 이룬 러시아 피아니스트 에밀 길렐스를 이참에 듣게 되었다. 브리지타워, 클라라 하스킬, 베네데티 미켈란젤리, 마리야 그린베르크, 카를로스 클라이버, 아시케나지 등 수많은 음악가들을 접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이다.
너무도 유명한 곡들은 저자가 추천한 명반으로 들어봤다. 베토벤이라는 거장의 위업을 다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주되는 베토번은 '교향곡 7번'이란다. 그 이유를 분석한 글도 재미있었다.
아무리 정보가 많아도 지루하면 페이지가 더디게 넘어갔겠지만 저자는 재미있게 글을 쓰는 능력자다. 내용 중 '교향곡 6번 <전원>'편에서는 자신에게 클래식 음악을 접하게 한 폭력적인 새어머니와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는데 뭉클하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출판사에서는 이 책에 등장하는 곡들의 플레이리스트를 잘 정리해서 유튜브에 올려두었다. 언제 어디서든 음악을 쉽게 들을 수 있는 시대에 태어난 것에 새삼 감사하다.
베토벤과 클래식 음악 전반을 알려주는 유익한 책. 무엇보다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