줬으면 그만이지 -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
김주완 지음 / 피플파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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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출발점이 된 취재기. 다큐가 주었던 여운이 꽤 커서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다큐에 등장하는 김주완 기자가 쓴 책이다. 영상에 담기지 못한 내용도 많고 취재 후일담이나 기자 개인의 감상도 있어 또다른 감동이 있다.

김장하라는 인물의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미담과 인품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수백억을 조건 없이 베푼다는 것이 가능할까. 책의 제목처럼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말에 함축된 삶의 태도에 경의를 표하게 된다.

살아오면서 언제 행복했는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매일이 행복하다."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부러운 생각 마져 들었다.

경남 진주라는 지역사회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평생을 베푼 넉넉함, 그리고 올바른 가치를 알아보는 혜안과 지조가 부러웠다. 평생을 지역 언론 기자로 살며 헌신한 저자의 모습에도 깊은 감동을 받았다.

읽으면서 다소 올드하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어떤 자기계발서 보다 큰 각성과 비젼을 주는 삶을 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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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이꽃님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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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청소년들이 좋아하는 이꽃님 작가의 최근작. 데뷔작인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와 <죽이고 싶은 아이>를 재미있게 읽었는데 이번 소설 역시 반전이 주는 재미가 돋보였다.

고등학생 커플인 해주와 해록은 버스를 타고 어느 저수지로 놀러간다. 하지만 저수지를 다녀 온 이후로 해록이 실종되고 해주에게 경찰이 찾아보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십대들의 심리와 문화를 잘 살려냈다. 인스타와 인생네컷,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십대들의 모습과 디테일이 생생하다. 화자인 해주의 말에 이런 디테일들이 잘 드러난다. 작가의 능력이라 생각한다.

반전이 드러나기 까지의 과정이 꽤나 치밀하다. (스포있음)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지점이 재미있었다. 전작 <죽이고 싶은 아이>와 구성이 살짝 겹치게 느껴졌지만 오로지 해주와 형사의 스토리로만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 아주 깔끔하다.

오랜만에 아이들과 같은 책을 읽고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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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거부자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설흔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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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세계관이 설정된 청소년 소설.

배경은 열 다섯이 되면 성별과 직업이 결정되는 사회다. 재산과 성적, 지위를 따져 더 우위의 성별인 '히나'가 될수 있다. 가모장 중심제 사회라 우리로 치면 여성에 해당하는 '히나'들이 헤게모니를 장악했기 때문에 이 과정은 치열하고 비장할 수밖에 없다.

세계관은 SF대작들을 연상하게 할만큼 독특하고 비장하다. 레드 스테이지와 블루 스테이지로 나뉘어 스토리가 진행되는데 이 두 이야기의 접점이 있지 않을까 기대했으나 찾지 못했다.

앤디 워홀이 '안나 워홀'로 퇴계 이황이 '이희'로 성별이 바뀌어 인용되는 부분은 재미있었다. 다만 이렇게 설정된 소소한 재미가 전체적인 스토리와 절묘하게 맞아들어갔더라면 더 좋았을 뻔했다. 성역할을 바꾸어 설정한 여타 작품들, 이를테면 <이갈리아의 딸들>이나 <거꾸로 가는 남자>만큼의 전복적 재미는 덜했다.

스토리의 몰입도가 약하고 대사가 장황한 부분들이 다소 아쉬웠다. 하지만 기발한 설정이 돋보이고 십대 주인공들의 감정을 잘 나타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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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듣는 소년
루스 오제키 지음, 정해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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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읽어보지 못한 독특하고 낯설면서 신기한 소설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열네 살 소년 베니는 일본인 아버지(정확히는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에 주위 사물들이 말하는 것을 듣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물의 말을 듣기 때문에 일상 생활이 힘들어진 베니는 자해를 하면서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

베니의 엄마 아나벨은 미국인이고 싱글맘이다. 엄마 역시 남편의 죽음 후 충격으로 엄청 살이 찌고 집안에 물건을 쌓아두는 '호더'가 된다. 끊임없이 쓸데없는 물건들을 사고 쌓아두며 집은 쓰레기집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후에 겪는 상실감과 고통의 시간들이 지속된다. 베니와 엄마는 끊임없이 상처 받고 좌절하지만 결국에는 희망적인 결말로 끝을 맺는다.

이 소설은 줄거리나 사건을 따라가기 보다 생각의 흐름을 읽는 느낌이다. 챕터별로 주인공 베니와 책이 번갈아가면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이 독특했다. 책은 전지적 시점으로 모든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베니는 그것에 답하는 형식이다.

이런 서술 방식이 꽤 낯설어서 처음에는 몰입이 쉽지 않았다. 또 중간 중간 스토리와 무관하게 느껴지는 내용들이 있어서 적응이 어려웠다. 하지만 문장은 쉬운 편이라 중반 이후부터누 읽는데 속도가 붙었다.

베니의 아버지가 일본인이라는 것과 엄마 아나벨이 구입한 책에서 선불교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그 책의 저자인 아이콘은 우리 나라나 미국에서 크게 유행했던 '곤도 마리에'가 연상되지만 선불교 승려로 나온다. 저자의 약력을 보니 그 역시도 미국, 일본 혼혈에 선불교 승려라고 한다.

원제 'The book of Form and Emptiness'에서부터 보이지만 그래서인지 명상이나 불교적 인연과 같은 주제로 쓰인 내용이 많다. 어렵거나 심오하지는 않았지만 무척 독특하게 느껴졌다. 인종차별이나 도서관 노숙인, 실업, 대통령 선거 등 미국 사회를 묘사하는 내용도 이 신비로운 주제와 자연스럽게 엮여있어 기억에 남는다.

베니와 애너벨을 도운 것은 엄청난 기적이나 사건이 아니다. 알레프, 코리, 까마귀, 도서관 노숙자들과 같은 작은 인연들이 모여 서로를 도운 것인데, 이는 이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잘 듵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작은 인연들에게 귀 기울이고 서로 돕자. 결국 이 단순하고도 소중한 주제가 이 긴 이야기 끝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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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외딴 성 (영화 특별판)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서혜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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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를 거부하며 세상과 단절된 일곱 아이들이 거울을 통해 외딴 성에 모인다.

독특한 설정의 이 소설은 이번 주 개봉한 동명의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다. 중학생 아이들이 주인공이라 십대들의 감정과 정서로 이야기가 그려진다. 묘한 분위기와 함께 초반부터 던져지는 미스터리가 소설을 계속 쫓아가게 한다.

후반의 반전도 재미있고 적절하다. 실은 수십년 장르물 독자로써 예상한 반전도 있었다. 늑대가면 소녀과 관련된 결말은 전혀 의외의 반전이라 신선했다. 결말에 퍼즐처럼 맞춰지는 구조가 마음에 든다.

애니메이션도 보고 싶다. 이 책이 갖고 있는 감성과 주제가 애니메이션으로 잘 표현되었을 듯 하다. 원작소설과 비교해 가며 보는 재미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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